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통신대란 (9)
『아주머니, 죄송하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오늘 찾지 않으면 안되는데, 다른 지점은 어디 있죠?』『명동백화점 옆에 명동지점이 있습니다만,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낭패한 얼굴로 현미에게 말을 걸었던 아주머니가 창구를 떠날 때 혜경이말을 걸어왔다.
『현미씨. 타는 냄새가 나지 않아? 어디서 불났나 봐?』『불?』
현미는 은행 내부를 다시 한 번 둘러보았다. 매캐한 냄새와 함께 희미한연기가 낀 것 같았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아도 은행 안에서 연기가 나는것 같지는 않았다.
현미는 다시 한 번 단말기의 키보드를 눌러보았다.
여전히 「OFF LINE」 상태였다. 현미는 창구 뒤쪽의 대형 시계를 보았다.
16:07.
온라인에 장애가 발생한 지 17분이 지난 시각이었다.
현미는 장애시간을 기억하는 버릇이 있었다. 특히 마감시각이 가까운 경우에는 더욱 그랬다. 한낮에 온라인에 장애가 발생하면 잠시 쉴 수 있는 재미도 있지만, 오늘처럼 마감시각이 다 된 때에는 온라인이 회복된 후 마감시각을 넘겨서까지 일을 처리해야 하는 것이 번거롭기 때문이었다.
『땅속에서 불났어!』
그때 바깥을 둘러보고 있던 청원경찰 홍씨가 은행 안에 대고 소리쳤다.
순간, 은행 창구 안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땅속에서 불이 났다구요?』
현미 뒷자리에 앉아 있던 이 대리가 말을 받으며 일어나 은행 밖으로 뛰쳐나갔다. 창구에서 기다리던 사람들도 급하게 출구로 몰려들어 은행 안은 순식간에 혼잡스러워졌다.
『땅속에 탈 것이 있나?』
현미는 늘 걸어다니는 땅속에 탈 것이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밖을 내다보았다. 은행 밖 바로 앞에 있는 지하철 환풍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혜경씨. 지하철에서 불이 났나 봐. 환풍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어.
』
『지하철에서 불이 나?』
『지하철 환풍구에서 연기나는 것 좀 봐.』
『어머, 정말 연기가 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