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초고속망 허가조건 완화 배경

정부가 초고속망사업 허가조건을 대폭 완화키로 한 것은 기업들의 참여 열기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서비스분야의 경쟁체제 구축에 이어 정보통신망 사업에서의 경쟁도입 방안이라 할 수 있는 초고속망 사업은 통신사업 참여기회를 노려 온 기업들에게 또다른 황금알로 여겨질 것이라는 게 당초 정부의 예상이었다.그러나 당초 초고속망 사업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온 상당수의 기업들이 최근들어 사업 참여에 강한 의욕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참여추진 기업들이 초고속망 사업을 속빈강정으로 판단하고 있는이유는 지금까지의 다른 통신사업과 마찬가지로 자유로운 사업참여가 힘들도록 규제가 심한 데다 사업전망도 불투명하다고 판단하고 잇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보통신부는 원래 정보화촉진기본법을 제정하면서 초고속망사업자는 전기통신사업법, 종합유선방송법 등에 규정된 지분제한 등의 규제를 받지 않도록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방침이 국회 입법과정에서 무산됨으로써 초고속망사업도 지분제한(대주주 3분의1이상 소유 금지, 유선통신은 10%미만)을받게 된 것이다.

더욱이 초고속망 사업 자체도 그다지 매력적인 사업이 못 된다는 것이 기업의 판단이다.

한 기업이 이 분야 사업타당성을 검토한 결과 초고속망사업의 예상 손익분기점은 2010년경에나 달성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엄청난 투자비를 소요하는반면에 사업지역이 좁고 시장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정보통신진흥협회가 지난 달 초 정보통신부에 제출한 건의서에 따르면 사전 예시된 2백26개 초고속망 사업지역 가운데 기업의 투자를 유도할 만한 사업성이 있는 곳은 8개 공단, 2개 공항, 4개 항만 등 모두 14개 지역에 불과한 것으로 지적됐다.

공단은 한국수출산업공단을 비롯해 남동, 반월, 시화, 구미, 창원, 울산미포, 대구성서 등이 사업성이 있는 지역으로 거론됐으나 한국수출산업공단은부평, 구로, 주안 등으로 분할돼 사업접근이 어렵고 구미, 남동, 반월 등도대기업이 입주해 있어 다른 대기업이 사업권을 획득할 경우 서비스 제공이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김포공항, 신공항 등 2개 공항 지역도 기존 공항관리공단이 있어 초고속망사업자의 접근이 쉽지 않으며 부산, 인천, 마산, 포항 등 4개 항만 지역도야적장, 창고, 방파제, 부두시설 등을 제외하면 실제로 서비스할 지역이 협소하다는 게 정보통신진흥협회 건의서의 골자이다.

이처럼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초고속망사업이 기업의 외면을 받을지경에 처하자 정보통신부가 그동안 기업이 제기해 온 요구들을 거의 대부분수용키로 한 것이다.

정보통신부의 한 관계자는 『법을 개정해야 하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모두수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한 법 부분도 가능하면 조기에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고속망사업의 근본 취지가 기업의 참여를 확대하는 것이니만큼 기업의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보통신부는 더 나아가 기업들이 투자에 따른 위험부담을 덜어줄 수 있도록 기술 및 투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각종 세제지원 혜택도 제공할 방침이다.

정보통신부의 한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기존 독점사업자인 한국통신과의경쟁에서 불리한 처지에 빠지지 않도록 배려하는 조치도 취할 방침』이라고강조하고 있다. 정부가 초고속망 사업에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위해 어떤 새로운 방안이 마련될지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최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