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美 애니메이션시장 대기업 각축장으로 변모

얼마전까지만 해도 중소기업의 각축장이었던 美 애니메이션시장은 오늘날대형기업의 시장선점을 위한 전쟁터로 변모하고 있다.

군소사업가들과 예술가들이 소자본으로 끌어오던 이 시장이 새로운 투자가치의 대상으로 떠오르면서 대기업의 기술제휴 및 합병이 시작되고 있다.

이제 애니메이션업계는 더이상 개인의 실력이나 기술만으로는 살아남을 수없는 대규모 사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애니메이션시장의 본격적인 변화는 웨이브프런트社가 IBM으로부터 TDI를인수한 93년부터 시작된다.

양사의 이러한 움직임은 주변의 관망자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웨이브프런트사는 신기술을 필요로 하고 있었고 TDI는 미국내 판매유통망의 구축이 시급했기 때문에 이들 두 회사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지난 94년 2월 애니메이션업계에서는 또다른 대규모 합병이 일어났다. 소프트이미지社의 설립자인 대니얼 랭그로이스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마이크로이미지社 매입제의를 선뜻 수락했다. 그는 소프트이미지의 사용자 저변확대에 MS의 협력이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기업합병은 꼬리를 물고 일어나 실리콘 그래픽스社도 알리아스社를인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공급하는 통합솔루션을 제공하기에이르렀다.

애니메이션부문에의 대기업 진출은 유닉스의 세계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인텔社의 펜티엄칩으로 무장한 윈도NT는 실리콘 그래픽스가 장악하고 있는애니메이션업계의 경쟁자로 등장했다.

데스크스테이션·넷파워·인터그래프·디지털 이퀴프먼트社 등은 강력한윈도NT 워크스테이션을 가지고 애니메이션업계의 새로운 주자로 부상하게 되었으며, 뉴텍이나 MS·오토데스크 등은 윈도NT를 기반으로 한 애니메이션용소프트웨어 기술을 속속 개발하고 있어 이들의 움직임도 업계의 중요한 관심대상이 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시그래프전시회에는 일본 소니社의 소니픽처 이미지워크팀이 인텔PC와 도스용 3D스튜디오 소프트웨어를 이용, 다양한 애니메이션 장면을 연출하면서 애니메이션은 더이상 유닉스시스템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증명해 보이기도 했다.

애플社는 최근들어 경영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매킨토시용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는 그 탁월한 기능으로 업계에서 아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애플社의 퀵드로 3D의 경우 매킨토시 사용자는 물론 윈도 사용자를 겨냥한 괄목할 만한 기술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같은 애니메이션업계의 계속되는 재편움직임에 대해 전문가들은 서로 상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그래픽스社의 알리아스社 인수결정이다.

실리콘 그래픽스의 인수동기는 매우 간단하다. 고객들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한 회사에서 일괄 구입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체제를 갖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실리콘 그래픽스의 이같은 설명은표면적인 것일 뿐이며 사실은 MS의 애니메이션시장 침투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전략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리콘 그래픽스의 시스템 사용자들은 이 회사가 알리아스를 인수함으로써업계에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고급기종의 가격하락은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편 실리콘 그래픽스의 플랫폼에서 운영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는사이드이펙트 소프트웨어·버티고·일렉트로GIG사 등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업체들의 움직임도 달라지고 있다.

자신들의 영업전략을 수정하고 있는 것이다. 실리콘 그래픽스에서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종에서 실행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장기계획으로 세웠던 버티고社는 이 계획을 1차적으로 해결해야 할 목표로 앞당기고 먼저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매킨토시에 이식하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이와 함께 애플社의 오픈 인벤터나 퀵드로 3D를 지원하도록 할 뿐만 아니라 가격하락정책도 실시, 오토데스크社의 3D스튜디오와 경쟁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가고있다.

실리콘 그래픽스의 알리아스사 인수직후 발표한 계획수정과 관련, 버티고측은 변화무쌍한 애니메이션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융통성있는정책을 펴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현재 이 회사가 고려해 볼 수 있는 정책으로는 오락시장에 편중돼 있는 애니메이션사업을 건축설계와 같은 非오락시장으로 도전하는 것과 다양한 기종과 운용체계에서 실행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호환성 개선 등을 들 수 있다.

일렉트로GIG사는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다양한 기종에서 실행될 수 있도록범용성에 비중을 두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회사. 현재 이 회사의 소프트웨어는 실리콘 그래픽스의 워크스테이션 이외에도 선·IBM·IIP社 등의 시스템에서도 실행되고 있으며 파워PC나 윈도NT용으로도 개발할 예정이다. 일렉트로GIG社는 3D시장에 대한 인터넷의 잠재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인터넷은 소프트웨어 유통경로를 바꾸어 놓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앞으로 소프트웨어의 호환성이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이드이펙트 소프트웨어社는 호환성을 중요시하는 버티고나 일렉트로GIG와는 달리 非실리콘 그래픽스 기종에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이식할 계획은 없다.

이 회사가 펼치고 있는 전략은 하이엔드 레벨의 시스템을 사용하는 엘리트를 겨냥하는 소수정예화정책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1만2천여대의 시스템에서만 사용되고 있는 사이드이펙트사의 소프트웨어는 앞으로도 이윤마진이 낮은 3D시장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대신 고급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프리미엄시장에만 중점을 둘 예정이다.

사이드이펙트社는 지난해 시그래프전시회에서 선보인 하운디니 소프트웨어의 개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소프트웨어는 획기적인 모델링 절차와 랜더맨 인터페이스를 개량함으로써 사용자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이는 올해 시그래프전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MS의 소프트이미지NT와 3D스튜디오 맥스는 3D애니메이션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는데 특히 3D스튜디오 맥스는 본격 윈도NT제품으로 하이엔드 애니메이션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제품은다른 제품에 비해 가격이 낮아 경쟁사들의 가격하락정책을 유도, 애니메이션소프트웨어의 새로운 가격질서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실리콘 그래픽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3D스튜디오 맥스가 NURBS를지원하지 않는 점이나 표면정렬기능 등 중요한 기능미비로 사용자로부터 지적을 받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가격이 낮은 대신 고급기능이 결여돼 있기때문에 사용자들은 문제해결을 위해 자사의 워크스테이션으로 다시 돌아올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리콘 그래픽스의 이같은 주장에도 일리는 있지만 그동안 이 회사가 점유하고 있던 3D애니메이션시장 독점시대의 막이 내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3D애니메이션시장의 판도는 올 8월에 열리는 시그래프전에서 발표되는 최신시스템과 소프트웨어들의 장단점이 명확히 나타나는 몇달 후 윤곽이 드러날것으로 예상된다.

뉴욕=이외정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