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효율적인 멀티미디어 육성책을 기대한다

컴퓨터와 통신산업의 발전에 따라 멀티미디어분야가 급속히 팽창하고 있

다. 멀티미디어산업이 정보화사회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로 작용할 만큼 중

요성을 더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세계 멀티미디어산업은 2000년에 3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

며 우리나라의 경우도 금년도에 8천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

된다.

멀티미디어 산업은 이같은 외형적인 시장규모외에도 컴퓨터·통신·가전·

방송 등 전자·정보 산업이 총망라된 복합산업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각국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술 선진국들이 기술력과 자본력을 앞세워

이분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바로 여기에 연유하고 있다.

멀티미디어산업 육성과정에서 어느 한분야만 집중적인 지원을 한다고 해서

만족스러운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도 멀티미디어산업이 복합산업이기

때문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균형적인 육성이 멀티미디어산업 발전의 기본 방

향이어야 함은 너무나 자명하며 특히 산업발전 초기에는 그 상관관계가 더욱

분명하다.

VCR가 가전분야에서 확고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이 바로

다양한 장르의 비디오출시라는 사실이 바로 이같은 원리를 입증해 준다. 멀

티미디어산업 중에서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분야가 컴퓨터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것이다. 올 상반기중에만 1백만대 가까운 멀티

미디어 PC가 판매됐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멀티미디어 PC가 멀티미

디어분야의 하드웨어를 대표한다면 소프트웨어의 대표는 CD롬일 것이다. 하

지만 멀티미디어 PC의 발전에 비해 소프트웨어인 CD롬은 큰 발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CD롬의 낙후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균형적인 발전이 우선

돼야 하는 멀티미디어산업 육성의 기본 전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난 상반기중에 국내에서 제작된 CD롬은 전년 동기대비 1백24% 증가한 3

백13종으로 제작, 출시면에서는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판

매액에서는 오히려 전년보다 감소한 것으로 집계돼 관련업체의 어려움을 반

영하고 있다.

이같은 국산 CD롬의 판매 부진은 지속적인 가격인하가 주요 원인으로 지적

된다. 현재 CD롬의 판매가격은 제품마다 큰 차이가 있긴 하지만 소비자가격

의 60%선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게임분야에서 70%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외국산 CD롬은

현지에서보다 20%이상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국산 타이틀이 수입제품

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값을 못받는 가장 큰 이유는 개발업체의 덤핑판매라는

데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해진다. 1천만원을 밑도는 제작비를 투입해 1천 카

피만 팔아도 밑지지는 않는다는 단순한 산술논리가 가격구조를 파괴시키고

있는 것이다. 국내 CD롬타이틀 시장이 뚜렸한 판매 양극화체제로 바뀌고 있

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국프로그램개발원이 개발한 「96 리틀 에디슨」, 솔빛조선미디어의 「이

것이 미국영어다」 등 일부 제품이 1만카피 이상의 판매실적을 보인 반면 전

체 제품의 70% 정도에 달하는 2백여 타이틀은 5백개 이하가 판매되는 판매

양극화현상을 가져온 것이다.

정부의 멀티미디어산업에 대한 육성책이 본격화된 지난 93년도에 당시 주

무부처인 상공부와 체신부는 특정개발사업 형태로 멀티미디어PC 개발에 열을

올렸다. 중복투자라는 질책에도 불구하고 양부처가 이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

를 한 반면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의 대표격인 CD롬은 육성에서 철저히 배제

시켰다. 3년여가 지난 현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불균형적으로 발전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현재 추진중인 대부분의 멀티미디어산업 발전 정책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소프트웨어업계는 하드웨어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세하며 단기

적인 투자로 성과를 얻을 수 없는 실정이다. 국내의 CD롬 개발업체중 타이틀

제작에 필요한 10명 미만의 업체가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

이 이를 입증해 준다.

멀티미디어산업은 앞으로 중요성을 더해가며 제 1의 산업으로 부상할 것이

분명하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균형적인 발전이 이루어질 때 멀티미디

어산업은 진정으로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산업으로서 자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