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國 퀄컴社가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의 디지털 셀룰러 이동전화 기술이 美특허청의 재심사를 받게 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향후 전개 방향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본지 7월29일자 1,4면 참조>
정보통신부, 한국전자통신연구소 등 퀄컴社로부터 기술도입과정에 직접 간여한 관계자들은 일단 이번 사안이 국내업계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하지만 CDMA기술은 미국에서 개발돼 한국에서 꽃피웠다는 평가가 내려질만큼 국내 통신산업에 깊숙히 뿌리를 내리고 있어 앞으로의 전개방향에 대해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국내 관계자들이 관심을 갖는 사항은 주로 美특허당국이 재심사키로 한 특허권의 구체적인 내용 피소된 특허내용이 퀄컴이 갖고있는 CDMA특허 전체에서 어느 정도 비중을 갖고 있는지 CDMA특허 재심사를요구한 당사자는 누구인지 퀄컴의 특허권이 무효화될 경우 국내업체들이 지불한 기술사용료를 돌려받을 수 있는지 등에 집중되고 있다.
우선 재심사를 요구한 측에서 제기한 청구범위(클레임)는 모두 22개 항목으로 퀄컴社가 보유한 특허번호 5,103,459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월시함수를 이용한 다중접속기술에 대해 지적하고 있는 클레임 1,2,3이재심사 내용의 핵심이다.
제소자측의 주장은 퀄컴이 특허를 획득한 CDMA기술은 학계에 널리 알려진이론을 이용한 것이며 특히 수직월시함수를 무선통신에서 공학적으로 이용하는 기술도 학자들이 공개된 논문으로 발표한 것이라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월시(Walsh)함수는 최초의 발견자인 미국의 수학자 조셉 월시의 이름을 딴함수이론. 1923년에 월시 박사가 수학잡지를 통해 발표한 이론으로 70년대들어 이를 공학적으로 응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70년대 초반 미국에서는 월시함수 만을 주제로 한 학술심포지엄이 연이어열렸으며 제소자측이 근거자료로 제출한 재미 한국인 과학자 이종삼 박사의논문도 73년 카톨릭 대학에서 열린 「월시함수의 응용」이라는 심포지엄에서발표된 것이다. 이박사의 논문은 수직월시함수를 이용해 디지털 신호를 만들어 내는 방법에 관한 것.
퀄컴이 특허를 획득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무선접속규격(CAI)은 바로 월시함수를 이용해 디지털 신호를 만들어 냄으로써 주파수 이용효율을 극대화하는 기술이다.
제소자측은 이종삼 박사의 논문 외에도 월시함수의 권위자로 알려진 하무쓰, 모한티 등 세 명의 학자들이 발표한 논문 네 편을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이번에 재심사 대상이 된 5,103,459번 특허는 숫적으로는 퀄컴이 보유한 7건의 특허권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그러나 제소자측은 이것이 전체 특허권의 핵심내용이기 때문에 퀄컴의 CDMA기술로 획득한 전체 특허권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제소자측에 의해 논문이 인용됨으로써 주목을 받은 이종삼 박사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퀄컴의 CDMA 디지털 셀룰러 기술이 좋은 기술임에는틀림없다. 그러나 새로운 아이디어는 결코 아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박사는 『특허재심사를 요구한 당사자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누가 제기했건 사실은 제대로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말해 이번 기회에 자신의 연구가 인정받을 수 있게 되기를 희망했다.
이박사의 말처럼 이번 특허재심사 요구서에는 제소자가 익명으로 돼 있다.
이와 관련 국내 관계자들은 개인휴대통신(PCS)과 관련해 퀄컴의 과도한 기술사용료 요구에 시달려온 미국의 통신업체들 가운데 하나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퀄컴측으로서도 CDMA기술에 대한 특허가 취소되는 것은 회사의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팔짱만 끼고 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지난 93년 인터디지털社(IDC)와의 CDMA 특허 분쟁과 마찬가지로 제소자측과 타협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퀄컴이 패소할 경우 국내업체들이 그동안 지불한 5천만달어에 달하는 기술사용료를 돌려 받을 수 있을 것인지도 관심거리이다.
이에 대해 국내 업계의 반응은 다소 회의적이다. 정보통신부나 ETRI 관계자들도 『퀄컴이 패소하더라도 돈을 돌려 받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의 상용서비스로 세계 무선통신업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CDMA기술과 관련,이의 원천기술이 미국으로부터의 도입기술이 아닌 한국의 재미과학자가 오래전에 발표한 공학이론을토대로 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우리나라 무선통신기술을 세계속에 알리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