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하이테크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의 심기가 편치않다.
기업 환경의 변화가 워낙 빨라 제 때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만만치않은데다 실적에 민감한 투자자들의 압력이 커지면서 중도 퇴진하는 최고경영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만해도 3명의 하이테크기업 최고경영자가 경영 부진에 책임을 지고현직에서 물러났다.
AST리서치와 쿼터덱, 그리고 노벨의 최고경영자가 그들이다.
여기에 지난 7월 사임한 볼랜드 인터내셔널의 개리 웨첼을 포함하면 불과두달새 내로라 하는 하이테크기업의 총수 4명이 줄줄이 자리를 내놓은 셈이다. 이들의 재임 기간은 노벨의 로버트 프랑켄버그 최고경영자가 2년6개월이었고, 다른 3명은 1년6개월도 채 안됐다.
과거엔 2년이내 최고경영자가 물러나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이같은 현상은 기본적으로는 하이테크 산업의 치열한 경쟁의 결과이지만 CEO의 「공급과잉」도 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인력관리 전문가들은 분석하고있다.
최근 몇년간 계속되고 있는 하이테크 산업의 기업 인수, 합병(M&A)의 결과, 일선을 떠나 있는 이른바 「재야 CEO」들이 늘어서 있어 필요한 사람을구하기가 쉬워졌다는 것.
노벨의 경우에도 CEO를 외부 영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하이테크 분야의 급속한 기술 발전과 경쟁이 최고경영자의 잦은 교체를 야기하는 주요 요인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 환경의 변화능력이 최고경영자의 덕목이 되면서 빠른시간내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지 못할 경우 자리를 위협받는 상황이 속출하고있는 것이다.
웨첼 전 볼랜드 최고경영자는 이에 대해 『최고경영자에 대해 반사적인 위기 대응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며 자신의 경우도 그같은 경향의 희생물이라고 말했다.
일종의 변화에 대한 강박 관념이 미국 하이테크 산업을 지배하면서 최고경영자 단명시대가 도래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오세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