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방송및 통신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시장개방 시한인 98년까지는아직 상당한 기간이 남아 있는데 벌써부터 이 지역 케이블TV업체들이 자신들의 텃밭을 잠식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위성방송업계를 비롯한 전화업계등과의 임전태세를 가다듬고 있다.
현재 케이블TV업계의 가장 큰 적은 서서히 글로브의 끈을 조여매고 있는위성방송서비스업계. 케이블TV업계로서는 디지털방식으로, 수백개의 채널을계획하고 있는 위성방송업체들과의 일전이 감당하기 힘든 싸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유럽에서만 4천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등 지역 방송시장에서 압도적인 양적 우위를 보이고 있는 케이블TV업계이지만 위성방송이본격화되고난 다음에도 이같은 우세를 계속 유지할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케이블TV서비스는 우선 채널수면에서 위성방송서비스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케이블TV업계가 단발 소총을 갖고 있다면 위성방송업계는 일초에 수백개의 탄환을 날릴수 있는 다연발 자동기관총을 갖고 있는 셈.
게다가 현재 서비스를 준비중인 위성방송서비스는 디지털전송방식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블TV업계도 디지털 정보전송을 추진중에 있으나 이 부문기술개발 상황에서 케이블TV업계가 열세에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영국 B스카이B가 내년 가을경 2백개의 채널을 가진 디지털 위성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하는등 위성방송업계는 공이 울리기 만을 기다리고 있는상태다. 게다가 B스카이B는 앞으로 채널수를 5백개까지 늘린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이처럼 일단 서비스가 시작되면 위성방송은 유럽의 방송시장및 통신시장에엄청난 태풍을 몰아 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기득권을 갖고 있는 케이블TV업계이지만 위성방송서비스업계의 일거수 일투족에 촉각을 곤 두 세우지 않을수 없는 것이다.
그거나 아직은 여유가 있다. 가령 네덜란드의 케이블TV업계는 올 가을부터다국적 유료TV업체인 넷홀드의 위성방송서비스와 경쟁을 벌여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즉각적인 대응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현재 위성방송업계는 셋톱박스의 보급도 낮고 서비스의 내용이 허술함은 물론 가입자도 별로 확보하지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위성방송서비스가 본격화됐을 때 그 위력이 어떠할지는 정확히 측정할수 없다. 이에 따라 최근 유럽 케이블TV업계 관계자들은 머리를맞대고 위성방송의 위협에 공동 대처할 방법을 모색했다. 이들은 먼저 향후몇년간에 걸쳐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실제로네트워크가 경쟁력있는 서비스를 소화하지 못한다. 수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는 네트워크의 디지털화등 성능개선이 가장 시급하다』는데 의견을같이했다. 인터넷접속서비스를 비롯한 대화형 서비스를 제공할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오는 98년부터는 전화업체들도 케이블TV서비스를 제공할수 있게 된다. 그때가 되면 케이블TV업체들은 전화업계와도 경쟁을 벌여야할 입장. 현시점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위성업계에 치이고 전화업체들과도경쟁해야하는 케이블TV업계로서는 지금 자칫 잘못하면 안팎 곱사등이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스위스의 레디퓨전이 새주인 프랑스 알카텔을 기다리고 있는등 다수의 케이블TV업체가 발을 빼는 상황도 벌어지고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앞서 있는 상황에서 비관할 필요는 없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이들은 케이블TV서비스가 경쟁력을 갖기 위한 단기적 처방으로 요금을 인하하고 장기적으로는 네트워크 성능개선에 투자할 것을 권고한다. 왜냐하면 케이블TV서비스시장을 비롯, 유럽의 방송·통신시장 상황은 아직까지 확정된 것이라고는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앞으로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은 미래를 대비하라는 것이다. 일반 통신서비스를제공할수 있는 영국의 케이블TV업체들은 셋톱박스의 본격 공급에 나서는등디지털방식 추진 움직임을 보다 구체화하고 있다. 또한 유럽지역 최대의 통신업체로 독일에서만 1천6백만명의 케이블TV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도이치텔레콤(DT)은 최근 디지털 멀티미디어서비스를 시험 제공했다. DT측은 『비록 셋톱박스 보급률이 낮더라도 독자적인 네트워크를 통한 상용 디지털서비스가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미래 유럽 통신시장을 겨냥해 기존 통신업체들뿐만 아니라 케이블TV업계와위성방송업계가 뛰고 있다. 이런 성황에서 현안을 하나씩 충실히 해결해가는것이 승리의 지름길이 될수 있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분석이다.
<허의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