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 하락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올초부터 이상 조짐을 보이면서 경기 논쟁을 불러 일으켰던 반도체 시황이이젠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몇주새 들어온 세계 반도체 관련소식을 보더라도 반도체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순익 감소, 생산 감축, 감원, 주가 하락 등 유쾌한 소식은 거의 찾아 볼수 없다.
미국의 내셔널 세미컨덕터가 지난달, 오는 8월까지 3억달러를 투자해 구조재편 작업을 벌일 계획이라고 발표한 이후 어드밴스트 마이크로디바이시스(AMD), 사이프러스 등 상당수 미국 업체들이 순익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반도체 경기에 대한 불안이 필립스의 주가를 크게 끌어 내렸고일본에서는 후지쯔,히타치 등 주요 업체 대부분이 반도체 생산 계획을 하향조정한다고 발표했다.
한국과 대만 업체의 상황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때문에 올해가 90년대 세계 반도체 산업 최악의 해로 기록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 회사인 패스파인더 리서치는 지난해 1천4백40억달러로 42%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던 세계 반도체 시장 판매액이 올해는 오히려 9%가량하락할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특히 D램 업계에 대한 전망이 암울하다. 무려 36%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다른 시장 조사 회사들도 패스파인더의 전망이 지나치게 비관적이라고 보고 있지만 반도체 시황이 최근 몇년간 계속된 호황기에 예견됐던 것처럼 낙관적이진 못하다는 데 견해를 같이 하고 있다.
반도체 업체들은 그동안 반도체가 대부분의 산업에 광범위하게 쓰이기 시작했다며 반도체 사이클의 종말과 두자릿수의 고도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낙관해 왔다.
그러나 지난 한해 내내 1.00을 상회했던 반도체 경기 선행 지표인 BB율이올들어 하락하기 시작, 지난 4월엔 0.79까지 떨어지는 등의 사태가 발생하자이같은 낙관론은 점차 설 땅을 잃어 가고 있다.
다만,최근 경기 하락이 수요 부족에서가 아니라 공급측면에서 야기됐다는점에서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반도체의 주요 수요 부문인 PC 시장이 지난해의 25.6%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올해도 19%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마이크로프로세서, 로직 등을중심으로 경기가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마이크로프로세서 생산업체인 인텔은 지난1.4분기에 46억달러의 매출액에 9억달러의 순익을 낸데 이어 2.4분기에도 비슷한 실적을 올릴 것으로예상되고 있다. 마진율도 50%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S3, 자일링스,애널로그 디바이시즈,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 등 고마진 특수 칩을 생산하는업체들도 3분기말까진 판매 실절이 상승세를 띨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삼성과 일본의 NEC, 히타치 등 3대업체를 비롯한 D램제조업체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스폿 시장의 반도체 가격이 지난 11월 이후 75%나 급락하는 등 불안한 장세에 영향을 받아 이들 아시아 업체들의 순익은 40∼5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같은 경우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이 회사는자사 회계연도 2.4분기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74%나 감소했다.
D램 업체의 이같은 상황은 특히 로직 등 非메모리 제품의 가격 하락으로이어질 가능성까지 내포하고 있다. D램의 가격 하락으로 비메모리 제품으로의 생산 전환을 꾀하는 업체가 늘어나면서 다른 분야에서의 공급 과잉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토롤러가 최근 두곳의 공장 확대 계획을 연기한 것도 이런 상황과 맥을같이 한다.
따라서 현재의 불안한 반도체 경기를 회복시키는 열쇠는 D램의 시장 상황을 얼마나 빨리 안정시킬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최근의 D램 업계의 증산 계획 축소 움직임도 이런 상황적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내년 건설 예정인 반도체 공장만도 50개에 달하고 이중상당수가 D램 생산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D램 공급 과잉으로 야기된 반도체 경기의 전반적인 불안 요인은 상당기간 잠복할 가능성이 여전히존재하고 있다.
<오세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