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한국형 사업구조 개편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세계의 우수기업들은 중앙집권형의 조직체제를 변경하고 방만한 관리부서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간접인력의 효율화 등다양한 형태의 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사업구조 개편)를 행하고 있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세계의 3대 중전기업체 중의 하나인 ABB(Asea Brown Boveri:스위스)의 권한이양체제를 살펴보면 많은 것을 배울 수가 있다. ABB의 세계화전략은 바니 빅 회장이 강조한 『경영조직은 단순할수록 좋다』이다. ABB본사의 초미니조직은 철저한 글로벌 분권화 경영으로 가능한 것이다. ABB의 또다른 특징을 바니 빅 회장은 『우리 회사의 경영구조는 3개의 모순된 요소로 구성돼 있다. 크고도 작은 기업, 글로벌하지만로컬화한 기업, 중앙집권적이면서도 분권적인 체제를 갖춘 기업이 그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바니 빅 회장은 본사 조직을 슬림화하는 동시에 하부조직을 철저히 분권화·현지화시켰다. 「매트릭스조직」을 도입해 모든 조직을 50명 정도의 소규모 사업집단으로 나누는 데 성공했다. 매트릭스조직의 원리는 그룹 이사회밑에 상호 독립적인 사업영역과 지역영역이라는 두 개의 조직을 둠으로써 경쟁 및 협조관계를 이루게 하는 것이다.

한 축에 1백여개의 사업영역을 두고 다른 축에 50개의 분할지역을 두어 이를 기초로 5천여개의 이윤센터(Profit Center)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들이윤센터의 사업 우선순위는 첫째 고객, 둘째 ABB그룹, 셋째 각 이윤센터이다. 개별 이윤센터들이 ABB그룹과 단단히 결합되는 매개체는 바로 신속한 의사전달체계다. 이윤센터에서 제기되는 문제는 센터의장, 해당지역 및 사업영역 본부장, 최고 이사회로 구성된 3단계 하의상달체제를 거쳐 즉시 해결된다.

이러한 예에서 볼 수 있듯이 권한이양이 기업의 경쟁력 확보에 얼마나 큰영향을 미치는가는 명약관화하지만, 그것을 알고도 실행하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의 국내기업의 현실이다. 이는 국가행정력의 강화를 위해서도 PI(Process Innovation:최소한의 절차만을 남겨두고 필수적이지 않은 절차는 과감히제거하거나 고객중심으로 업무처리절차를 대폭 개혁해 경쟁력을 강화시키는활동, 일명 BPR라고도 함) 마인드가 도입돼야 한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의 산업에 의해 상당한 고통을 겪은 이후로 경쟁력 회복을 위해 혁신에 주력하고 있으며, 현재 GE·IBM·HP 등 공룡기업들이 그 전형적인관습에서 벗어나 중소기업 못지않게 신속하게 시장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이들은 우수한 경쟁사의 장점을 철저히 자사와 비교분석해 적용하는 벤치마킹이나 업무 프로세스 전체를 근본적으로 고객중심으로 대전환하는 BPR·CE 등을 시행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서양 경영방식의 BPR기법을 그대로 한국에 들여올수는 없다. 적지 않은 국내 대기업들이 마이클 해머의 BPR이론을 우리 고유의 문화나 관습과의 차이를 제대로 분석하지 않은 채 적용시키려다 시간과돈을 낭비하기만 했다.

우리의 경쟁력은 기술개발이나 경영관리면에서 아직 취약한 부문이 많고설령 조금 우수하다고 하더라도 세계화시대의 국제시장에서의 경쟁력은 극히열악하므로 우리의 모든 프로세스가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자각하고, 세계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기업이나 사회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한국의 산업상황에 적절한 BPR의 최적안을 마련해 프로세스혁신을 모든 산업분야에 적용할수 있는 기반을 다져야겠다. 이제 기업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분야는 제조원가(Cost)보다는 시간중시의 현장감이다. 품질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와 있는기업들간에는 납기준수, 고객의 요구에 대한 응답속도, 개발기간 단축 등이경쟁에서의 승부를 좌우하는 열쇠가 되고 있다.

〈삼성전관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