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7)

金 永 根 제1부 통신대란(通信大亂) (7)

OFF LINE.

현미는 단말기의 키보드를 다시 한 번 두들겼다. 계속 「OFF LINE」 상태였다.

『마감시간이 다 돼가는데.』

현미는 앞쪽 벽면의 대형 시계를 바라보았다.

16:05.

전산망이 OFF LINE으로 변한 지 벌써 15분이 지나 있었다. 전산망뿐만 아니라 전화도 함께 고장상태가 되어 본점 전산실과 연락도 못하는 상태로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전화선이 어떻게 된 것일까?』

현미는 은행의 온라인망이 전화선과 달리 별도의 선(線)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대강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전화까지 불통이 된 지금은 별다른 조치를 취해볼 도리 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감시간이 가까워 오고, 신용카드의 결재마감일이라서 그 어느 날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은행창구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지만,현미를 비롯한 일동은행 직원들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전산망과 전화가 회복되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혜경씨, 오늘 늦겠는데?』

현미는 옆자리의 혜경을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혜경. 현미의 입행동기로, 일동은행에서 가장 친한 동료였다.

『응? 약속시간과 장소는 정하지 않았어. 승민씨가 연락주기로 했어.』『전산망이 고장나 마무리지으려면 오늘 저녁 바쁘겠다.』『바로 회복되겠지, 뭐.』

현미는 혜경이 오늘 승민의 가족을 만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장래의 시부모를 정식으로 만나는 것이었다.

현미는 서두르듯 전표를 정리하는 혜경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름다웠다.

쭉 빠진 몸매에 뚜렷한 이목구비. 여자인 현미가 바라보아도 아름답다는 느낌이 드는 그런 모습이었다.

현미는 단말기의 키보드를 다시 두들겨보았다. 계속 「OFF LINE」 상태였다. 다시 전화기의 수화기를 들고 외부전화 호출번호인 「9」를 눌렀다. 하지만 발신음이 떨어지지 않고 빠른 화중음이 들렸다. 전산망 고장과 동시에고장이 난 전화도 아직까지 고장상태로 남아 있었다. 전산망의 고장을 신고하고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전화의 고장으로 다른 때와는 달리 전산망의 회복시간을 예측하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현미씨, 어디서 타는 냄새가 나는 것 같지 않니?』『타는 냄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