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니와 네델란드 필립스가 돌연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DVD(디지털
다기능디스크) 특허를 외부기업에 라이선스제공한다고 결정함에 따라 차세대
기록매체인 DVD특허문제를 둘러싼 관련업체들의 협상이 결렬됐다.
그동안 DVD규격을 제안했던 미국,일본,유럽의 10개업체는 DVD특허의 타사
에 대한 라이선스제공 계약창구를 일원화한다는 방침아래 계속 협의해 왔다.
그러나 특허료 분배문제에 관한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대립상태를 보이
다가 양사의 이탈로 분열된 것이다.
「CD왕국」으로 거대한 부를 축적해온 소니·필립스가 또 다시 독자노선을
채택함에 따라, DVD의 특허사용료가 지금까지의 예상보다 높게 책정될 것으
로 전망되고 있다.
DVD는 네덜란드의 필립스, 일본의 소니, 도시바, 마쓰시타, 히타치제작소,
파이오니아, 미쓰비시, JVC, 프랑스의 톰슨, 미국 타임워너 등 미·일·유럽
10개사가 지난해 12월 공동으로 규격화한 차세대 광디스크이다. 직경 12센치
의 디스크 1장에 4.5기가바이트의 대용량정보축적이 가능해, CD롬 및 LD(레
이저디스크)을 대체하는 대형시장의 형성이 기대되고 있다.
이를 제안한 이들 업체는 올가을 상품화를 목표로, DVD특허의 라이선스문
제를 10사 공동으로 협의해 나가자는데 합의한바 있다. 라이선스제공 창구를
일원화함으로서 참여기업의 계약절차를 간소화함과 동시에 특허의 중복청구
를 막아 계약료를 낮게 억제, DVD시장의 조기형성을 꾀하자는 목적에서였다.
이같은 상황에서 소니·필립스가 양사가 보유한 DVD특허의 사용허가를 양
사만이 공동으로 독자 제공하는 것은 10사 공동의 단일창구체제에서 이탈하
겠다는 선언이다.
소니와 필립스는 지난 86년 CD개발에 제휴, 지난해 DVD규격논쟁 당시에도
같은 노선을 걸어왔다. 이 두 업체가 DVD특허사용료 분배문제를 둘러싸고 다
시 뭉친 것이다.
DVD관련 10사는 계약창구 일원화구상에서, DVD에 신규참여하는 외부기업으
로 부터 계악료를 일괄 징수한 뒤 10사가 보유하는 특허의 중요도에 따라 이
를 분배하는 「풀방식」 채용에 기본 합의한 상태였다.
그러나 분배 비율을 둘러싼 각 업체들의 의견차이는 타결의 실마리가 보이
지 않았다. 통일규격을 지지한다는 기본자세에는 10사 모두 변함이 없었음에
도 불구하고 특허료 배분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규격통일 논의 당시의
구조인 「2대 8」의 관계로 다시 분열되고 만 것이다.
소니의 한 간부는 『긴 안목으로 보면 10사가 모두 참여하는 풀방식이 가
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협의가 더 이상 지연될 경우 라이선스를 제공받으려
는 업체들에게 면목이 없다』며 양사의 이탈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양사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특허만이라도 먼저 제공해 DVD생산 환경을 정비하는
것이 신규참여업체들의 DVD사업추진을 손 쉽게 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DVD관련 특허는 2천건이 넘는 광범위한 것이다. 소니와 필립스는
디스크구조, 데이터변조방식, 에러정정방식 등에 주요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도시바, 마쓰시타, 파이오니아 등 이른마 SD규격진영의 8개사들도 상
당한 수준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어, 2사 만이 라이선스제공을 먼저 추진한다
해도 업체들로서는 나머지 업체들의 기술을 확보하기 전에는 상품화가 불가
능하다.
이와 관련 8사진영의 한 관계자는 『소니·필립스의 목적은 라이선스계약
료 배분결정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양사
가 일원화체제에서 이탈하면 자신들의 계약료에 관한 다른 업체들의 간섭이
없어질 뿐아니라 이후에 10사가 다시 이 문제를 논의한다해도 자사의 계약부
분에 관해 기본적인 취득수준이 확정됨으로 손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게
된다는점을 노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소니와 필립스가 이번에 결정한 DVD의 라이선스요금은 사실 현재의 CD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이 방침은 양사가 공동작성한 DVD의 구규격인 「멀티미
디어CD규격」 제안 당시부터 이미 결정되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것이 이번 분열의 주요 원인이 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10사 연합의 일원화체제에서는 DVD의 라이선스요금이 「CD를 크게 웃 돌지
않는 적정수준」으로 책정될 분위기였다. 이같은 상황에서 DVD관련특허의 40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소니·필립스가 CD와 같은 수준의 분배를 요구하면
나머지 8사의 분배율은 너무 낮아지게 된다. 이에 반발한 8사가 분배율 인상
을 주장하게 되면 소니 필립스측의 수입이 CD수준을 밑돌게 되거나, 전체 라
이선스사용료가 CD를 크게 웃도는 결과를 초래할 수 밖에 없게된다.
따라서 CD시대의 번영을 DVD시대까지 끌어가려고 하는 소니와 필립스로서
는 특허비율에 비해 낮은 배분율을 강요하는 일원화구상이 탐탁치 않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심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