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객지향 통신서비스 확립해야

고객의 입장에서 상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고객지향적인 마케팅 활동은이미 전산업분야의 판매전략으로 자리를 잡은지 오래다. 기업은 상품을 생산하고 고객은 이를 소비하는 단순한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에서 벗어나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기 위한 방법을 도입하지 않고서는 첨예한 경쟁환경에서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이다.

통신서비스 분야만큼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를 외면해 온 업종도 드물다. 통신사업자들에게 마케팅전략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것이 사실이다. 수십년간 통신서비스사업이 독점체제로 일관한 관계로 독점의 논리가 그대로 통신서비스사업에 적용된 셈이다. 물론 최근들어 국제전화나 무선호출 등 일부통신서비스 분야에 경쟁체제가 도입돼 고객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다양한서비스의 개발과 상품화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통신서비스는 아직까지 특정 사업자의 독점적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같은 통신서비스 분야의 독점형태가 최근들어 새로운 전환기에접어들고 있다. 최근들어 국제전화나 개인휴대통신(PCS) 등 통신서비스 분야에 27개에 달하는 신규 통신사업자가 선정돼 본격적인 경쟁체제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앞으로는 누구나 통신서비스사업의 자유로운 진입이 가능하고 오는 98년에는 외국의 기업들도 국내에서 통신서비스사업에 나설 수 있어 통신서비스시장 개방은 바로 코앞에 다가오고 있다.

이같은 맥락에서 통신서비스시장의 경쟁 확대는 국내 통신서비스사업자를비롯해 통신시스템 및 단말기생산업체, 관련 연구기관 등 전체 통신산업계에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은 당연하다. 특히 통신서비스업체들의 경우 이제까지의 낙후된 마케팅 활동으로는 한층 격화하고 있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없음은 불문가지다. 종전처럼 낙후된 통신사업자들의 서비스방식이나 국내에몇몇 신규 통신사업자들을 선정하는 제한적 경쟁체제로 선진 통신사업자들의국내 시장진출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최근들어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는 이동전화서비스를 보면 이같은 사실은단적으로 드러난다. 올들어 이 분야 서비스에 본격적인 경쟁체제가 도입됐으나 아직도 서비스 품질은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통신사업자들은 서비스시기를 계속 연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국적인 서비스 제공을 이행하지 않아상당수의 이용자들이 가입을 해지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비해 오래 전부터 자유로운 시장경쟁체제를 갖춘 미국의 경우 통신서비스 분야 역시 우리보다 한 발 앞서 고객지향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있다.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통신서비스의 품질 향상을 물론 다양한요금인하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따라서 이 분야의 시장이 본격 개방될 경우 국내 사업자들이 나름대로 시장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시 된다. 이같은 상황은 비단 통신사업자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통신시스템 및 단말기 분야도 앞으로 더욱 드세질 시장 개방의 시기에 자생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한층 배가되어야 한다. 외국기업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문턱이 더욱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기때문이다.

통신서비스는 물론 통신시스템 및 단말기 분야의 연구개발도 이제는 고객만족을 실현할 수 있는 쪽으로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실현하고 보다 고객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통신서비스의 개발과 보급이 시장개방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최근들어 정부차원에서도 통신분야의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마련하는 등 통신사업의 경쟁 확대에 따른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통신사업이 「황금의 알을 낳는 거위」라는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시장 개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실질적인 경쟁체제를 갖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 통신서비스분야의 시장 변화를 계기로 소비자 위주의 기업윤리 확립이 무엇보다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