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디지털TRS 표준화작업 갈팡질팡

디지털 주파수공용통신(TRS)표준화 작업이 「현실」과 「이상」사이에서표류하고 있다.

한국통신기술협회(TTA)산하의 「TRS표준화 평가소위원회」는 지난 27일 제4차회의를 열고 최종 표준안을 의결키로 했던 당초 계획을 무기한연기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디지털TRS장비를 표준화 하기 위해 필수적인 시스템 회로복사 등의 문제에 대해 모토롤러·지오텍·에릭슨社 등 외국장비업체들이 기술사용 양허각서(MOU)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는 소위의 연기 결정으로 지난 해 3월부터 1년 3개월 이상 끌어온 디지털 TRS 표준화 작업이 사실상 무산된 분석하고 있다.

당초 정부가 TRS분야의 표준화를 추진한 목적은 황무지나 다름없는 이 분야의 기술 개발을 촉진키 위한 것이다.

기술개발을 원하는 장비 제조업체들이 표준 장비업체들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국산화를 추진하고 통신사업자들이 표준화된 장비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정통부의 이같은 시나리오가 삐걱거리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TRS 사업권 허가와 표준화 작업이 별개의 사안으로 추진되면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전국TRS사업자로 선정된 아남텔레콤이 주파수도약다중접속(FHMA)방식의 장비를 제안해 사업권을 획득했으나 표준화 위원회에서는 모토롤러社의 아이덴장비가 최고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을 방치할 경우, 모토롤러의 아이덴 프로토콜로 국가 표준을정해놓고 정부의 사업권 허가를 받은 아남텔레콤은 지오텍의 FHMA 프로토콜로 서비스를 시작하는 「표준 따로,서비스 따로」란 어이없는 일이 벌어질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결국 정부나 TTA가 「TRS표준화 무기한 연기」라는 궁여지책의 카드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입장으로 몰렸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모토롤러의 아이덴 프로토콜을 국가 표준안으로 채택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여기기는 어렵다.

전통적으로 모토롤러社는 시스템보다는 단말기분야의 기술 노하우가 많은업체다.이번 표준화작업 과정에서도 모토롤러측은 한국측에 상당한 기술이전을 약속한 상태다.그러나 국내 장비제조업체들에게 필요한 시스템부분,즉 오픈 프로토콜이 완전치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美 모토롤러社의 장비중 가장 중요한 시스템분야의 원천 기술은 캐나다노텔社가 소유하고 있어 섣불리 아이덴장비를 표준안으로 채택한다고 하더라도 노텔社가 기술특허사용권을 양해하지 않을 경우 표준화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한마디로 표준화를 통해 기술개발을 촉진하려던 당초의 의도가 자칫하면이들 외국장비업체에게 TRS산업 전체가 종속되는 결과를 불러올 가능성이적지않다는 설명이다.

아무튼 디지털TRS의 표준화작업은 여러가지 상황으로 비춰볼때 순탄하게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표준화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디지털TRS표준화 논의는 어떤식으로든 진행될 것』이라면서도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표준안 채택이 상당한 무리가 따른다』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TRS표준화 작업은 복수 프로토콜은 모두 채택하는 「복수 표준화」와 표준안을 채택하지 않는 「비표준화」중에 하나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김위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