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2)

제1부 통신대란 (2)

김지호 실장은 보고 있던 자료에서 눈을 떼고 선로감시 시스템의 모니터를바라보았다. 붉은 라인이 여러 곳에 표시되어 있었다. 자료를 덮고 일어서붉은 가시경보가 번쩍거리는 모니터 쪽으로 다가갔다.

『지 과장, 어디 또 죽었나?』

『방금 광화문쪽 광케이블 4번째 회선이 죽었습니다. 광화문 교환기의 출중계 루트가 차단되었습니다.』

『장애코드가 뭐야?』

『FCODE 2, 9, 33입니다.』

『복합적인 고장이잖아?』

『예, 그렇습니다. 단선, 접지불량, 절연불량이 다 나타나고 있습니다.』『고장회선을 전부 시험하지 말고 한 회선의 샘플을 잡아 정확하게 시험해봐.』

『네, 실장님. 하지만 경보가 너무 많아 프린터가 다 출력을 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좀 걸리겠습니다.』

느낌.

느낌이 안 좋다.

김지호 실장은 보던 자료를 책상서랍에 집어넣으며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지금 발생하고 있는 고장이 국부적인 사고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정확한 사고원인과 사고지점을 파악해내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종합적인 자료의 분석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느낌이 있다. 발생하는 사고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느낌. 김지호 실장은 심상치 않은 사태를 직감적으로 느꼈다.

찌르르르릉. 또 다른 톤의 경보가 울렸다. 통제실 내부의 시스템과 중요회선에 장애가 발생했을 경우에 발생하는 경보였다.

『강 과장, 뭐야?』

『실장님, 큰일났습니다. 자동절체 시스템이 죽었습니다.』『뭐? 자동절체 시스템이 다운됐어?』

『예, 1호, 2호가 다 죽었습니다.』

『2호기는 이상 없었잖아?』

『그렇습니다. 조금전에 경보발생과 함께 1,2호기가 동시에 죽었습니다.』『지 과장, 청와대 회선 확인해봐!』

김지호 실장은 순간적으로 광화문쪽 회선에 청와대 회선이 걸려 있는 것을생각해내었다. 자동절체 시스템이 정상 가동되고 있으면 장애가 발생해도 다른 회선으로 자동절체되어 아무런 문제없이 통화가 이어지지만 절체시스템에장애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통신두절 상태가 발생하게 된다.

『실장님, 청와대 회선이 모두 죽었습니다.』

얼굴이 하얗게 변한 지 과장이 대책이 없다는 듯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