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정보통신 요금체계 완전자율화한다

26일 통신개발연구원을 통해 발표된 「정보통신 요금정책의 기본 방향」은국내 통신서비스 요금제도를 경쟁체제에 걸맞게 전면 개편하겠다는 정통부의생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평가다.

무선호출이나 이동전화,국제전화와 시외전화 분야에 이미 경쟁원리가 도입돼 있고 지난 6월 30여개에 가까운 신규통신사업자가 탄생한 마당에 독점시대에 적용해온 요금규제제도를 그대로 끌고 갈 수는 없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경쟁 도입이 확대되고 통신서비스의 고도화 다양화가 급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행 요금제도로는 ▲대외 개방에 대비한 국내 통신사업자의 경쟁력 강화와 ▲이용자 위주의 요금제도 지향, ▲정보사회에 대비한 정보기반확충등요금제도의 기본 목적을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대부분 인가 제도를 적용하고 있는 현행 요금규제제가 가진 요금조정의 경직성 때문에 상황 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요금을 조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특히 원가의 개념과 범위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데다 사업자와 정부간에 요금에 관한 협의가 관행화돼 있고 요금외적인 사업규제가존속,경쟁 시대에 걸맞는 요금 경쟁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서는지적하고 있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통신요금 규제제도의 원칙을 기존의 「인가제」에서「신고제」로 전환시킨다는 내용. 완전 자율경쟁에 가까운 요금 제도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의미다.

다만 요금 담합을 선도하고 약탈적 가격 설정 행위의 가능성이 높은 지배적 사업자에 대해서는 시장기능의 정상적인 흐름을 위해 인가제도를 유지시킨다는 계획이다.

요금경쟁의 활성화를 위해 신고제를 적용받는 사업자들에게 대해 그동안관행으로 유지돼온 정부와 사업자간 사전 협의를 중지할 것도 적극 검토할방침이다.

결론적으로 독점상태로 남아 있는 시내전화 부문을 제외한 모든 정보통신서비스 요금 제도를 완전 경쟁을 의미하는 신고제로 개편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이번 공청회의 주제발표자인 통신개발연구원의 정인석 박사는통신요금을 물가관리 수단에서 제외하자는 다소 뜻밖의 제안을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요금 경쟁의 활성화를 위해 물가 안정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공공 요금의 리스트에서 통신요금을 빼자는 주장이다.

정부는 특히 총괄 원가를 보상하는 수준에서 통신요금 수준을 결정하는 현재의 보수율 규제방식의 요금 제도가 사업자들에게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제고하려는 동기를 부여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를 개선할 수있는 방안으로 가격 상, 하한제와 동기규제 방식의 도입을 적극 추진할 방침임을 밝히고 있다.

일정기간 지배적 사업자의 요금변동에 대한 상한과 하한선을 규정,그범위내에서 요금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가격 상, 하한제는 이미 경쟁 체제가 안정권에 접어든 무선호출이나 국제전화,제1사업자의 독점력이 강하면서 요금이원가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이동전화서비스에 올해중에 도입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경쟁이 도입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경쟁도입의 효과가 나타나지못하고 있는 시외전화부문은 후발사업자인 데이콤의 사업이 안정되고 공정경쟁 환경이 개선되는 97년말 이후로 제도 도입을 미루는 것이 바람직하다는입장이다.

다만 독점이 유지되고 있는 시내전화부문에 대해서는 시내망 경쟁이 도입되고 안정화되는 98년 이후로 가격 상, 하한제 도입시기를 연기할 방침이다. 대신 시내부문의 비용절감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가격 상하한제가 도입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독점사업자에게 비용절감의 동기를 부여하는 동기 규제 방식 도입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전임 이석채 장관 재임시 여론에 밀려 무산됐던 시내요금 조정에대해서는 매우 조심스런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와 관련,이번 보고서는 시내 및 근거리 시외구간의 원가 보상율이 각각83.3%,51.7%에 불과하다는 새로운 분석 자료를 제시,시내요금의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설득하고 있다.

특히 시내구간의 경우, NTS(Non Traffic Sensitive:통화량 증감에 민감하지 않은 비용)부문의 적자 폭이 크다는 설명이다. 전화요금 가운데 기본료로충당하고 있는 NTS비용의 보상율이 26%에 불과한 반면 통화료 수입으로 보전하는 TS(Traffic Sensitive:통화량증가에 따라 늘어나는 비용)비용의 원가보상율은 1백30%에 달한다고 밝히고 있다.

즉 원가에 근접하는 요금 체계를 달성하기 위해서 적자가 발생하는 NTS 부문,즉 기본료를 인상하고 흑자인 TS부문,즉 통화료를 인하하는 방향으로 시내요금 조정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날 발표된 정보통신요금 정책 기본방향은 기존의 규제 위주로 일관해온 통신요금 정책의 틀을 경쟁시대에 맞게 자율체계로 전환한다는점에서 일단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만하다.

다만 공정경쟁 환경 조성등 자율경쟁체제를 무리없이 정착시키기 위한 제도적,환경적 보완 대책 마련에 다소 소홀하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최승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