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황에 올바로 대처하자

최근 경기침체를 보는 시각이 다양하다. 산업계의 엄살이 지나치다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실제로는 수면 아래 감춰진 빙산처럼 보이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시각도 있다. 산업체나 연구소, 정부부처 등 자기의 소속이나 처한입장에 따라 시각이 다를 수 있으나 불황이 심각하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

올해초부터 불황은 예고됐다. 정부나 산업계가 경기 연착륙에 최대의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으나 그것이 효과가 없이 무망에 가깝게 돼 버렸다. 장바구니 물가는 상상을 넘어섰고 전세값의 급등과 주식시장의 침체 등 고물가의증상이 현실로 되어버렸다. 기업체들의 자금난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특히중소업체들은 더욱 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금세기 최대 산업이며 21세기에도 주종산업이 될 전자분야도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올해들어 감소하기 시작한 수출이 마침내 지난7월에는 29억6천6백만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20.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두자릿수의 수출 증가율을 보였던 전자산업이 크게 감소한 이례적인일이다. 상반기 가전제품 내수도 사상 처음으로 VCR와 전자레인지가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각종 전망치를 보면 이같은 상황은 하반기에도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같은 불황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국산제품의 경쟁력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독창적인 제품개발이 미흡해 따라잡기식의 선진국 제품 모방생산이 주류를 이뤘다. 이로 인해 선진국이 앞서서 높은 수익을올리고 나면 우리는 박리다매를 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졌다. 또 특허문제에 시달리거나 선진국에 엄청난 로열티를 지불해야만 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었다.

그 원인을 찾자면 대기업 위주의 산업구조가 완전경쟁을 제한, 진정한 의미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없었던 점도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급변하는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것도 바로 대기업이다. 탄탄한 중소기업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지 못했던 것도 우리 경제의 취약점 중의하나다.

불황의 원인이 이같은 산업계의 구조적인 문제 외에도 불안정한 정치상황,높아져 버린 국민들의 소비성향 등 거의 모든 부분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있는 것임은 틀림없다.

그런데도 정부나 재계는 최근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한결같이 단기적인 비용의 절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같다. 최근 전경련이 주요 30대기업들을 중심으로 내년도 임금인상을 동결키로 한 것이나 이에 앞서 정부가 「9.3경제조치」를 통해 2급이상 공무원의 봉급을 동결하기로 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기업체들이 이미 올해들어 인력충원을 억제해온 데 이어 최근 특히 어느한 그룹은 명예퇴직 방식을 통해 전체인력의 20%를 감원한 것을 비롯해 감원바람은 산업계에 거세게 불고 있다.

90년대초 컴퓨터분야의 경쟁이 치열해져 기업체들이 이윤 저하로 인해 많은 적자를 보았을 경우도 감원은 마지막 순간의 선택이었다. 이에 앞서 사업구조 조정, 물류조직 개선, 조직 재배치, 인사제도 혁신 등 경영혁신으로 경쟁력을 강화했던 것이다. 그래서 적지 않은 업체들은 인력감원 없이도 경영혁신에 성공해 경쟁력을 회복했으며 컴팩과 같은 업체는 세계 제1위의 PC업체로 부상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봉급을 줄이고 감원을 하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것처럼 너나 없이 그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인력을 무더기로 감원하는 것은불황을 타개하는 데 있어 우선순위나 능사는 아니다.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최근 실업률은 2%로서 완전고용에 가깝다고는 하나실제로는 실업률이 낮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고급인력의 높은실업률은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인력자원 낭비 요인이 되고 있다. 이제 기업체들은 가장 우선적으로 고도 정보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은 잘되었는지를 살펴보고 그런 다음 조직을 정비해 적재를 적소에 재배치하고 또불합리한 임금구조가 있다면 그것을 바로잡아 비용을 낮춰야 할 것이다. 이같은 작업을 통해 조직의 활력을 살려 기술력을 배양하고 생산성을 높여 불황을 타개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