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재계 회의결과를 보고

한·미 재계회의가 지난 10일부터 3일간 서울에서 열렸다. 미국이 통신·자동차를 포함한 전자산업전반에 걸쳐 통상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는 가운데 9번째로 열린 이번 회의에서는 양국의 주요 기업인들이 양국간 여러가지 통상현안과 협력강화 방안 등에 관해 심도있게 논의해 과거 어느 재계회의보다그 의의가 큰 것으로 평가 되고 있다.

특히 전체회의에 뒤이어 기술 및 제조·서비스·지적재산권 등 3개 분과위원회로 나눠 개최된 이번 회의에서 지재권에 관한 美 통상법 301조상의 우선감시대상국에서 규제강도가 한단계 낮은 감시대상국으로 낮춰주도록 미국 정부에 요청키로 합의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한국이 지재권 보호분야에서 큰 진전을 이룩한 사실을 감안해 동회의 지재권분과위원회가 이같이 의견을 모은 것은 매우 적절한 조치라 하겠다. 이는미국측 대표들도 한국의 지재권 보호노력이 상당한 진전을 보였음을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미국정부의 대외통상정책에 비추어 우리는 이에 안심할수 없다.

미키 캔터 美 상무장관은 지난 6월말께 방한시 지재권 보호를 강력히 요구한 데 이어 당시 아시아 3국 순방을 마무리하면서도 역시 이 지역 지재권침해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이의 근절책을 요구했다. 이것은 지난 몇개월 동안끌어온 중국과의 지재권 보호협상이 일단락되자 이제부터는 이 지역에 대해지재권 보호를 위한 적절한 통상조치를 취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할수 있다.

우리는 지난달 미국과 중국간의 지재권보호협상이 시한 마지막 순간까지팽팽하게 맞섰던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강경하고도 집요한 공세와 중국의 의연한 대응으로 무역보복 제재에 까지 이를 뻔했던 양국간의협상은 일단 극적으로 타결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지재권 보호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합의내용은 중국이 해적판 CD공장들을 폐쇄하고 지재권 위반행위를 지속적으로 단속하는 한편 중국의 음악·영상시장에 대해미국기업의 참여기회를 확대한다는 것 등으로 미국은 앞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른 아시아국가들에 대해 이와 유사한 규제를 가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우리는 지재권 보호와 관련한 미국의 통상압력에 대해 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다.

우선 이번 한·미 재계회의에서 규제강도를 낮출 것을 요청했다 하더라도미국정부가 이를 수용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이며 또 설령 이를 받아들여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다 하더라도 이를 재검토할 가능성은 언제나 상존한다는 점에 우의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지난 수년동안 강력한 대외통상정책을 펴왔고 오는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최근들어서는 우리나라에 대한통상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맥락에서 미국은 우리의 지재권보호 노력을 예의주시하면서 상황에 따라 이문제를 다시 들고 나올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는 미국의 지재권보호제도를 보다 깊이 연구하고 그에 대한이해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미국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자기들의 제도나 원칙을 가지고 상대국가에 적용하려는 자세를 취해오고 있다. 때문에 미국의지재권제도를 모르고서는 그와 관련한 통상압력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을 것이다.

또 이번 한미재계회의와 같은 민간차원의 교류·협력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비록 이같은 회의가 행정적 구속력이나 정책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양국의 기업인들이 서로 공동 관심사에 대해진지하게 논의함으로써 상호 이해를 증진시킴은 물론 협력체제 구축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더욱이 미국의 대외 통상정책과 전략에는 기업의 견해가크게 작용하고 있는 메커니즘을 고려할 때 민간차원의 유대강화가 정책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나 미국의 지재권 보호관련 통상압력이나 제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우리 자신의 의지와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베른협약 가입신청을 낸 우리는 이제 지재권 보호분야에서도 선진화해야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