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의식의 교각 (232)

『아뇨, 당신은 내 사랑에 끼도록 되어 있었어요. 정말 난 괜찮다는 걸 알리고 싶었어요. 하지만 상황이 도저히 허락하지 않았죠. 아버님의 적들에게알리는 꼴이었을 테니까요. 내가 없어지니까 더 이상 협박이 불가능해졌었죠.』

『어쨌든 그자들 손에 아버님은 넘어가지 않았소?』

『그래요. 아버님을 찾으라고 프랭크를 채용한 사람은 바로 나였어요. 당신은 물론 모르고 있었겠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것 알아요. 하지만 아버님께는 너무 늦었었죠.』

『그때라도 내게 알려주지 그랬소? 살아 있다고 말이오.』

고비는 아직도 그녀를 믿고 싶어한다. 최소한이라도 말이다.

『그때만 해도 난 벌써 사토리 프로젝트 때문에 하라다 밑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그것이 전세계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모를 거예요. 우린 시간과줄다리기를 하고 있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요.』

수수께끼 같으면서도 따뜻한 눈길로 그를 바라본다.

『누가 부르는군, 기미코.』

어떤 남자가 동굴 안에서 묻는다.

『거기 누구지?』

『카즈오 선생이에요.』

기미코가 고비에게 속삭인다.

『곧 들어갈게요, 사부님.』

안으로 소리친다.

『들어가요. 만나뵈야 해요.』

동굴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기미코는 손을 고비의 팔에 얹는다.

『프랭크, 날 용서하기 어려울 거라는 것, 잘 알아요.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났고, 정말 많은 것이 얽힌 과거예요. 하지만,』

따뜻한 미소를 짓는다.

『원한다면, 우리 다시 시작할 수도 있어요.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에 대해아세요? 우리가 할 일은 기원하는 것뿐이라구요.』

『알고 있소, 기미코.』

고비가 무거운 마음으로 답한다.

『그 나무에 대해선 나도 들어봤소. 하지만, 솔직히 지금 현재로서는 우리소원을 다 써버린 것 같소.』

*홀로그램에서보다 훨씬 마르고 수척해 보였지만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백발과 디자이너 안경만은 그대로인 것이 마치 카즈오 하라다 카탈로그에서 막튀어나온 것 같다.

그의 옆에는 차 한 잔이 놓여 있고, 히바치 화로 위에는 작은 주전자가 김을 내뿜는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작업중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