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의식의 교각 (240)

리미의 눈은 매개자의 눈을 찾는다. 자비는 이미 받았으므로 구하지 않는다. 그것은 빛을 본다. 어둠 속의 빛, 자신의 파멸의 기적 속에 있는 빛을.

산들이 사라지고 리미는 이제 돌아선다. 벼랑을 건너 저 산봉우리를 쫓으려 서두른다. 계곡에까지는 갈 시간이 있을 것이다.

원숭이는 광적으로 이를 부딪친다. 그것은 자신의 홀로그램 운명에서 자유로워지고 있다. 그것은 세계를 파괴하고, 소유하고, 팔기 위해 왔었다. 그리고 이제.

평화 속에 가거라.

고비는 절한다.

너희 둘 다.

그는 꿈을 떨치듯 고개를 흔든다. 의식이 있는 꿈이 의식있는 각성으로 이어질 때, 그때가 바로 아침의 창조적인 에너지가 숙명의 신을 만나는 때이다. 사고가 육체를 앞서간다.

고비는 눈을 뜨더니 깜박인다.

『야즈!』 하며 미소짓는다.

그는 어느 사무실의 간이침대 위에 누워 있다. 이제서야 생각이 난다. 그는 채드위크의 사무실에 있는 것이다.

『너무 갑자기 일어나시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야즈의 손이 그를 저지한다.

『뭐라고요?』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는 어떤 자극적인 차를 한 잔 건네준다.

『이걸 드시죠.』

받아 마시자 새로운 힘이 솟는다. 고비는 일어나 앉는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요? 여기서 뭘 하는 거죠?』『박사님을 따라왔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만요. 박사님은 아주 먼 곳에다녀오신 것 같더군요.』

『채드위크는 어디 있소?』

야즈는 방 한구석의 사우나같이 생긴 바이오팩스 상자를 흘끗 쳐다본다.

상자는 비어 있다.

『본국에 전화하러 갔습니다.』

야즈가 씨익 웃는다.

『조수도 같이요.』

『그래요.』

고비가 다시 눈을 깜박거린다.

『야즈, 뭐 달라진 것 없소?』

『달라진 것이라뇨?』

『오늘 아침에 말이오.』

『있죠.』

야즈가 다시 미소짓는다.

『마침내 박사님이 깨어나지 않으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