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의 세계에 머물러 있던 양자론을 전자산업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원자·전자·광자 등과 같은 미세 물질의 세계인 양자세계의 현상과 법칙을 반도체·레이저 기술 개발에 활용, 획기적인 진보를 달성코자 하는 노력이 경주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반도체의 경우, 원자나 전자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중요한 의미를갖는 단계가 곧 다가올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현재의 기술발전 속도에 비추어 오는 2010년께면 반도체 회로선폭이 0.1미크론 수준에 도달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 수준에 도달하면, 각각의 극소수 전자의 움직임이 전기신호로 나타나게돼 전자 하나를 더하거나 빼는 데 따라 전기신호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것이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양자의 세계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 현재 심도 있게 연구되고 있는 것은 이른바 「양자점(퀀텀 도트)」 구조다.
양자점은 개개의 전자를 담을 수 있는 미세 공간으로 20(1는 10억분의 1)의 크기를 갖는다. 따라서 하나의 핀머리에 수십억개의 양자점을 올려놓을수 있다.
과학자들의 궁극적인 핵심 연구과제는 양자점을 이용해 단일 전자의 흐름에 따라 온/오프의 전기신호를 내는 트랜지스터를 제조하는 데 있다.
이 연구가 결실을 맺게 되면 반도체 제조방법에도 상상할 수 없는 변화가이루어질 것이 확실하다.
반도체 용량은 기본적으로 트랜지스터 집적도에 달려 있다. 따라서 양자점을 이용한 초미세 트랜지스터의 개발은 반도체 용량의 폭발적 증대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초미세 슈퍼컴퓨터의 개발을 가능케 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기대는 학계나 과학계는 물론 상업성을 추구하는 기업들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미쳐 양자세계에 대한 연구를 촉진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텍사스 인스트루먼츠·IBM·휴렛패커드·모토롤러 등 세계적으로 내로라 하는 기업들이 대거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이 분야 연구에 나서고 있다.
이들 역시 연구의 초점은 양자효과에 부합하도록 미세한 전자의 움직임을제어하는 기술개발인데, 양자점 구조가 그것을 가능케 할 것으로 예상하고있다.
일정한 성질을 갖춘 원자로부터 양자점 구조를 형성하게 되면 이 구조내에전기 전도기능을 하는 자유전자를 가둘 수 있고, 또 이 자유전자는 외부에서에너지의 충격을 가하지 않는 한 구조 내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
이 원리를 활용해 현재 개발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로 양자井(퀀텀웰)레이저를 들 수 있다.
양자정 레이저는 서로 다른 물질 층 사이에 얇은 반도체 물질층을 형성하는 방법으로 만들어진다. 양자정에 갇힌 전자는 양방향으로만 움직이는 특성을 갖게 되며, 그 결과 적은 동력을 소모하고도 기존의 레이저에 비해 더 많은 빛의 생성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벨연구소의 경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전자의 양방향 이동을 단방향화해 빛의 생성량을 더욱 증가시킨 양자선(퀀텀 와이어) 레이저를 연구하고있다.
이 연구소의 로렌 파이퍼 연구원은 양자선 레이저가 개발되면 통신분야에획기적인 기술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통신 선로상에서 레이저 펄스를 재생하기 위해 일정 간격으로 배치하고 있는 값비싼 중계기 수를 훨씬 줄일 수 있는 등의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궁극적인 목표인 양자점 구조형성이 가능해지면 이같은 양자선보다도 더 많은 기술상의 진보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자 제어가 면(양자정)에서 선(양자선), 점(양자점)의 단계에서 이루어질수록 그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술상의 어려움 때문에 아직까지 양자점 레이저는 개발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현재 시도되고 있는 양자점 구조형성 방법은 반도체에 기둥을 새기는 것과상단부에 양자점 클러스터(집단)를 증착시키는 것 등 크게 두 가지로 볼 수있다.
뉴욕주립대 연구진은 이같은 방법을 사용해 양자점 구조의 메모리칩 샘플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메모리칩은 이론적으로는 1테라비트(1조비트)의데이터까지 저장하는 것이 가능하다.
양자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기기들은 초저온 상태에서 작동하면서 미세한열 변화에도 제기능을 못한다는 것이 그동안의 과제였다. 그러나 이 문제도최근 들어 스탠퍼드 대학의 전자기술연구소가 상온에서 작동하는 단일전자트랜지스터의 제작에 성공,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문제가 남아 있다. 속도 변경이 느리고 표류전자에 의해 단일전자가 계획된 경로에서 이탈하는 것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이에 대한 해결방안이 다각도로 모색되고 있으나 활용 가능한 방안을찾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양자점 구조의 반도체 개발로 핀크기의 슈퍼컴 제작 등전자산업의 새로운 전환기가 도래할 것임을 확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