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서비스분야의 진입 장벽이 사라지면서 새로운 기업이 신규통신사업자로 등장했다. 제지업을 주력으로 삼아온 한솔그룹은 이번 정부의 신규통신사업자 선정으로 非정보통신분야에서 정보통신으로 그룹의 무게중심을 옮겨 놓는 데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그 치열했던 전쟁의 선봉에 서서 승리를일구어 낸 한솔PCS 정용문 사장을 포스코센터 10층에 자리잡은 집무실에서본지 양경진 정보통신산업 부장이 만났다.
사업권 획득을 위한 치열했던 레이스가 끝나고 이제 회사설립까지 마친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사업권 획득과 회사 설립은 끝났지만 본격적인 사업준비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내부적으로 회사의 모습도 갖춰야 하고 동시에 사업수행을 위한전략수립과 각종 기술적 검토등 사업준비도 해야하므로 더욱 바빠졌습니다. 정보통신부 등 유관기관 사람들과 만나 통신정책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기도하고 기술개발업계 사람들도 만나고 각종 세미나에 참가해 공부도 합니다. 한국이 대단히 큰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장비 시장이기 때문에 외국의 통신장비 제조업체들도 많이 찾아옵니다.
상용서비스 시기가 1년반밖에 안남은 상황에서 눈코뜰새없이 바쁘시군요.
▲그렇습니다. 무엇보다도 사업개시일에 맞춘 서비스 제공이 가장 중대현안입니다. 기지국 확보, 장비구매문제, 기술인력의 확보와 교육훈련 등입니다. 모두 사업의 성패를 가름할 수 있는 중대사안이기 때문에 면밀한 검토와준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독점시대에서의 이동전화사업이 아니라 만만찮은 경쟁업체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측면에서 완벽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판단입니다. 사업계획서 상에는 사업초기의 서비스 커버리지를 약 70%정도로 잡고 있었으나 이를 90%로 상향조정했습니다.
최근의 인력유치 상황을 보면 한솔PCS는 새로 설립된 통신사업자들 가운데서도 정부, 관련업계, 연구소 등에 근무하는 전문인력들에게 최고의 직장으로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 어떤 이유라고 생각하십니까.
▲한솔은 창사 이래로 환경모범기업으로 환경보호와 자원재활용 등 공익적인 활동에 앞장서 왔습니다. 또한 청결하고 합리적인 조직과 젊고 진취적인기업문화, 인간존중의 경영이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솔이 짧은 기간에 오늘과 같이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되는데 밖에서 한솔을 바라보시는 분들께서도 바로 이런 점들을 높이 평가하는 것이라생각합니다. 특히 개인의 창의와 자율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기업풍토와 무한한 성장잠재력을 갖춘 회사라는 점에서 전문인력들에게 주목을 받고있는 것 같습니다.
사업초기에는 시급한 부분에서의 스카웃은 불가피한 점도 있습니다만 장기적으로는 한솔 스스로의 전문인력 양성계획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까.
▲한솔이 PCS사업 수행을 위해 필요로 하는 기술인력은 올해 1백13명, 서비스 개시년도인 98년에 4백80명, 2002년에 8백56명정도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데이콤을 비롯한 컨소시엄 참여주주사들의 가용인력을 최대한 활용하고부족한 인력은 신입사원을 채용, 정보통신연구원과 제휴선인 미국 옴니포인트에서 교육훈련과 연수를 시켜 양성할 계획입니다. 또한 오는 2002년까지 2백억원을 투입해 정보통신대학원을 설립 운영하고 대학 및 연구소와의 산학연 협동체제를 구축해 이를 적극 활용할 것입니다. 전문가 풀제, 파견근무제, 초빙연구원제, 공동기술개발센터 및 기술교육센터를 통해 중소기업의 인력개발이나 기술이전에도 주력할 방침입니다.
3개의 PCS사업자가 새로 생겨나 동일선상에서 출발하게 된다고는 하지만한솔PCS는 3사 가운데 가장 약체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한솔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사업을 해본 경험이 없다는 점도 약점으로 지적됩니다. 이미시장에 뿌리내리고 있는 2개의 이동전화사업자와 함께 5파전의 양상을 띠게될 시장에서 한솔의 생존전략은 어떤 것입니까.
▲셀룰러 업체가 언제 PCS사업에 뛰어들 지는 모르지만 이 분야에서만큼은우리보다 후발주자이므로 PCS분야의 경쟁은 일단 3파전의 양상을 띨것입니다. 한솔이 정보통신사업에 진출한 역사가 짧다는 게 취약점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금융업의 예에서도 나타나듯 후발 금융기관들이 오히려 고객에게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좋은 실적을 올리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정보통신사업은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발전하고 진화합니다. 누가 먼저 이분야에 진출했는가 보다는 누가 기술의 변화를 빨리 잡아내고 발전시키느냐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따라서 후발주자라는 약점은 하기에 따라서 오히려강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통신사업에 있어서 과거의 전통은 그다지중요치 않습니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사업을 해본 경험이 없다는 것도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는 소비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측면이 많았습니다. 한솔은 소비자들의 원망을 산과정이 없었기 때문에 이미지 측면에서 오히려 유리할 것입니다.
최근 국회에서 공개된 사업계획서 평가점수를 보면 결과적으로 장비제조군과 비제조군을 나누지 않았다면 한솔PCS는 탈락한 셈인데 점수공개에 대한느낌은 어떻습니까. 설립법인의 적정성 항목에서는 비제조군 가운데서도 점수가 낮게 나타났는데요.
