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외산 가전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애프터서비스(AS) 불만이 크게늘고 있다. 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올들어 6월말까지 접수된 수입가전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및 상담건수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69.5% 늘어난 3백86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불만사례를 보면 수입업체들이 제품의 구입일자나 보증기간에 관계없이 상례를 벗어난 높은 수리비를 요구하는가 하면 보통 하루나 이틀이면처리할 수 있는 고장도 2∼3주 걸려 수리해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또 어떤 수입업체들은 AS용 부품을 준비해두지 않아 고장신고를 받고 한달이상 걸려 수리해 주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마땅히 AS요원을 보내서 수리해 줘야 할 TV 등 대형제품까지도 소비자들에게 AS센터로 직접 가지고 나오도록 하는 업체도 있다는 등 상식 밖의 일들이 지적되고 있다.
이같은 사례는 외국 메이커들이 우리나라 소비시장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일깨워주는 것으로 우리 소비자들이 외산 수입가전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시기가 아닌가 한다. 따지고 보면 외산 가전제품의 AS가문제된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가전제품의 수입이 시작되면서부터 이미 이같은 문제가 지적되어 왔다.
소비자보호원이 지난해 국내 18개 가전제품 수입업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AS실태 조사결과에 잘 나타나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품질보증기간의 경우국내 가전3사는 2년인 데 비해 수입업체들은 1년밖에 안되고 기본 출장수리비도 가전3사는 2천5백원인 데 비해 수입업체는 3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AS용 부품 보유기간에 대한 기준은 아예 마련되어 있지 않고 고장제품하루 회수처리율은 국산제품이 85%에 이르는 데 반해 수입업체들은 10%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관심을 끌 만한 항목들이 거의 하나같이 수준 이하로 평가됐다. 그것은 바꾸어 말하면 외산 가전 수입업체들이 얼마나 고객 서비스에 소홀히 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다.
사실 수입가전에 대한 AS불만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배경에는 소비자의 「분별없는 외제 선호」와 「수입상인들의 얄팍한 상혼」이 어우러져 있다. 소비자는 기본적으로 가격과 품질을 상품구매의 잣대로 삼는다. 그러나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여기에 국산·외산을 중요한 선택기준으로 삼는 일이 있다는지적이다. 무조건 국산품보다 외산쪽이 품질이 좋을 것이라는 심리적인 요인이 지적되기도 한다. 그동안 외산 인기 브랜드의 가전제품을 찾는 우리 소비자들의 외산선호 풍조는 거의 「중증」으로 지적받아왔다.
지난 90년초까지만 해도 외산 가전수입액은 모두 4억달러에 그쳤으나 지난해에는 4배 이상 늘어난 16억2천만달러에 이르렀다. 올들어서도 이미 지난해보다 20% 늘어난 8억9천만달러로 급증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발표는 그냥 무심하게 지나칠 일이 아니다.
여기에다 외제를 선호하는 소비자 약점을 겨냥한 수입업자들의 「무조건팔고 보자」는 상혼이 맞물려 AS를 염두에 두지 않는 상행위가 증가하면서결과적으로 소비자불만이 증가하는 형상이 되고 만 것이다. 수입 가전업체들이 자금이나 인력면에서 국내 가전업체와 비슷한 AS체계를 갖출 수 있는 여력도 부족하며 따라서 AS를 위한 투자가 미흡할 수밖에 없다.
수입 가전업체들의 AS센터수는 회사당 평균 17개 정도로 국내 가전업체들이 회사당 3백∼5백개의 전국적인 AS망을 갖추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극히미미하다. AS전문요원수도 20∼30여명으로 국내 업체들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부족한 실정이다.
그런데도 외산 가전이 늘어나고 있는 데는 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 물가안정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고 있는 정부가 국산제품에 대하여는 행정력을동원하거나 세무조사 등 강경한 방법으로 가격정책을 펴왔다. 그러나 외제수입가전에 대해서는 전혀 무관하여 수입업체들이 엄청난 마진으로 폭리를취하고 있는데도, 미흡한 AS에도 이렇다 할 만한 제동을 걸지 않고 있다.
충분한 서비스가 확보될 때까지 소비자는 외산 가전을 쓰지 않으면 된다. 우리 소비자들의 외산 가전제품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가 이제 바뀔 때가 되었다. 국산 가전의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또 정부는 정부대로 소비자보호를 위한 수입가전과 관련된 제도를 정비하고 소비자 불만을 없앨 수 있는 각종 정책수단을 동원, 수입 가전업체들을특별관리해야 한다. 이의 일환으로 소비자보호법을 고쳐 소보원의 기능을 강화하고 민간 소비자보호 단체활동을 독려하는 규정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