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컴팩 IT업계 거인 꿈꾼다

미국 컴팩컴퓨터社가 제2도약을 위한 기로에 서 있다. 지난 수년간 세계PC시장의 정상을 향해 그리고 정상을 지키기 위해 숨가쁘게 달려온 이 작은거인이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이젠 PC가 아닌 세계 정보기술(IT)시장의 명실상부한 거인이 되기 위해 새로운 위상정립에 나선 것이다.

이것은 컴팩을 이끌고 있는 에커드 파이퍼 회장의 야심에 잘 나타나 있다.

지난해 연간 1백48억달러 매출을 발판으로 향후 5년간 연평균 20∼25%의 성장률을 유지, 2000년에는 4백억달러 규모로 덩치를 불려 IBM과 후지쯔에 이어 세계 3위 컴퓨터업체로 도약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PC는 물론 네트워크, 가전을 망라한 총체적 서비스와 지원체제의 거대 컴퓨팅업체로서 재무장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이런 의미에서 파이퍼 회장은 컴팩이 현재 전환점에 서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이런 경영철학은 이달초 단행한 대대적 조직개편에서 보다 구체화되고있다. 그는 컴팩을 IBM이나 휴렛패커드(HP)같은 종합 IT업체로 키운다는 전략아래 전체 조직을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그룹과 PC그룹, 그리고 컨슈머 그룹의 3개로 크게 나누는 한편 9개의 새로운 부문을 신설해 급성장하고 있는인터넷 및 서비스, 중소업체용 시스템, 엔지니어링 워크스테이션 등의 분야에 주력케 했다. 또 아직 초기단계에 있는 네트워크 장비부문에 무게를 더욱실어 준 것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92년부터 올초에 걸쳐 모빌웨어·네트워스·토머스 콘래드·퓨어스피치 등 무선통신·교환기·통신카드·소프트웨어 업체들을 차례로 사들인 것도 이를 위한 기반다지기라고 볼 수 있다.

이중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그룹은 이미 40%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PC서버시장에서 앞으로 인텔의 펜티엄 프로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NT를결합한 이른바 「윈텔」시스템을 무기로 메인프레임 영역까지 공략, 대형 컴퓨터에 대응하는 한편 PC서버시장의 표준으로 자리를 굳혀 나간다는 전략이다.

같은 펜티엄 프로급이라도 독자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IBM이나 HP제품보다 컴팩의 윈텔시스템이 가격 경쟁력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이러한 목표달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컨슈머 프러덕츠 그룹의 경우도 최근 홈PC 「프리자리오」신제품군 발표와함께 일대 제품정비를 단행, 가정용 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를 재개했다.

또 올 봄에 피셔 프라이스社와 공동으로 개발해 내놓은 유아용 컴퓨터완구사업이나 프랑스의 톰슨 컨슈머 일렉트로닉스와 PCTV복합제품 개발을 추진하는 것도 컨슈머 그룹의 담당이다.

특히 파이퍼 회장은 PC를 통해 「가정자동화」를 구상하고 있다. 즉 PC 하나로 TV에서부터 냉장고·에어컨·난방기기·보안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모든가전제품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실현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파이퍼 회장은 관련 칩을 개발하고 있는 인텔론社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한편 파이퍼 회장이 21세기를 향한 경영구상에서 가장 주안점을 두는 것은바로 성장과 수익을 병행하는 것. 컴팩을 현재 세계 PC시장의 정상에 서게한 원동력은 바로 저가를 무기로 한 가격정책이었다.

그러나 타사보다 항상 한발 앞선 가격인하로 시장을 공략한 결과 경이적인매출 신장률을 기록해 왔지만 수익은 제자리걸음이라는 딜레머에 빠져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수익구조가 견고하지 못하면 목표달성은 물론 힘들다.

이를 위해 컴팩이 선택한 전략은 공장설비 등과 같은 부동자산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아웃소싱제도의 활용 및 협력업체와의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자산이익률을 높인다는 것.

예를 들어 30억달러 규모되는 홈PC사업의 경우 부동자산을 줄인다면 가격경쟁의 심화로 운영마진이 2%대로 떨어진다 하더라도 연간 20%의 이익률은보장된다는 것이다.

비즈니스용 PC도 마찬가지. 일례로 컴팩은 수백만달러를 투입해 비즈니스용 데스크톱PC의 생산설비를 확충하는 대신 대만의 협력업체를 설득해 휴스턴 본사에 인접해서 공장을 짓도록 하는 계약을 성사시킴으로써 신속한 조달체제를 구축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컴팩은 자산이익률을 높임으로써 금세기 말까지는 각 분야별로최대한의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목표이다.

부동자산에 대한 투자를 줄인다는 컴팩의 방침은 엔터프라이즈 컴퓨팅그룹의 전략에서도 드러난다. 여기서는 대형 컴퓨팅업체들에 대응하기 위해 건물이나 프로그래머 등의 인력에 투자하는 대신 시스템통합(SI)업체인 앤더슨컨설팅이나 소프트웨어업체인 SAP 등과 같이 독자적인 기술보유업체들과의협력관계를 유지, 그들의 자원을 이용해 기업의 네트워크구축이나 운영, 유지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파이퍼 회장에게서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분야가 바로 인터넷. 컴팩은인터넷시장에 대한 비교적 뒤늦은 데뷔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소프트웨어업체및 서비스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에는 인터넷 서비스업체인 웹커넥트社와 서버 독점공급계약을 체결한 한편 지난 1월에는 인터넷 보안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랩터시스템社의 주식 7%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6백만달러를 투입, 기술을 확보했다.

이밖에 인터넷 캐피털 그룹과 파트너계약을 체결하는 등 인터넷시장에서도분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40%라는 시장점유율로 고수익을 보장하며 컴팩의 주무기가되어 왔던 서버사업도 업체들의 잇단 시장참여로 가격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거센 위협을 받는 등 앞으로의 항해가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여 외형적 성장과 이윤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할 것이다.

<구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