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자수출 경쟁력강화 "발등의 불"

우리나라 전자제품의 수출 가격경쟁력이 일본 제품에 비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예사롭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전자산업진흥회가 컬러TV·VCR·전자레인지 등 주요 전자제품을 대상으로조사·분석한 韓日간 수출가격 변동추이를 보면 지난해 4월 수출가격을 1백으로 했을 때 올 3월말 현재 우리나라 가전제품은 1백14∼1백33.6%까지 상승했다는 것이다. 반면 일본산은 5∼28%까지 떨어진 82∼94%대에 머물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전자제품의 수출가격이 이제 일본산보다 높아져 그동안 우위에 있던 가격경쟁력마저 상실했다는 얘기이다.

물론 TV용 브라운관(CPT)이나 인쇄회로기판(PCB)은 우리나라 제품이 일본산에 비해 가격경쟁력 면에서 여전히 우위를 나타내고 있어 다소 위안은 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목인 가전제품의 가격경쟁력이일본에 밀리고 있다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둔화되고 있는 수출전선을 더욱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우려된다. 우리나라가 일본처럼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고급 제품보다는 중저가의 범용제품 위주로 수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전자진흥회의 두나라 수출가격 경쟁력 분석이 단순히 수출가격을 비교한 것이어서 신뢰성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는가격상 문제일 뿐 큰 테두리에서의 종합적인 수출환경 평가에는 참고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데 이의가 없다.

실제 일본산 제품에 비해 수출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가전제품의 수출이올들어 5월말까지 33억2천4백만달러로 전년대비 7.7% 늘어나는 데 그친 것이이를 잘 말해준다. 특히 하반기 수출전망도 5.3% 증가한 43억3천만달러에 그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추정하고 있어 가격경쟁력이 수출에 얼마나 큰영향을 미치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우리나라 전자제품의 수출가격 경쟁력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까닭은 두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엔화가 크게 절하되면서 일본업체들이 환율 변동폭만큼 제품 수출가격을 떨어뜨렸기 때문이며 다른 하나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대한 대비를 소홀히 한 탓으로 풀이된다. 일본 업체들이 환율변화에 따라 전자제품의 수출가격을 조정해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우리나라 제품에 비해 경쟁력이 있는 제품에 대해서는 물량조절로 수출가격을 올리는 등 일본 기업들이 양면전략 구사를 통해 우리나라 전자업체들의수출경쟁력을 압박해 왔다.

이렇게 볼 때 우리나라 전자제품의 수출가격 경쟁력 약화는 수출부진을 더욱 심화시키기 때문에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정책당국은 환율·금리 등 거시경제 변수들을 하향적으로 안정시켜야 하며 특히 환율이 현재수준에서 더 이상 평가절하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해외투자에 적용되는자기자본 의무비율의 조정 등 규제를 완화, 국내 전자업체들이 해외 직접투자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절실하다.

기업의 경우 수출가격 인하의 여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생산성 향상과 원가절감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특히 국제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제품의 개발 및 시장차별화 등 적극적인 수출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출범으로 대표되는 무한경쟁의 새로운 국제경제 질서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가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라는사실은 정부와 기업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상식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세계화를 국정지표로 삼아 추진하고 있고 기업도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갖가지노력을 경주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이 어느 정도는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우리만의 평가일 뿐 선진국이나 경쟁국들의 성과에 비교하면 우리의 국가경쟁력은 오히려 자꾸 뒤떨어지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진정한 경쟁력은 호경기 때보다는 불경기 때 나타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