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는 최근 통상관련 협정 등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국가에 대해 무역제재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위한 通商協定이행센터(TCC)를 발족시키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다.
TCC는 앞으로 美 무역대표부(USTR) 등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미국과의 쌍무또는 다자간 통상관련 협정 및 조약은 물론 국제무역협정 등의 이행여부와미국기업들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표준 등을 조사, 평가하며 이를 토대로미국의 무역정책 방향을 설정, 대상국가별로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주요 업무로 돼 있다.
미국이 발족시키기로 한 TCC는 언뜻보면 공정하면서도 자유무역을 내세우는 세계무역기구(WTO) 정신과 일치한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미국이 그간 주요 무역상대국을 대상으로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내세워 가한 통상압력이 시장 개척과 수출확대에 기여하자 이제 이를 확대, 정착시키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 미키 캔터 美 상무장관이 TCC 발족을 발표하면서 『미국은 전례없이 외국의 시장을 여는데 성공했고 현재 기록적인 수출을 보이고 있으나보다 더 많은 것을 필요로 한다』고 밝힌 데서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미국이 TCC 발족의 필요성을 한국과의 문제를실례로 들어 설명했다는 점이다. 美 상무부는 『韓·美 통신협정의 이행여부를 점검한 결과 한국의 통신시장 접근을 위해 추가적인 약속을 얻어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미국 통신장비 수출업체들의 주요 시장으로 95년도 통신장비의 對韓수출액이 8억달러에달한다고 적시할 정도였다.
현재 우리나라와 미국은 통신협정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어서 어느 정도 압력이 가해올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이처럼 미국이 통상압력기구 창설 발표장에서 공개적이면서 구체적으로 한국에 대한 문제를 밝히기는 처음이다. 어느 의미에서 보면 미국이 한국정부에 대해 통상압력의 강도를 한층 높게 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통신 등 시장개방을 둘러싼 주요 통상협상에서 한국을 가장 괴롭히는 존재로 변했다. 우리가 98년이면 통신시장을 전면 개방한다는 데도 미국은 틈을 주지않고 집요하게 개방 공세를 가하고 있다. 지난 4월 美 무역대표부는 국별 무역장벽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불공정 무역장벽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는가 하면 지난달엔 캔터 상무장관이 방한해 통신장비 구입시 국산품을우선 구매하지 말고 미국산을 사라는 압력을 넣기도 했다. 이달 들어선 우리정부에 민간통신업자들의 장비 조달과정에서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을서면으로 보장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우리 정부가 여기에 거부의사를 밝히자 한국을 우선협상대상국(PFC)으로 지정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 이처럼 한국의 통신시장 개방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는 것은 한국이 개인휴대통신 등 멀티미디어 통신기기의 황금시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기때문이다. 또 우리나라가 최근 신규통신사업자를 선정, 국내 경쟁력을 키워외국업체의 한국시장 진출기회를 줄이려 하는 점을 감안, 숨돌릴 여유조차주지 않고 파고들어 서비스시장 진출 기회까지 엿보자는 속셈에서다.
이렇게 볼 때 올해 미국의 對韓통상압력은 어느 때보다 거세질게 분명하다. 따라서 정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미국과의 통상협상을 면밀히 점검, 혹시라도 미국은 한국을 압박만 가하면 다 들어주는 나라라는 인식을 갖지 않도록 철저히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미국이 위협을 곁들여서 무리한 요구를해오는 통상협상에서는 지금부터라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예상되는 사안에 대해 철저한 방어자세와 우리 처지에 맞는 강력한 설득 논리를 확보하지 않으면 안된다.
기업들도 개방에 대비하는 시간이 얼마 안 남았음을 깨달아야 한다. TCC라는 기구까지 발족해 가며 무역상대국을 압박해 가려는 미국의 달라진 모습은우리에게 빨리 자생력을 키워 새로운 경제전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