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본격 나타나기 시작한 메인프레임시장의 회복세는 부활의 신호탄인가,아니면 꺼져 가는 생명의 마지막 불꽃인가.
80년대후반 들어 기업 컴퓨터환경에 불어 닥친 PC및 유닉스기반의 분산처리와 다운사이징 열기에 밀려 쥬라기시대의 공룡처럼 사망진단까지 받았던이 고철덩어리가 90년대 중반부터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분산처리덕분에 그 우두머리로 다시 대접을 받고 있다.
즉 가속되고 있는 기업의 개방형 클라이언트 서버환경에 맞춰 기존의 집채만한 크기의 중앙집중식처리에서 「대형냉장고」정도로 크기를 줄이고 가격및 성능도 크게 향상시켜 「엔터프라이즈 서버」로 거듭나면서 그 존재가치를 다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메인프레임의 종주인 IBM을 비롯해 암달이나 히타치 데이터시스템,유니시스,후지쯔,NEC등 IBM 호환업체(PCM) 시스템담당자들의 얼굴도 희색을 띄는 것은 당연한 일.
개방형시스템이나 PC가 아무리 클라이언트 서버 컴퓨팅환경을 뒤덮었다해도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온라인으로 처리해야 하는 기업의 정보시스템,특히 금융서비스분야에서 메인프레임은 여전히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 시스템담당자의 주장이다.
IBM 유럽법인의 S/390사업부에 있는 한 간부는 『지난 18개월동안 메인프레임수요가 급격히 늘었다』고 밝혔다.
사실 IBM 전체적으로도 지난해 메인프레임의 판매대수가 60%가 늘어나는호조를 보였다.
이러한 메인프레임시장의 활기에 대해 IT관계자들 사이에 이를 진단하는시각은 분분하다. 분명한 것은 메인프레임 예찬론자들조차도 이러한 분위기가 과거 70년대에 누리던 전성기로 되돌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메인프레임시장의 활기가 통계상으로만 나타난 일시적 반등현상이라는 의견에도 반대한다.그들은 메인프레임이 전성기는 아닐지라도 다시부활하고 있다는 것을 믿는다.
트리쉬 인포메이션 서비스社가 최근 IBM S/390시스템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메인프레임의 건재를 과시하는 몇가지 요소가 강조되고 있다.
먼저 △중앙집중식 메인프레임은 관리및 유지에 있어 분산 컴퓨팅시스템보다 비용이 적게 들며 △분산 컴퓨팅환경보다 시스템의 안전성과 가용성,기능성,그리고 데이터 보안성이 뛰어나고 △무엇보다 처리속도와 용량에 있어 탁월하며 △핵심 애플리케이션운용에 있어서 신뢰성이 높고 △응용 소프트웨어시장이 성숙해 풍부한 개발도구를 제공해 주고 있다는 점이다.
트리쉬는 조사의 응답자들 중에서 『분산처리로는 업무량을 제대로 처리하는 데 아무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클라이언트 서버의 여러 플랫폼들은유지비용이 생각보다 너무 비싸다,기능이 부족하다』는 등의 의견들이 많이제기됐다고 전했다.
메인프레임 지지자들은 또 PC나 유닉스 웍스테이션이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데 훨씬 유연하고 빠른 시스템이라고 하는 기존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하고 있다.
즉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테스트하는 데는 분산 네트웍을 이용하지만 이를 상품화하는 데는 다시 메인프레임으로 옮겨가는 이른바 업사이징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메인프레임 지지자들은 클라이언트 서버환경에서 메인프레임이 강력한대형 서버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는 데서 이의 건재를 입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77%가 클라이언트 서버환경에서 서버로메인프레임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금융 서비스분야나 세계 각국에 퍼져 있는 현지법인들과 고객들을 네트웍으로 연결하고 관리해야 하는 다국적기업의 경우 메인프레임의 파워는아직까지 강력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기술의 진보도 메인프레임의 생존을 유지하는 견인차가 되고 있다.
지난 94년 IBM은 기술적으로 두가지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었다.
기존의 비싼 바이폴러계열의 프로세서에서 PC에 주로 채용되던 저렴한가격의 CMOS(상보성금속산화막반도체)계열을 메인프레임에 채용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CMOS기술은 그뒤 가격과 유지비용이 훨씬 저렴하다는 이점에다 성능이계속 향상되면서 바이폴러계열을 급속히 대체,현재 80%이상의 시스템이 이를채용하고 있다.
또 하나는 초병렬처리(MPP)기술의 개발이다.
즉 시스템의 처리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프로세서의 성능을 높이는 대신저렴한 프로세서를 수십개에서 수천개까지 병렬로 연결시키는 것이다.이는기업 내, 외부에 산재해 있는 방대한 데이터를 온라인으로 처리,신속한 의사결정지원기능을 함으로써 메인프레임의 위상을 크게 높여 놓았다.
그러나 메인프레임의 부활론에 대한 비판도 만만찮다.
먼저 유지관리에 앞서 시스템의 도입비용이 막대하다는 점이며 클라이언트서버환경에서 PC나 웍스테이션기반의 서버가 저렴한 가격에 유연하고 기동성있게 대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또 이들 시스템은 계속 성능이 향상되고있어 오히려 메인프레임의 영역까지 뻗어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다.따라서 메인프레임의 운명은 결국 이들 시스템에 종주권을 물려 줄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실시된 몇몇 조사결과 내려진 결론은 2백명이상의 고객을보유하고 있는 조직의 경우 5년의 기간을 기준으로 했을 때 클라이언트 서버환경에서 메인프레임을 도입,운용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다는 사실이다.즉 클라이언트 서버컴퓨팅의 규모와 도입및 유지비용을 고려할 때 메인프레임이다운사이징 컴퓨팅보다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얘기다.
컨설팅업체의 한 분석가는 『메인프레임의 가격이 해마다 떨어지고 있기때문에 도입비용의 부담은 많이 줄어 들 것이다.따라서 메인프레임의 중앙집중식 처리방식은 고객의 요구에 무엇보다 가장 적합한 방법을 제공해 줄 것』이라며 당분간 메인프레임의 존립을 낙관했다.
<구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