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초대석] LG텔레콤 정장호 사장

올해 국내 정보통신 업계의 10대 뉴스를 꼽으라면 단연 개인휴대통신(PCS)사업자 선정이 맨 앞자리를 차지할 것이 분명하다.

PCS가 가지고 있는 무한한 시장가능성을 감안할 때 그 정도의 「대접」은당연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시각이다. 특히 교환기와 전송장비등 국내 통신장비분야의 선두주자로 평가받는 LG정보통신이 대주주인 LG텔레콤은 새로 허가된 3개 PCS 사업자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기업이다.

3개 PCS 사업자가운데 유일하게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분야의 상용화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교환기·전송장비 등 기본 통신시스템분야에 쌓아온기술력이 상당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LG텔레콤의 초대 대표이사 자리를 맡게된 정장호 사장은 『장비산업에서 쌓아온 경험을 십분 활용, 세계시장에서우뚝설 수 있는 종합 정보통신기업으로 육성시키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최근 서울 독산동에 사무실을 마련, 사업준비에 여념이 없는 정장호 LG텔레콤 사장을 본지 양경진 정보통신산업부장이 만났다.〈편집자〉

-뒤늦게 나마 PCS 사업권 획득을 축하드립니다. 현재 LG정보통신 사장과LG텔레콤 사장직을 겸하고 계시는데 아직 서비스가 시작되지 않은 상황이기는 하지만 장비업체와 서비스업체의 대표직을 겸하는 경우는 대단히 드문 일로 알고 있습니다. 장비와 서비스 겸영에 대한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고 들었습니다. 정사장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제가 두 회사의 사장직을 겸하고 있는 것은 한시적인 상황이라는 점을 먼저 밝히고 싶습니다. 다만 LG텔레콤이 LG정보통신의 인력을 대부분 활용해야하는 현재의 여건상 두 회사의 업무를 관장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판단입니다. LG텔레콤의 조직이 정비되는 대로 LG정보통신의 사장자리는 떠나야 하겠지요.

장비사업과 운영사업을 반대하는 의견이 일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반대하는 이유에 수긍하지 않습니다. 겸영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개 미국의 AT&T가 장비와 운영사업을 분할한 것을 예로 들곤 합니다.

하지만 AT&T가 장비와 서비스부문을 독립법인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완전히다른 회사로 운영되지는 않습니다. 동일 그룹안에서 서로 협조하고 보완하는관계라고 보는 게 정확합니다.

-장비와 운영사업를 겸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인가요.

그렇습니다. 한 회사가 장비와 운용사업을 겸하는 것은 무리이지만 별개의법인으로 같은 그룹내에서 협조하는 구조는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세계시장에서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우리나라의 통신산업 수준으로는 장비와 서비스사업의 연계를 통해 시너지효과를 노리는 것이 불가피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장비산업 역시 운용사업에 버금가는 중요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세계 처음으로 상용화에 성공한 CDMA기술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강조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자칫 PCS사업권 획득이 장비분야의 전력약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습니다. 우선 LG정보통신의 체질을바꾸는 작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장비제조업체인 LG정보통신을 빠른 시일안에 기술개발과 마케팅을 위주로 하는 기업으로 변신시키려고 합니다. 즉기술개발과 최종 마케팅만을 담당하고 제조부문은 협력 중소업체들에 넘기는것입니다. 철저하게 기술 중심의 기업으로 육성한다는 뜻입니다. 안양연구소나 미국 현지법인 역시 LG정보통신의 기술개발능력을 지원하는 조직으로 키울 예정입니다.

-얼마전 국회에서 사업계획서 평가결과가 공개됐습니다. 느낌이 어땠습니까.

아주 근소한 차이로 사업권을 따낸 것으로 나타난 점수표를 보면서 사실아찔했습니다. 다만 기술개발실적과 같이 평가의 근거가 확실한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데 긍지를 느낍니다.

다시 한번 세계 최초로 CDMA 상용시스템을 개발한 연구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평소 CDMA기술의 해외진출 가능성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계신 것으로알고 있습니다. CDMA기술 세계화를 위한 복안이 있습니까.

CDMA기술은 다른 어느 기술보다도 세계화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을 가지고있습니다. 경쟁상대인 시분할다중접속(TDMA)기술보다는 성능상 우위에 있다는 점이 이미 현실적으로 증명됐고 이미 미국내 여러 PCS 사업자들이 CDMA기술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세계시장에서의 승부가 기술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 기술을 선택하고 지원해주는 세력이 많아야 이길 수 있습니다. 때문에 CDMA기술의 세계화는 CDMA세력을 얼마나 규합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앞으로는 CDMA기술을 채택한외국업체들과 협력체제를 구축, CDMA 패밀리를 만드는 작업에 힘을 쏟을 작정입니다.