▲기대한 만큼은 점수가 나오지 않아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기업규모가 훨씬 크고 장비를 생산하는 제조업체가 자금이나 기술면에서점수를 더 받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평가가 된다면 정부의인가사업은 항상 대재벌들이 딸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 점 때문에 정부에서도 장비 제조군과 비제조군을 구분하고 평가기준이나 항목도 별도로 마련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솔은 한솔이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서 준비했고 그것에 대한 평가를 받아 비제조군의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신청업체의 사업수행능력과 의지가 어느 정도이며 점수는 이것을 계량화한 측정결과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허가신청법인의 적정석 부분도 한솔 컨소시엄에 대기업 참여숫자가 적어 점수가 낮게 나타난 것입니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한솔 컨소시엄에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이많이 참여했고 그만큼 건전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점수 자체보다는 그것의 의미를 정확히 짚어봐야 할 것입니다.
장비제조업을 운영하지 않는 회사로서 앞으로의 장비선택과정에서 LG와는크게 다를 것으로 보입니다. 장비구매방안은 어떻게 세우고 있습니까.
▲장비구매에 있어서는 철저히 경쟁원리를 적용할 것입니다. 애프터서비스나 기술지원 등을 감안하면 국산장비쪽이 더 유리할 수 있지만, 우리 제품도외산과 경쟁력을 비교해 봐야 할 것입니다. 특히 기술이 계속 진보하는 정보통신산업의 경우 한 회사의 장비만 쓰면 관련기술의 발전추이를 모르게 될수 있습니다. 장비구매에 관한 일정한 벽을 쌓으면 통신사업자는 퇴보할 수밖에 없습니다. LG의 경우도 아마 저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PCS사업자들 사이에 공동기지국 설치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알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진척되고 있습니까.
▲사실 정보통신부가 기지국 공동운영에 대한 상당한 의지를 갖고 있고 사업자들도 모두 공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업자들마다 상황이 다르다보니선뜻 이렇게 합시다 라는 말이 잘 안나오나 봅니다. 전체 기지국을 공유하기는 힘들겠지만 지방이나 고속도로변 등 특수한 지역에서는 기지국을 공유하는 게 바람직할 것입니다.
특수관계를 맺고 있는 데이콤과의 영업권 분배가 어떤 형태로 이루어질 것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요즘 이 문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한솔 PCS의 대주주인 한솔은 모든 경영의 책임을 지고 데이콤은 한솔 PCS의 주요주주로 참여하면서 한강 이북과 부산, 경남 등 일정 지역의 영업권을 가지고 실제로 PCS사업을 수행하게 됩니다. 이는 보다 많은 기업들이 직접적으로 사업을 수행함으로써 사업경험을 축적하여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지 국내시장 분할의 차원은 아닙니다. 특히 데이콤의 운영노하우는 해외시장 진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고 데이콤이 보유하고 있는 시설도 많이 빌려 쓰게 될 것입니다. 한솔PCS에서는 경영권이나 영업권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없고 발생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친족독립경영회사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솔그룹과 삼성그룹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요.
▲한솔은 91년 1월, 삼성그룹으로부터 분리를 선언한 이후 93년 9월 공정거래위원회와 은행감독원으로부터 완전한 분리 독립을 인정받았습니다. 신세계나 제일제당과는 달리 한솔은 삼성과 완전히 분리된 별개의 회사이며, 일부 분야에서는 경쟁관계에 있습니다. 이번 PCS사업자 선정과정에서도 한솔과삼성은 별도로 사업권 획득을 추진하는 경쟁업체의 입장이었습니다. 오너가친족간이기는 하지만 이는 개인 차원의 문제이고 사업추진에 있어서는 절대로 각자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한솔그룹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무서운 기세로 사업을 확장해 온데다 PCS사업권 획득으로 기업의 덩치불리기가 정점에 달한느낌입니다. 한솔의 정보통신사업계획의 최종목표는 어딥니까.
▲한솔그룹의 주력업종은 금융, 제지, 정보통신입니다. 그러나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이 미래산업을 주도할 것이라는 예상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이고 한솔그룹은 오래전부터 정보통신사업을 미래 주력사업으로 선정하고 이에 대한 준비를 해 왔습니다. 현재 네트워크 분야의 한솔텔레컴과 하드웨어를 담당하는 한솔전자, 그리고 이동통신서비스 분야를 맡은 한솔PCS의 3개사가 그룹의 정보통신사업 부문을 이끌어갈 것입니다. 앞으로 그룹차원에서 이분야에 집중 투자해 한솔그룹이 세계적인 정보통신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한솔그룹의 목표입니다.
한솔그룹이 PCS사업권 획득으로 기업확장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나름대로 장기 비젼을 제시한다면 어떤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까.
▲지금 당장은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없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통신사업을 확대해 나가려면 위성사업이나 해저광케이블사업, 통신망 사업 등도 구상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98년이면 모든 사업자가 경쟁적으로 개인휴대통신 서비스를 시작할 것입니다. 이제 통신사업자로서 국민들에게 98년이 되면 여러분들은 이러한 통신환경에서 살게 됩니다 라는 측면에서 한 말씀 하시지요.
▲지금까지 이동통신은 귀족통신이었습니다. 부유한 소수에게만 해당되는얘기였죠. 개인휴대통신 서비스가 제공될 때 바뀌는 것 중 가장 분명한 사실은 현재의 휴대전화보다 절반 이하의 가격에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있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게 되면 현재 무선호출기가 보급돼듯이 순식간에 보편적인 서비스로 확산되지 않을까요. PCS사업은 초기에 투자해야 할 돈이 많지만 투자회수기간을 좀더 여유있게 설정해 놓고 값싼 이동통신 서비스를 최대한 많은 국민들이 누릴 수 있게 하는데 최대한 힘쓰겠습니다.
<정리=최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