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가전제품의 거래질서 확립을 명목으로 최근 가전유통점에 대한 불공정 거래행위 조사를 벌이고 있어 가전업체의 심한 반발을 사고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그동안 사실상 방치해오다시피한 가전업계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뿌리뽑겠다며 벌써 한달이상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본사는 물론 지사 사무실까지 불시에 방문, 영업관계자의 책상을 뒤져 일선대리점에 발송한 재판매가격유지 공문서 등을 찾는가 하면 관련자 인터뷰를통해 타사업자 사업활동 방해 등 불공정거래 행위를 확인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전업계 유통 관계자들은 대책회의와 관련자료 작성 등으로 많은 시간을 빼앗기고 있어 유통전략 수립과 일선 대리점의 관리에는 거의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의 이같은 불공정거래 조사가 가전업계의 공정거래 질서확립에 도움이 될 지는 분명치 않지만 유통시장 전면개방에 편승, 외국 선진 유통업체들의 대한 진출이 가속화하고 있고 공산품의 가격이 크게 인상되고 있는 추세에 비춰볼 때 불가피성을 부인하려는 것은 아니다.
정부측 설명이 아니더라도 가전3사가 유통시장의 전면 개방으로 유통환경이 급격히 달라졌는데도 불구하고 종래의 구태의연한 영업방식으로 대리점들에 판매금액을 지정해 주거나 부당한 고객 유인정책을 계속할 경우 가전대리점의 건전유통 질서를 흐려놓을 수 있다는 지적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소속 대리점이 특정 할인전문업체에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유통시장에 미치는 부작용이 적지 않다.
이번에 가전업체를 대상으로 예전에 볼 수 없을 정도의 강도 높은 불공정거래행위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은 이같은 가전 유통시장에 미칠 부작용을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공정위의 설명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문제는 공정거래 질서확립과 소비자의 권익보호라는 명분을 앞세워가전업체의 영업활동을 위축시키는 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가전업체들이 그동안 소속 대리점들로 하여금 판매가격을 출하가의 1백4% 이상을 유지하도록한 것은 대리점간 치열한 가격인하 경쟁을 막고 가격질서를 유지하기 위한방편이다. 더욱이 킴스클럽 등 할인점에 제품 공급중단을 권고한 것은 현재소속 대리점들의 영업권을 보호하고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한 경영전략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올해 유통시장 전면 개방에 맞춰 외국 유명 할인점들이 대거 등장하면서가전제품의 가격파괴가 급속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가전업체들이 소속 대리점들에게 외국 유통업체에게 다른 대리점들을 고사시킬 정도의 싼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지 말도록 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위가 나서 가전 대리점의 가격결정에 가전업체가 관여하지 말고 할인점에 제품공급도 제한하지 말라는 식의 조사를 벌이고 있는것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로 비쳐진다. 할인점에 대한 제품공급 제한을 푸는 것은 공정거래제도 정착을 위해 중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대기업의경제력집중을 완화하기 위해 세워진 공정거래위원회의 설립취지에 비춰 보면최우선 과제라고는 할 수 없다. 더욱이 외산 가전제품의 국내 유입이 크게늘어나고 있고 제품의 가격인하에 따른 이익확보의 어려움으로 상당수 일선대리점들이 문을 닫고 있는 게 현실인데 법대로 하겠다며 규제에 나서고 있는 공정위의 태도는 지니친 감이 없지 않다.
기업의 활동이 정부의 규제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최근의 동향이다. 이러한 점에서 현재 가전업체를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의불공정거래 행위 조사가 영업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공정위는 일선 가전대리점의 영업활동촉진과 수익성 제고를 통한 경쟁력 확보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