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美, 한국 통신분야 PFC지정 배경 및 전망

미 무역대표부(USTR)가 우리나라를 통신분야 우선협상대상국(PFC)으로 지정한 것에 대한 우리정부 측의 반응은 예상외로 강경일변도다.

정통부의 한 관계자는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는 말로 PFC 지정에 대한정부의 분위기를 전했다.

USTR의 PFC지정 발표 직후인 27일 오전 공개된 외무부 공식 성명 역시 그동안 한국정부가 대미 통상 협상에서 보여온 자세와는 사뭇 다른 표현으로일관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PFC지정에 따른 우리의 입장을 계속 주장해 나갈 것이며··· 미국측이 상호 협의에 진전이 없다는 미 통상법에 규정에 따른 일반적인 조치를 취할 경우에는 우리 정부로서도 필요한 대응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정부가 이처럼 미국의 이번 PFC 지정에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기본적으로 미국측의 요구가 정상적인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가 지난 3월부터 3차례에 걸쳐 진행된 양국 통신협상을 통해 우리측에 제시한 요구 사항 중 가장 강력하게 밀어부치고 있는 것은 민간 통신사업자 장비 조달에 미국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라는 내용이다.

여기에 이미 세계무역기구(WTO) 다자간 협상에서 논의되고 있는 통신사업자 지분제한 문제와 공정경쟁 제도 및 규제에 관한 사항까지 양자 협상 대상으로 들먹이고 있다.

이처럼 미국이 WTO를 통한 다자간 협상보다 양자 협상을 통한 대한 통신시장 개방 압력의 수ㅇ를 높이고 있는 것은 WTO체제에 대한 미국 정부의 부정적인 시각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통상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자간협정이라는 것이 협상 참여국의 합의 사항이기 때문에 특정국에 대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요구를 관철하기 어렵고 협정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에도 WTO 분쟁 조정 절차에 따라 해결해야하는 등 강대국이 약소국을쥐고 흔들기에는 구속력이 약하다는 게 미국 정부의 시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WTO기본통신 협상에 따른 다자간 협상보다 훨씬 강력한 구속력을 가진 양자 협정의 틀로 끌고 가려는 속셈인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통신 분야 통상 전략에 우리나라가 첫 번째 대상으로 한국을 선택된 것은 기본적으로 장비 시장을 비롯한 우리나라 무선통신 시장의급성장 가능성을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황금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개인휴대통신(PCS) 부문에서 미국산 장비의 공급 가능성이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는 데다 한국 무선통신장비 업체들의 미국 진출이 크게 늘고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같은 미국측의 움직임에 대해 한국 정부는 양자 협상 구도로 끌고 가려는 미국의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으면서 WTO 협상 테이블로 미국측을 불러낸다는 전략을 고수할 방침이다.

특히 민간 사업자의 장비 구매 보장 요구와 관련해서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정통부의 한관계자는 『민간통신사업자의 장비 구매에 관한 사항을 양자 협정에 포함시키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라는 말로 정부의 입장을 밝혔다.

이밖에 통신서비스업체에 대한 외국지분 제한 등의 문제도 현재 WTO 다자간 협상에서 다루는 문제이기 때문에 양자 협상의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런 면에서 미국의 이번 대한 PFC지정이 양자 협상을 이끌어내기 위한 일종의 「위협용카드」가 아니냐는 분석도 적지 않다.

더욱이 PFC지정 이후 보복 조치인 1백% 보복관세나 연방정부 통신조달 참여 금지 등이 통신 분야의 대미 진출 실적이 미미한 한국에 실효성이 떨어지는 조치라는 점에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PFC지정이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몰린 한·미 통신협상은 민간통신사업자의 장비구메와 지분제한 문제를 제외하고 정보기기 관세 철폐 등의일부 요구를 한국측이 수용하는 선에게 싱겁게 끝날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승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