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수면위로 떠오른 한국통신 민영화 (중);배경

최근 개인휴대통신(PCS), 발신전용휴대전화(CT2)등 무선통신서비스 사업에새로 진출한 한국통신이 일선 전화국을 무선통신기기의 마케팅창구로 삼을계획이라고 하자 관련업계에서는 코웃음을 쳤다.

PCS, CT2사업에서 한국통신과 경쟁하게 된 기업들은 아예 한국통신을 경쟁상대에서 제외해 버렸다.

전화국과 삐삐 대리점이 CT2 가입자 유치경쟁을 벌일 경우 누가 이길 것인가라는 질문은 우문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런 사정을 정작 한국통신 스스로는 모르고 있거나 알아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공기업을 민영화하려는 이유는 공기업의 경영효율이 민간기업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한국통신도 마찬가지다.

공기업의 경영효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공기업의 대부분이 오랜 독점체제에길들여져 왔기 때문이다. 독점체제는 방만한 경영과 무사안일을 낳고 이른바「안정된 직장」은 조직의 노령화를 초래한다.

물론 한국통신도 조직내에 물든 관료주의와 무사안일주의를 깨고 경쟁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연초부터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나서고 하부조직으로 권한을 이양하는 작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기업이 떼지어 몰려들고 있는 시장상황에서 정부투자기관이 갖는 한계는 너무도 분명하다.

정부는 물론 한국통신도 이같은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민영화에 있다고 생각한다. 설사 경영권이 민간기업에 넘어가는 데까지 이르지는 않더라도 정부투자기관의 족쇄만 풀 수 있다면 상당한 경영효율을 이룰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한국통신 공정대책실이 간추린 「규제완화 개선 요망사항」을 보면시급히 개선돼야 할 규제의 종류가 전기통신관련법 6건, 정부투자기관 관리기본법 10건, 기타 5건 등 모두 21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에는 경영목표설정, 경영평가, 이사회운영, 임원임명, 예산편성등 정부의 포괄적 경영권 참여문제를 비롯해 연구기관 지원의무, 통신설비설치승인, 기종선택권, 겸업제한, 구매제도, 전파사용료, 정보통신진흥기금출연 등이 망라돼 있다.

한 마디로 한국통신은 신규 사업자 육성이라는 명분 하에 불공정한 경쟁환경을 강요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간기업과 비교해 정부투자기관이 갖는 불이익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한예로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한국통신 선로기술연구소 토목기술연구팀은 워크스테이션 한 대를 구매하는 데에 8개월이 넘게 걸렸고 통신망연구소도 PC를구입하는 데 5개월이나 걸렸다.

경쟁사가 엄연히 존재하는 데도 광고문구하나 마음대로 쓸 수가 없다. 정부투자기관이 시행하는 광고는 공보처가 사무위임한 언론회관에서 통제하고있기 때문이다.

경쟁회사와의 계약문제도 하나부터 열까지 정부가 간섭한다. 정부가 역무별 회계분리를 요구하지만 적자가 심각한 부문에 대한 적자분담금이 경쟁업체에게는 면제되고 있는 것도 한국통신의 큰 불만이다. 한국통신은 시내전화, 114등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데도 오히려 데이콤 등 경쟁업체에게역보조를 해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경영효율화를 위해 분가해 놓은 자회사들도 정부의 통제를 받기는 마찬가지다.

정보통신부의 국장, 과장급 공무원은 상법상 주식회사인 한국통신 출자회사에 당연직 이사로 선임된다.

한국전화번호부는 통신업무과장과 법무담당관이, 한국통신기술은 통신진흥과장이, 한국통신진흥은 전산망과장이, 한국공중전화관리와 한국통신카드는통신업무과장이, 한국TRS는 전파기획과장이 당연직 이사다.

이처럼 본사부터 자회사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장악하고 있는 현상황에서는경쟁환경에 대처하기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게 한국통신 직원들의한결같은 주장이다.

이것이 경영효율이 떨어지는 데 대한 한국통신의 핑계인지 아니면 실제로한국통신이 보유한 엄청난 잠재력을 정부가 썩혀두고 있는 것인지는 민영화이후의 결과가 말해 줄 것은 분명하다.

<최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