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가 사회의 주요 통신수단의 하나로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최근 휴대전화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휴대전화 전자파문제는 인체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인체 관련장해」와 인간이 사용하는 전자기기에 미치는 「기기 관련장해」 등두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인체 관련장해」란 휴대전화의 전자파가 뇌종양·생식기능 약화 등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또 「기기 관련장해」는 휴대전화 전자파가 다른 전자기기에 영향을 미쳐 오동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휴대전화의 출하대수가 1천만대를 넘어선 일본의 경우 이 전자파 장해문제가 이제 본격적인 사회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지난 93년 1월 미국 플로리다州에서 부동산업을 하는 한 중년남자가 『아내가 뇌종양으로 죽은 것은 일본 NEC가 만든 휴대전화에서 발생한 전자파가그 원인』이라며 그 제품을 생산한 NEC아메리카와 美 GTE社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소송은 아직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이사건을 계기로 많은 일본인이 휴대전화 전자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또 영국 「선데이타임」紙가 지난 4월14일자로 보도한 「위험, 휴대전화가당신의 뇌를 공격하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일본에 소개된 것도 전자파문제를 사회문제화하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이 신문은 「쥐를 가지고 실험한 결과 휴대전화에서 발생하는 마이크로파가 뇌 내부의 DNA를 분열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 DNA분열은 파킨슨,암 등과 같은 병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휴대전화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은 이미 많은 실험을 통해 입증되었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부분이 휴대전화의 경우 방출되는 마이크로파의 대부분이 인간 두뇌에 흡수된다는 점이다.
전자파는 양의 차이는 있지만 휴대전화뿐 아니라 대부분의 전자제품에서발생한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전자레인지의 경우 휴대전화보다 더 강한전자파를 발생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대전화 전자파문제가 새삼 대두되는 이유는 휴대전화는 전자레인지 등과 달리 사람의 머리에 밀착해 사용하는 제품일 뿐 아니라 사람이 활동하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휴대전화 전자파의 위험을 어느 정도 인정해 안테나부분과 머리의 거리를 2.5㎝ 이상 유지하면서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휴대전화의 전자파는 이처럼 인체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 외에 다른 측면에서도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불필요한 전파가 다른 전자기기에 영향을 미쳐 오동작을 발생시키는 현상인 전자파장해(EMI)가 바로 그것이다. TV 가까이에서 청소기를 사용하려고전원을 넣으면 TV화면이 일그러지는 현상이 종종 일어난다. 이는 청소기에서나오는 전파가 TV에 장해를 일으키기 때문인데 이같은 현상은 특히 무선전화기와 자동문 등에서 자주 발생한다.
최근 일본에서 발생한 전자파 장해사고가운데 생명과 관련된 예로 자동변속 자동차의 급발진·급가속에 의한 사고를 들 수 있다. 대부분의 이런 사고가 운전자의 브레이크나 엑셀러레이터 오동작때문으로 이해되고 있으나, 다른 전자기기로부터 나오는 전자파가 자동차의 자동제어장치에 영향을 주어발생하는 사고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행기의 이착륙시 휴대전화 및 휴대형 TV·라디오 등의 사용을 금지하는 이유도 이같은 전자파장해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더구나 이 전자파장해가 인체의 생명과 직결되는 병원에서 의료기기 오동작사고를 일으켜 주목된다.
지난해 4월 일본의 한 종합병원에서 혈액공급펌프의 작동이 멈추는 사고가발생했다. 조사결과 휴대전화의 전자파가 기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 사고는 생명과 직접 관련된다는 점때문에 사회문제로까지 확대됐다.
전자레인지·휴대형 TV 및 모니터 등도 전자파를 발생하는 전자제품이기는하지만 이들 제품을 들고 병원을 드나드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휴대전화의 경우 이들 제품과 달리 항상 사용자와 함께 따라다니며 사용장소도 광범위하고 자유롭다. 또 휴대전화의 전자파는 통화시에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휴대전화는 수시로 기지국에 자기위치를 알리는 발신신호를 보내기 때문에 통화하지 않을 때에도 전자파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같은 전자파가 의료시설의 각종 진료·검사기기에 영향을 미쳐 치명적인 상황으로 몰고 갈 수있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도 유사한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이때문에 미국에서의료기기공업회가 맥박측정기와 같은 의료측정기 생산업체 부근에서는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지침을 마련하는 등 병원구내 및 측정기 생산업체 인근에서의 휴대전화 사용 규제움직임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우정성이 지난 3월29일 「휴대전화 등의 사용에 관한 잠정지침」을 마련했다. 이 지침은 올해 검증을 거쳐 내년 3월 정식 발효된다.
우정성 발표에 따르면 의료용 전자기기 2백21개 기종을 대상으로 영향측정을 실시한 결과 휴대전화에 의해 전체의 62%에 달하는 1백38개 기종에 이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방사선기술학회와 방사선기기공업회가 공동으로 실시한 동경 의료기관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휴대전화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규제를 가하고있는 병원이 올해초 현재 약 47%에 이르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처럼 정부에의한 대책이 마련되기 이전부터 이미 의료기관에서 자주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정통부·환경부·노동부 등을 중심으로 휴대전화를포함한 전자기기 전자파노출 허용기준제정, 전자파장해(EMI), 전자파내성(EMS)을 망라하는 종합적인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휴대전화는 이제 개인휴대통신 보급과 더불어 「1인 1대」시대를 눈앞에두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휴대전화의 전자파는 TV·컴퓨터 모니터·전자레인지 등 다른 전자기기 전자파문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심각한 사회문제로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심규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