-최근 정보통신업계를 지켜보면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장비수급문제입니다. 장비분야 또한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이 민간사업자의 장비조달시장까지 개방하라는 압력을 끊임없이 제기해오고 있어 자칫 장비시장을 통째로 외국에 넘겨주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한 실정입니다.

이제 우리나라 통신산업 경쟁력도 상당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특히 PCS분야는 구태여 외국업체 장비구매를 제한할 필요가 없을 만큼 우리의 기술개발속도가 빠릅니다. 또한 PCS 장비시장이 아직까지 공급자 시장(seller’s market)이라는 점에서 외국업체의 시장잠식을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재로서 기일 안에 국내 통신사업자들에 만족할 만한 수준의 장비를 공급할 만한 외국기업은 없기 때문입니다.

-사업준비를 본격적으로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역시 인력수급문제라고 판단됩니다. 특히 특히 무선통신분야의 인력이 태부족인 상태에서 너무많은 무선통신사업자를 선정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도 듭니다. 인력 확보방안은 가지고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다만 CDMA 이동전화 시스템 개발과정에서 많은 우수인력을 배출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입니다. 우선 초기단계에서는 대부분의 인력을 LG정보통신 등 그룹내 인력으로 충당할 예정입니다. 사업개시 이후에 필요한인력은 남은 기간동안 훈련을 통해 확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무리하게 경쟁사업자들의 인력을 스카우트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사업계획서에 중소 부품산업 육성이나 지원문제를 폭넓게 제시한 것으로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해 주십시오.

원칙적으로 LG텔레콤의 구성주주, 특히 중소기업 주주를 중심으로 부품 국산화와 소프트웨어 공동개발을 추진할 방침입니다. 특히 지역연고가 있는 중견 및 중소기업중에서 능력있는 전문업체에 지역별로 장비의 운용 보전업무를 위탁하고 해당지역의 서비스영업을 총괄하게 할 예정입니다. 동시에 단말기 보수업무를 분산시키는 한편 기술이전과 교육훈련을 실시해 첨단기술의확산과 경영합리화를 추구할 것입니다.

-시장진입 초기에 기존 이동전화 사업자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예상됩니다. 그러나 최근 이동전화 제2사업자가 겪는 현실을 보면 신규 사업자의 시장진입이 그리 만만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LG텔레콤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초기 시장진입 전략은 가지고 있는지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금까지의 공급자 시장은 이용자 시장으로 전환될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전환기에서 시장틈새는 있게 마련이지요. LG는 처음에 이러한 틈새시장을 공략, 시장점유율을 차분히 높여나갈 계획입니다.

-예정대로 98년 초에 상용서비스를 시작하려면 상당히 촉박할 것 같습니다. 개략적인 준비일정에 대해 말씀해주시지요.

LG텔레콤은 지난달 11일 창립총회를 갖고 서울 독산동 구 LG패션 건물에중앙교환국사를 마련했습니다. 기술개발일정이 다소 촉박하기는 하지만 큰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당초보다 개발일정을 앞당길 생각을할 만큼 개발작업이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늦어도 올해중으로는 PCS 장비테스트를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PCS사업권 획득으로 LG그룹의 위상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게 외부의 평가입니다. 그룹 차원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정보통신기술이 우열을 가르는 21세기를 앞두고 세계적인 그룹으로 도약할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점이겠지요. 또한 그룹이 추진중인 「도약 2005」프로젝트의 중요한 실천사례가 됐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정사장께서는 남들이 하나도 이루기 힘든 큰 일을 두 가지나 해냈습니다. 「CDMA 상용화」와 「PCS사업권 획득」은 회사는 물론이고 개인 입장에서도 대단한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개인적인 포부가 있다면밝혀주시죠.

맞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엄청난 행운을 타고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제 일생에 96년은 최고의 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정보통신 역사상에 CDMA라는 신기술 개척자로 남는 것이 꿈입니다. 시간과공간의 제한을 받지 않는 꿈의 통신기술을 개발하기까지 해야할 일이 너무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 제게는 더 큰 행운입니다. CDMA기술로 전세계를 향해달려나갈 LG텔레콤을 지켜봐주십시오.

-오랫동안 감사합니다.

〈정리=최승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