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번에 「시내전화 경쟁도입」을 전격 결정한 것은 기본적으로 안팎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보통신 분야의 환경 변화를 현재의 독점 구조로는견뎌내기 힘들다는 현실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우선 안으로는 시내망과 다른 통신서비스를 수직적으로 결합해 제공하는 한국통신의 차별행위와상호보조행위 등으로 경쟁이 도입된 분야에서 이에 따른 효과가 감소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여기에 전세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초고속망 구축 사업이 현재의 독점체제에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시내전화 경쟁도입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즉 독점적 망사업자에게 망의 고도화 책임을 전적으로맡기기에는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외부적으로는 세계무역기구(WTO) 기본통신협상이 진척되면서 유, 무선을망라한 모든 통신서비스의 대외 개방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마당에 구태여 시내부문만을 독점으로 묶어둘 필요가 없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이라는 풀이다.
정부가 연내에 시내전화 사업자를 허가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는 것도 기본통신분야의 경쟁 도입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관심의 대상은 시내전화 사업 허가 대상을 기존 유선전화 사업자로 선택한배경이다.
이에 대해 이번 보고서 작성을 맡았던 통신개발연구원 최선규 박사는 『새로운 기업에 사업권을 허가하는 것보다는 기존 유선전화사업자에게 허가하는것이 서비스의 수직적 결합에 의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보다 합리적이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한국통신에 맞설 수 있는 통신 그룹을 육성, 대외 개방시 경쟁력 있는 사업자를 만들겠다는 의미와 상통하는 부분이다.
정부의 이러한 스케쥴은 상당히 조직적이고 중장기적으로 준비돼왔다는 것이 통신업계의 분석이다.다소간의 무리를 감수하면서 데이콤의 특정기업 소유를 막아온 점이나 지난 6월 선정한 제3 국제전화사업자인 온세통신을 상당부분 인위적인 방법을 동원해 「공기업 형태」로 출범시킨 것 등은 정부의이같은 의중을 읽을 수 있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시내전화분야에 경쟁 도입을 결정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결정적인 이유는지난 90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진행된 통신사업 구조조정에서 얻은 자신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무선호출이나 국제전화 부문의 경쟁 도입이 결과적으로 서비스의 질적 향상이나 기술 발전을 이끌어냈다는 분석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신규 시내전화분야에 진출하는 사업자가 전통적인 유선망을 이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기존 유선망과 보완적인 관계를가질 수 있는 무선가입자망(WLL)이나 쌍방향 무선케이블 TV기술(LMDS),기존케이블 TV전송망 등을 이용하는 상황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정통부는 시내전화 사업의 경쟁 도입이 가입자 네트워크의 고도화로 이어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통신사업의 경쟁을 통해 범국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이라는 또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초고속망 사업자와 같이 도심 등 인구밀집지역에서만 시내전화 사업을 하는 지역 시내전화사업자를 허가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3개 사업자 경쟁 구조를 가지고 있는 국제전화 사업이나 98년 부터 3개사업자가 경쟁을 벌이는 개인휴대통신 부문에는 원천적으로 신규사업자 선정을 불허한다는 보수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장기적으로 국내 통신 시장을외부로 부터 탄탄하게 지켜내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비록 「현재의 주파수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내려진 후」라는 단서를 달고있기는 하지만 한국이동통신과 신세기통신 등 현재의 이동전화사업자에게 PCS주파수를 할당하겠다는 계획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차세대 이동통신기술인 미래공중육상이동통신(FPLMTS)와 무선 양방향 케이블 TV의 원천기술인 LMDS(일명 셀룰러 TV)의 경우에도 기술개발이 우선돼야한다는 보수주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기술 개발에 필요한 주파수 할당을활성화하되 사업자 허가시기는 98년 이후에 검토한다는 계획인 것이다.
정부는 신규 사업자 선정 일정과 함께 통신사업 진출, 퇴출 제도 및 경쟁지원 제도 등 제도 정비 분야에 대한 향후 일정을 밝히고 있다.
우선 현행 사업계획서 평가방식에 대한 객관성 시비와 과다한 사회적 비용지출 등의 문제를 의식,사업자 선정 방식을 재검토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다만 자본시장이 불완전하고 일부 대기업 집단만이 대규모 자금동원능력을 가지고 있는 국내 현실을 감안,전반적인 변화보다는 이권 규모가 적은 지역 무선통신사업 부문부터 점차 출연금 방식(경매제)을 도입할 방침이다.
특히 지배적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정부가 시정명령과 동시에 형사고발을 할 수 있도록 제재수단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최승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