미국시장의 PC가격이 그 어느 때보다 가파른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동안 PC시장은 성능과 가격의 반비례현상,즉 기술향상에 따른 가격인하 효과로 해마다 20∼25%정도의 하락 현상을 보여 왔다.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10여개월동안 주요 모델의 경우 평균 40%이상 떨어졌고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가속될 조짐이어서 소비자들에게는 PC 구입의 호기가 되는 반면 가격경쟁에 나선 제조업체들에게는 세력판도에 중요한 고비가 되고 있기도 하다.
제품을 보면 보급형의 경우 1년전 2천9백99달러하던 컴팩 컴퓨터의 1백MHz제품이 현재 1천5백99달러로 47%가 떨어졌고 AST의 PC 「어드밴티지!」도 1백MHz와 16MB 메모리를 탑재한 제품이 지난해 여름 출시될 당시 2천7백99달러하던 것이 현재 39% 떨어진 1천6백99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하이엔드제품도 예외가 아니다.지난해 6월 게이트웨이 2000이 내놓은 멀티미디어PC는 1백33MHz 펜티엄 프로세서와 1.6GB 하드드라이브,4배속 CD롬 드라이브등을 기본 탑재하고 4천3백99달러였다.
그러나 현재는 1백66MHz 프로세서와 2.5GB 하드드라이브,8배속CD롬드라이브등으로 업그레이드한 제품을 2천6백99달러면 살수 있게 됐다.
이러한 가격하락의 원동력은 물론 메모리 칩이나 CPU등 올들어 급속히진행된 주요 부품가의 하락을 들 수 있다.
특히 D램의 경우 지난 1월보다 60%가 떨어져 25%정도 되는 예년 평균 하락률과 비교할 때 거의 폭락에 가깝다.
D램업체들은 기술향상에 따른 가격인하와 함께 지난해 말 PC판매량에대한 과다한 전망치로 확보한 물량을 모두 소화하지 못한 데다 또 올들어서도 PC판매가 예상밖의 부진을 보인 데 대한 대책으로 가격을 대폭 떨어뜨림으로써 누적된 재고의 소진에 나선 것이다.
CPU도 마찬가지.성능향상이 그 어느때보다 급속히 진행됨에 따라 가격하락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인텔의 1백66MHz 펜티엄 프로세서가 지난 1월발표될 당시 가격이 1천개기준으로 7백40달러였다.그런데 얼마전 출시된 2백MHz제품이 5백99달러로 떨어졌다.
인텔은 가격을 낮추는 대신 대량판매를 통해 시장점유율및 수익성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CD롬 또한 업체들의 가격경쟁이 격화되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부품가 하락에 따른 제품가격의 인하가 소비자들에게는 제품구입의촉진제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이에 따라 올 1.4분기 미국PC시장은 당초부진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2∼3월 다시 회복세를 보인데 힘입어 14∼15%의 판매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가격경쟁의 가열로 업체들의 명암은 엇갈리고 있는 실정.컴팩이나HP등과 같이 재정구조가 비교적 튼튼한 업체들은 가격인하로 시장점유율을더욱 확대할 수 있는 유리한 입장에 있는 반면 애플이나,AST리서치,팩커드벨등 재정난을 겪고 있는 업체들의 경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출혈도감수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가격경쟁 추세는 성수기가 끼어 있고 일본업체들이 미국시장진출을 본격화하는 하반기로 갈수록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구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