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PC 업계가 내우외환의 상태에 빠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지역 PC 시장의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 업체들의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면서 유럽 업체들을 괴롭히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업체는 파산 상태에 이르는 등 생존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는 독일의 PC 제조 및 유통 회사인 에스콤.
이 회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럽 전역으로 시장을 넓혀 16억달러의 연간매출액을 올리면서 유럽 제2의 유통 업체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지난해 중반 이후 이 지역 시장의 성장률 둔화와 가격 경쟁에 따른마진율 감소의 영향을 받으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잘 나가던 이 회사는 급기야 1억2천만달러의 적자를 내고 이달들어 파산보호 신청을 내기에 이르렀다.
이 회사외에도 많은 수의 크고 작은 유럽 업체들도 최근들어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잇다.
상황이 이처럼 갑자기 변화된 일차적인 요인은 유럽 시장의 성장률 둔화다.
작년 초반 30%에 육박했던 성장률이 하반기 이후 계속 둔화되는 추세를 보이면서 올해는 10%를 약간 넘는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PC 시장의 성장률 둔화는 미국 등 다른 지역에서도 일반적이긴 하지만유럽 업체들이 특히 더 고전하는 것은 10개 이상으로 나누어진 유럽 시장에서 영업을 해야하는 데 따른 고비용 구조 탓이다.
호경기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이런 현상들이 이제는 일종의 「거품」으로 작용, 가격 인하 경쟁과 맞물리면서 순익 압박 요소가 되고 있다. 프랑스의 그룹 불이 최근 「제니스」 상표를 미국의 패커드벨에 매각하고 PC 사업에서 손을 뗀 것이나 이탈리아의 올리베티가 컴퓨터 업체로서 살아 남을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이나 모두 이런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다. 여기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최근 아시아 업체들의 유럽 시장 공략이 강화되면서 유럽업체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들고 있다.
소니, 도시바, NEC, 히타치 등 일본 업체와 한국의 삼성이 대표적인 아시아 업체다.
이들은 독자적인 시장 개척 혹은 최근 인수한 해외 업체 등을 통한 공략등의 방법으로 유럽 시장을 파고 들고 있다.
이같은 새로운 시장 환경은 유럽 업체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는 한편, 이지역 시장 질서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 이 지역 PC 시장 점유율 5위내 드는 유럽 업체로는 독일의 지멘스닉스도르프가 유일한 상황에서 유럽 업체들의 생존이 더욱 어려워지는 한편,컴팩, IBM,휴렛패커드, 애플 등 이 지역 시장 상위 5대 업체에 속하는 미국 업체들도 새로운 도전자들의 공세를 막아내야 하는 입장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오세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