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특소세 폐지 백지화 재고 바람직

가전제품에 부과되던 특별소비세가 폐지되거나 최소한 대폭 인하될 것으로알려졌던 정부의 특별소비세법 조정방침이 사실상 백지화됐다는 소식이다.

특소세 주무부서인 재정경제원은 특소세를 폐지하거나 대폭 인하할 경우세수가 줄어든다는 이유로 특소세법을 현재대로 유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는것이다.

재정경제원의 이같은 입장 정리는 한마디로 실망 그 자체다. 우리는 그동안 정부가 특소세를 조기에 폐지하거나 적어도 대폭적인 인하조치를 단행할것으로 믿어 왔다. 전자제품에 부과되는 특소세는 그 세율이 터무니없이 높아 다른 제품과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고 나아가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컬러TV를 비롯한 냉장고·세탁기·VCR·전자레인지·진공청소기·오디오 등 이미 생필품이 다 돼버린 가전제품에 특소세를 부과하는 데 따른 불합리성은 수차례 지적된 바 있다. 또 가전제품에 부과되는 특소세율 15%도사치성 성격이 강한 보석이나 자동차의 세율보다도 높아 형평성을 잃고 있다. 이와 함께 물품에 동일하게 부과됨으로써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중류이하 국민들의 세부담이 높아져 조세의 소득 재분배 기능에도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무엇보다도 이번 재경원의 처사는 국내 산업이 처한 상황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우리의 전자산업은 생산이나 수출 규모가크며 특히 가전산업은 세계 2위이다.

그렇지만 최근 유통시장 개방 움직임에 따라 외국산 제품은 큰 장애없이유입돼 국산 전자제품의 경쟁력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국내 가전업체들이 기술개발을 통해 품질이 우수하고 값싼 제품을 만들어경쟁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나 현재 우리는 일본·유럽 등과 경쟁이 치열하고제품 제조기술이 거의 평준화돼 가격이 곧 제품경쟁력의 열쇠가 되고 있는상황에 처했다.

국산 전자제품은 특소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외산 제품보다 가격이 30% 가량높아진다. 따라서 현재대로 특소세가 부가될 경우 국산제품은 적어도 외산제품과의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는 어렵다. 바로 이같은 맥락에서 전자제품에 대한 특소세 폐지나 인하가 의미를 갖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특소세가 폐지될 경우 그 효용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전제품의 가격인하를 가져와 물가안정은 물론 가전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최근 침체되고 있는 내수를 활성화시켜 시장기반을강화하고 첨단기술 개발을 촉진시키는 토대를 마련해 줄 수도 있다.

재경원은 결국 특소세 조정으로 이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데도 세수 때문에 그것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올해 가전제품에 부과되는 특소세를 폐지할 경우 세수는 어림잡아 7천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금액은 결코 적은 것이 아니어서 재경원이 선뜻 특소세 폐지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점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특소세를 폐지하는것이 장기적으로 국내 전자산업을 활성화 시키는 데 큰 힘이 된다면 정부는생각을 달리 해봤어야 했다.

이번 재경원의 특소세 조정 백지화 방침은 조속한 시일내에 특소세를 폐지할 것으로 믿어왔던 가전업계는 물론 전자산업진흥회·대한상공회의소 등 단체의 오랜 여망을 짓밟아 그들에게 실망감을 안겨 줬다. 재경원은 그러면서도 특소세를 현행대로 유지하는 데 대한 어떠한 설명이나 논리도 제시하지못하고 있다.

재경원도 이번 기회에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첨단산업인 전자산업을 어떻게 육성하고 또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시각을 가지기를 촉구한다. 아울러 가전제품에 부과되는 특소세가 단지 세수 때문이라면 합리적인 세수원을 개발, 다음부터는 부당하게 가전업체를 볼모로 잡는 경우는 없어야겠다. 가전제품에 부과하는 특소세제에 관한 정책을 재고해 합리적으로조정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