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홈PC업체들간에 제품 차별화 바람이 서서히 불고 있다.
이윤율 하락,수요 감소,경쟁의 심화등 현재 미국 PC업계를 둘러 싸고 있는 어두운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제품 차별화를 통해 불특정 다수가 아닌 특화된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물론 최근 홈PC시장의 암울한 상황이 작용하고 있다.
기업용PC시장의 절반도 안되는 1백28억달러(지난해 기준)정도규모 시장에서 업체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데다 점점 높아지는 기술료및 유통,마케팅비용은 12∼15%에 불과한 제품 마진율을 더 깎아 먹고 있어 홈PC업체들은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 몇년간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며 확대일로를 달려온 이 시장이 올들어 급격한 둔화현상을 보임에 따라 너도나도 이 시장에 뛰어 들었던 업체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는 것이다
팩커드 벨이나 애플은 지난해 막대한 적자를 보았고 급기야 올 초에는 디지털 이퀴프먼트社가 가정용 PC사업에서 손을 떼기에 이르는 등 내로라하는 업체들조차 힘을 못쓰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의 돌파구로 홈PC업체들은 이른바 제품 차별화전략을 구사,눈길을 끌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고객들을 소득수준이나 취향,연령별로 특화시켜 가격과 기능,디자인등에 있어 다양한 제품을 추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소득층을 겨냥한 고가의 고성능제품이나 저소득층용 5백달러PC,연령별로 노인이나 어린이들의 용도에 맞게 디자인된 제품,그리고 게임등의 효과를 극대화시켜주는 주변기기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최근 컴팩 컴퓨터社의 홈PC 신제품 「프리자리오 300」은 고객 차별화전략의 일환으로 내놓은 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컴팩은 이 제품에 대해 아케이드수준의 3차원 그래픽과 하이파이 오디오,강력한 컴퓨팅을 자랑하는 「궁극적인 멀티미디어PC」라는 점을 강조하고디자인면에서도 세련된 외형에다 현대적 감각의 평면 스크린과 미래지향적마우스를 채용한 이른바 「여피PC」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함으로써 외형과감각을 중요시하는 고소득 여피족들의 수요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IBM의 노트북PC 신제품중 최상위기종인 「싱크패드 760ED」의 경우모든 추가 옵션을 포함,가격이 7천달러로 이는 웬만한 소형차 한대값과 맞먹는다.
IBM은 물론 이 제품으로 고소득층의 PC호사가들을 유혹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저소득층을 겨냥한 초저가PC도 차별화전략의 일환이다.
대만 에이서 컴퓨터가 저소득층이나 PC 보유자들이 보조용으로 더 구매하려는 가구를 주요 대상으로 최근 내놓은 5백달러짜리 PC 「에이서 베이직」이 그것이다.
한편 최근 홈PC시장에 진출한 일본 소니도 이러한 특화전략을 구사하고있다.
소니는 지난달 홈PC를 발표했는데 이는 우선 디자인에서부터 기존 PC들과 차별화되고 있다는 평이다.
즉 회백색에 거의 비슷한 모양을 가진 기존 PC들과는 달리 보라색과 회색의 색상을 채택하고 외형도 자사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의 디자인 담당자가 고안,세련미를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와 관련,시장전문가들은 홈PC업체들이 갈수록 거세지는 시장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점차 제품차별화 전략을 선택할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즉 노인층을 위해서는 보기 편한 대형 스크린 PC나 사이즈가 큰 키보드,또는 여행 계획이나 유언 작성,솔리테어(혼자 하는 카드놀이)용 소프트웨어등이 인기를 끌 것이란 전망이다.
또 어린이용으로는 다양한 색상의 케이스에다 물이나 우유가 엎질러져도무방한 키보드를 채용한 제품이 머잖아 나오고 게임광들을 위해서는 강력한파워에 현란한 비디오와 스테레오 서브우퍼제품들이 호응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들은 업체들이 이른바 「브랜드 로열티」를 기반으로 고정고객을 얼마나 확보할 것인지 여부도 생존에 중요한 열쇠가 된다고 지적하고있다.즉 인터넷을 통해 무료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고객들을 대상으로 컨테스트를 개최하거나 시스템을 업그레이드시켜 주는 등 일종의 「사후지원」정책을 통해 고객들과 끊임없는 유대관계를 맺음으로써 자사 제품의 확실한 지지자를 만드는 것이다.
최근 델 컴퓨터社가 자사의 기업고객들을 지원하기 위해 인터넷에 웹페이지를 개설한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되고 있다. 충실한 기업고객이곧 개인고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구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