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되는 세계 반도체시장의 침체와 D램의 가격하락으로 미국, 일본 등 선진국 반도체 업체들이 설비투자를 축소하고 인원을 감축하는 가운데 대만 및싱가포르업체들이 설비투자를 강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업계 일각에서는 반도체시장의 조기안정을 점치는 견해도 나오고 있으나 美, 日 업체들은대체로 현상황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그 타개책의 일환으로 설비투자를 억제하는 한편 종업원을 잇달아 감축하고 있다.
미국의 최대 반도체업체인 텍사스 인스트루먼츠(TI)社가 당초 올해 설비투자액을 25억달러로 책정했다가 최근 이를 23억달러로 하향 조정하기로 결정했는가 하면 내셔널 세미컨덕터,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등은 종업원을 감축한다고 밝혔다.
또 일본의 도시바, NEC, 히타치제작소 등 주요 반도체업체들은 16MD램 증산계획의 취소와 더불어 설비투자액의 하향조정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이와동시에 오키전기 등은 반도체부문 생산직 근로자들을 다른 부문으로 배치하거나 감원할 예정으로 있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을 맹추격하고 있는 대만과싱가포르업체들은 최근 들어 설비투자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우리의 깊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비록 아직은 이들의 기술 수준이 국내기업들보다 뒤떨어져 있다 하더라도 美, 日 등 선진국업체들과 제휴해 16MD램이나 64MD램등 첨단기술을 이전받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는 업체여서 주목된다.
우선 대만의 주요 반도체업체들은 가격하락에도 불구하고 16MD램이 여전히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이의 생산을 축소하지 않을 뿐 아니라 내년에도이를 주력제품으로 생산한다는 전략이다. 그중에서도 미국과 대만의 합작업체인 TI에이서는 16MD램의 생산설비를 전면가동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게다가 일부 업체들은 64MD램의 생산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외국업체들과의제휴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茂전자가 독일 지멘스와 합작으로 16억달러를 투자해 내년 중반부터 64MD램을 생산할 예정이고 華邦전자는 일본 도시바로부터 64MD램 생산기술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대만반도체제조사와 후지쯔,세계先進積體電路와 샤프가 각각 제휴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싱가포르정부는 반도체산업을 최우선 국가 전략산업으로 선정하고산, 관이 기술개발 및 생산설비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싱가포르는 앞으로 10년간 이분야에 최소한 3백억달러를 투자한다는 것이다. 현재 차터드 세미컨덕터를 비롯한 미국 TI사와의 합작사인 테크 세미컨덕터, 일본 히타치와의 합작업체인 히타치 닛폰스틸 세미컨덕터 및 프랑스계인 SGS-톰슨 마이크로 일렉트로닉스 등은 첨단 반도체공장의 신설 또는 확장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싱가포르 정부는 21세기에 대비해 앞으로 10년 안에 25개정도의 대형 반도체공장의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대만, 싱가포르 등 후발 동남아시아국가들은 세계반도체산업의 불경기에 아랑곳 하지 않고 기술개발 및 생산확대에 주력하고 있어 세계시장뿐아니라 국내 반도체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이들은 歐美 선진국들과의 제휴형태를 통해 16MD램은 물론 64MD램까지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확보를 서두르고 있다. 이는 머지 않아 미국, 일본이외에또 다른 경쟁상대가 등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현재의 침체국면이 일시적 현상이냐 또는 장기화할 것이냐를 따지기에 앞서 세계 반도체산업및 시장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국내업계는 그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새 전략으로는 기술개발강화와 非메모리 분야로의 제품다변화 등을 생각할 수 있다. 또 독자적인 개발과 함께 歐美 선진국업체들과의 기술제휴 및 합작도 고려해 보아야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반도체산업 전략은 장기적 세계수요, 공급예측, 주변산업 및 기술의 발전추이 등에 대한 면밀하고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수립, 동남아 후발국 업체들과의 기술격차를 벌이면서 선진 반도체산업국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다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