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현지시간) 2백29명을 태우고 미국 뉴욕의 케네디국제공항을떠나 파리로 향하던 TWA항공사 소속 보잉 747 여객기가 이륙한 지 25분여만에 대서양 상공에서 공중폭발하는 사고가 발생,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사고의 원인을 놓고 테러냐 기체결함이냐 하는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테러범에 의한 폭발물 설치가능성과 관련, 탑승객 및 수하물을 검색하는 공항 검색시스템의 기술수준에 새로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항이나 항공사의검색시스템이 폭발물과 같은 위험물질을 얼마나 정확히 추적, 탐지해 낼 수있는가가 앞으로 항공기 사고예방의 중요한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현재 미국에서는 연방항공국(FAA)의 자금지원 아래 업체들의검색장비 개발이 열기를 더해 가고 있다.
이중 아메리칸 사이언스 앤드 엔지니어링(AS&E)社가 미국 세관에 설치한무기류 감지용 특수 X-레이저 시스템은 마약류는 물론 플라스틱 권총이나폭발물, 칼 등의 모든 쇠붙이를 추적해 낸다.
또 이 시스템은 수하물의 폭발물 탑재여부에 대한 검사와 함께 탑승객들에대해서도 X레이기술을 이용, 옷 속에 숨겨진 얇은 플라스틱 폭탄 및 다른 무기류까지 탐지해 낸다. 물론 이때 승객들은 이 검사대 앞에서 신체를 모두드러내 보이게 된다는 문제점이 있긴 하다.
결국 비행기의 안전을 위해 체면을 희생해야 하는 셈. AS&E社는 현재 이장비에 대한 FAA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퀀텀 마그네틱스社도 FAA로부터 60만달러의 자금을지원받아 의료분야에서 쓰이는 자기공명진단(MRI)기술을 바탕으로 검사장치「스니퍼」를 개발했다.
퀀텀의 이 시스템은 무선波를 발사, 폭발물의 분자 안에 공통으로 들어 있는 담배나 디스크모양의 核仁을 자극함으로써 이를 탐지할 수 있다.
매사추세츠州에 소재한 서미딕스社는 FAA와 국무부로부터 각각 7백만달러를 지원받아 테러리스트의 신발이나 손에 남아 있는 소량의 폭발물 분자까지추적해 낼 수 있는 검사장치를 개발했다.
가격이 16만5천달러인 이 장치는 현재 전세계 11개국의 40개 공항에서 사용중이다.
비비드 테크놀로지社의 트윈 빔 X레이시스템은 분자를 자극해 탑승객의 가방에 있는 물체의 원자성분을 가려냄으로써 폭발물을 탐지하는 기능을 하며현재 유럽지역의 20개 공항에 도입되어 있다.
.또한 탄광의 가스탐지기를 생산하고 있는 마인 가스 어플라이언스(MGAC)社는 후각을 이용한 가장 빠른 검색시스템을 개발한 바 있다.
그러나 업체들이 이처럼 다양한 접근방식으로 폭발물 탐지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항공사에 대한 이들 시스템의 보급률은 아직 저조한 편이다.
이는 현재 FAA가 검사장치 제조단계까지만 자금지원을 하고 있어 항공사들이 이들 시스템을 독자적으로 도입·설치하기에는 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
정부 차원에서 공항의 수하물 검사장비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유럽과는 대조적이다.
일례로 인비전 테크놀로지社가 개발한 수하물 검사장치의 경우 대당 가격이 약 1백만달러로 유럽에 11대를 공급했지만 미국에서는 델타항공사와 유나이티드 에어라인만 이 장비를 도입한 실정이다.
이와 함께 업체들이 개발한 시스템은 FAA의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인증기준이 너무 까다로운 것도 보급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현재 FAA는 검사장치의 오동작으로 인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 장치를 자동화시키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이렇게 해서 각 항공사의 자동화된 검사장치는 폭발물 점검에서 90%의 정확도를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시스템을 만들려면 엄청난 비용과 기간이 소요된다. 지금까지 FAA의 인증을 받은 검사장치는 인비전社 제품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무튼 그동안 「안전」이 중요한 마케팅 요인이 되지 못함에 따라 수십만달러를 들여 이러한 검사장치를 설치하는 데 인색했던 미국 항공사들에 이번TWA 여객기의 폭발사고는 검사장비 도입을 서두르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것으로 보인다.
구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