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인텔이 마이크로프로세서의 기반 설계 기술의 독자 개발에 나섰다. 인텔은 세계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을 선도하는 업체이면서도 독자적 기반 설계 기술은 취약했다고 할 수 있다.
독창적인 기반 설계 기술을 개발하기보다 중, 대형 및 슈퍼컴 등 다른 분야에서 개발된 기술을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차용, 개량하는데 중점을 두어 왔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71년 개발된 「4004」는 60년대 디지털이퀴프먼트사의 「PDP8」라는 중형컴퓨터 기술을, 지난해 출하된 「펜티엄프로」는 80년대 IBM, 모토로러 등이 선보인 RISC(명령어 축소형 컴퓨터) 기술을 모방한것이었다.
그러나 이젠 더 이상 이런 접근 방법이 통할 수 없게 됐다.
지난 71년 「4004」 프로세서 출현시부터 지난해 「펜티엄프로」가 나오기까지 25년간 마이크로프로세서의 눈부신 기술 발전 과정에서 이미 모방할만한 기술을 대부분 차용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크레이그 바레트 최고 운영 책임자(COO)는 『우리는 이미 업계 최고의 자리에 올라 있으며, 이제 더 이상 모방할 기술이 남아 있지 않다』는 말로 이같은 상황을 대변햇다.
앤드류 그로브 최고 경영자 또한 『이제는 연구 개발을 남에게 의존할 수없다』며 독자적인 기술 개발 추진 의사를 밝혔다.
인텔은 이에 따라 장기적인 안목에서 독자적 기반 설계 기술을 개발할 목표로 고급 두뇌들로 구성된 연구개발팀을 은밀히 발족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이 팀의 명칭은 「마이크로컴퓨터 랩스」.
다양한 아이디어를 활용, 새로운 마이크로프로세서 설계 기술을 개발하는것은 물론, 마이크로프로세서와 메모리 기능을 단일 칩에 결합시키거나 가정용 컴퓨터에서 영화 수준의 애니메이션을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그래픽 기술의 개발 등이 이 팀에 주어진 역할이다.
팀장역을 맡고 있는 리차드 워트 박사는 『미래의 컴퓨터 응용 프로그램과이를 운용할 컴퓨터 아키텍처를 염두에 두고 기술 개발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 과정이 그러나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집적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데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기술적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트랜지스터 집적도의 경우만 해도 이미 4004의 2천3백개에서 펜티엄프로의 5백50만개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왔지만 오는 2천10년까지는 그 수를 10억개로 늘리면서 속도 향상과 기존 제품과의 호환성까지 만족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또 개발 비용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소요되는 데다 종래 기초 기술 연구를 담당했던 연구소나 대학들도 최근 예산 삭감 등의 영향으로 기여도가 낮아질 수 밖에 없어 기업의 연구개발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마이크로프로세서 설계 기술 개발에나서지 않고서는 앞으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해 나갈 수 없다는 점을 인텔 자신이 잘 알고 있다.
인텔이 새로운 마이크로프로세서 아키텍처를 개발을 위한 연구 개발 분야「홀로서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가 이 회사의 21세기를 결정할 주요한 변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오세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