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호출기(삐삐)는 이름을 잘지어야만 베스트셀러가 된다."
국내 삐삐보급이 1천만대를 넘어서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으면서 삐삐제조
업체들이 신제품에 대한 이름짖기에 골몰하고 있다.
특히 삐삐를 이용하는 주된 가입자들의 연령이 10~20대로 주류를 이룸에
따라 이름을 잘지어야만 판매도 순조로워 제조업체들이 이름짖기에 갖가지
묘안을 총동원하고 있다.부르기 쉽고 또 기억에 오래남는 이름이 사람에게도
좋은 이름이듯이 삐삐도 디자인 못지않게 소비자들의 기호에 걸맞는 잘지은
이름이 판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삐삐이름이 마케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침에 따라 제조업체들의 이름짖기
행태도 가지가지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신제품 개발시 사내공모를 통해 좋은이름 4~5개를 선
정, 평가소위원회를 열어 확정하고 있으며 당첨되는 사람에게는 포상금형태
로 20~30만원가량의 금일봉이 주어진다.
그러나 제조업체들이 첫 모델이거나 전략적으로 출시한 모델의 경우 포상
금이 대폭 올라가거나 예상치 않았던 행운을 얻는 경우도 종종있다.
일례로 모토로라의 타키온의 경우 당첨자에게 동남아여행의 보너스가 주어
지는 등 특별한 대우를 하는 경우도 있다.
삐삐의 이름짖기가 날로 비중이 커짐에 따라 심지어 일부업체들중 아예 작
명소(?)나 기업이미지통합(CI)회사를 통해 이름을 짖는 등 전문기관에 맡기
는 사례도 늘고 있다.
삐삐제조업체들이 골머리를 앓아가며 지은 이름도 내용을 알고 보면 상당
히 흥미롭다.
팬택의 광역삐삐인 「패니아(Pania)」는 영어로 「汎」이라는 「Pan」에다
「좋아하다」의 「마니아(Mania)」를 한군데로 뭉친 합성어로 「널리 좋아하
는 광역삐삐」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흔히들 자주사용하는 「우리는
팬이야」라는 말중 「팬이야」를 소리나는 대로 적은 「패니아」라는 의미도
함께 지니고 있다.
LG정보통신의 광역삐삐인 「프리존(freezone)」은 「자유지대」를 상징하
는 말로서 「전국 어디서나 완벽하게 수신할 수 있는 초소형 모델」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름이 탄생됐으며 삼성전자의 광역삐삐인 「애니(Any)
삐」는 「전국 어디서나 수신이 가능한 삐삐」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엠아이텔의 광역삐삐인 「어필골드」와 「어필아이」는 「호소한다」라는
영어의 「Appeal」을 모체로 해 「골드(Gold)」는 소비자들에게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아이(i)」는 「나를 호소한다」라는 의미로 각각 이름을 지었다
는 후문이다.
텔슨전자의 「왑스(WAPS)」는 「Wide Area Paging Serve」의 준말로 영문
약자 그대로 「광역삐삐」를, 「왑스 이브(EVE)」는 여성용이라는 점을
뜻하고 있으며 스탠더드텔레콤의 「닉쏘(Nixxo)」는 라틴어로 「선구자(Onik
s)」와 디지털 이동통신의 부호인 「0」과 「1」를 형상화해 「XO」로 표기
한 것을 합성했다.
모토로라의 「리베로(Libero)」는 「운동경기에서 일정한 포지션없이 자유
롭게 공수를 담당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써 「어디서나 사용이 가능하다
」는 광역삐삐의 의미를 싣고 있으며 「스파지오 멀티 플러스(Spazio Multi
Plus)」는 이태리어 「Spazio(영어Space)」와 「멀티 플러스」의 합성어이며
「타키온(Tachyon)」은 물리학 용어로 「빛보다 빠른 가상의 소립자」를 일
컫는 말이다.
이와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삐삐는 구입에 따른 가격부담이 없어 소
비자들이 디자인과 더불어 이름도 구입을 결정하는 동기중의 하나이다』며『
이름하나 잘지어 베스트셀러모델이 된 업체도 상당수 많으며 판매회사 이름
보다 제품이름을 더 잘아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위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