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메리카 온라인(AOL)의 인종차별적 조치가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AOL이 현재 운영하고 있는 스포츠관련 토론실 「그랜드스탠드」에 들어온 非영어권언어 메시지를 삭제하면서 부터.
그랜드스탠드는 성격상 스페인및 포르투갈어 이용자 즉, 중남미 히스패닉계 가입자들이 빈번하게 드나드는 방. 더욱이 애틀랜타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이 지역 언어 사용자들은 이 방에 많은 의견을 개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그랜드스탠드에서 AOL이 영어이외의 다른 언어를 사용한 e-메일 메시지를 삭제한 것이다.
이에 대해 다혈질인 히스패닉계 가입자들은 거센 항의 메일을 보냈다. 『이런 규정이 독일어나 프랑스어에 대해서도 적용되는가?』라고 묻는 e-메일이 AOL로 폭발적으로 몰렸다.
물론 아니었다. 따라서 이들 언어를 사용하는 AOL가입자들로부터 AOL은 마침내 「인종차별 온라인 서비스」로 규탄되었다. 곧바로 AOL측의 사과문이나왔다. AOL은 6백만명의 자사 가입자들에 대해 영어만 사용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사과를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가입자들은 AOL이 이전부터 非영어언어 사용자들에게 편견적인 태도를 보여왔다고 밝힌다. 채팅방에서 영어이외의 언어사용은 「혼란을 야기한다」는 AOL측의 주의가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사건이 그랜드스탠드 포럼의 관리자중에 스페인·포르투갈 언어사용자가 없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지적도 무시할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이들 언어권 메일이 들어오면 내용을 파악할수 없는 관리자들로서는 이들메일을 삭제하는 게 통례였다는 것. AOL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영어이외의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관리자들을 고용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편 이 사건을 시작으로 AOL의 편협성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에도브레스트(유방)라는 단어가 외설적인 표현라는 반응을 보인바 있다는 것이다. 미성년자를 보호한다는 의도에서 였지만 「유방암」등의 단어가 보편화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이는 너무 과민적인 태도라는 평이다. 이와 관련, 통신품위법의 통과로 정부의 제재를 상정한 AOL이 너무 몸을 사린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들은 『만약 비난받을 대상이 있다면 그것은 의회』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확대해석이고 AOL의 책임전가일수 있다. 다른 온라인 서비스들은 이같은 태도를 보인적이 없기 때문이다.
AOL은 초국가적 기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전처럼 「미국의 온라인서비스」라는 작은 틀을 벗어나지 못한 소아병적인 행태에 대해 업계에서는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나아가 테러와 불만족스러운 서비스등으로 얼룩진 애틀랜타 올림픽에 덧붙여진 이번 파문은 AOL측의 신속한 조치로 무마되긴 했지만 미국의 위상에 흠집을 낸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허의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