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美폴라로이드, 러시아 시장 진출 성공

즉석사진으로 유명한 미국의 폴라로이드社가 러시아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폴라로이드가 러시아에 진출한 것은 7년 전으로, 보통회사같으면 지금쯤시장의 한계를 느낄 시점이다. 그러나 이 회사의 즉석사진기만큼은 없어서못팔 지경이다. 폴라로이드가 러시아 원자력산업부와 공동으로 운영하는 합작기업인 「스베타조르」는 1년에 약 20만대의 즉석사진기를 생산해 국내에들여놓고 있다. 그러나 이 숫자로는 급증하는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해 유럽지역에 있는 폴라로이드공장에서 약 80만대의 즉석카메라가 추가로 러시아에반입되는 실정이다.

이 회사가 지난해 러시아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20억달러로, 전체판매액의약 10%를 러시아시장에서 거두어 갔다. 폴라로이드로는 러시아가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인 셈이다. 이 때문에 폴라로이드 사진기를 러시아의 「국민카메라」로 부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러시아인만큼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드물 것이다. 호기심 많고 추억을 보존하기 좋아하는 러시아인들은 사진기를 누구보다도 아낀다. 특히 즉석사진에 사람들은 관심이 많다. 인파가 붐비는 거리에는 나무로 된 실물 크기의 고르바초프 옛소련 대통령이나 옐친 현 러시아 대통령을 내걸어 놓고즉석사진을 찍는 사진사가 있게 마련이다. 폴라로이드의 성공은 일찌감치 러시아시장에 눈독을 들인 안목과 사람들의 이같은 높은 사진선호도에 기인한다고 할 것이다.

폴라로이드가 러시아 땅에 첫 발을 디딘 것은 아직 소련시절이었던 89년으로, 합작기업인 「스베타조르」를 세우면서부터이다. 85년 고르바초프 옛 서기장이 페레스트로이카(개혁)정책을 시작하자 소련이라는 새로운 시장에 관심을 보였던 폴라로이드는 합작선을 찾는 4년여의 노력끝에 드디어 러시아에즉석사진기 생산거점을 마련했던 것이다. 러시아측 파트너는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부회장이면서 원자력 에너지연구소 소장인 에브게니 벨리호프 박사로, 벨리호프의 주선으로 폴라로이드와 러시아 원자력산업부 사이에 89년 합작사 설립계약이 체결됐다. 합작사 설립과 관련해서는 윌리엄 매킨 폴라로이드 회장이 부인과 같이 자전거로 호주를 일주하고서 『이제 새로운 모험을시작할 때가 되었다』고 선언했다는 일화가 있다.

합작사인 스베타조르사의 지분은 처음에는 「폴라로이드 유럽」이 48%를갖고 「발티에츠」 「시그날」 등 러시아 원자력산업부의 관리를 받는 러시아 현지기업이 나머지 지분을 나눠가졌으나, 사업이 번창하면서 「폴라로이드 유럽」이 「발티에츠」가 갖고 있던 13%의 지분을 얼마 전에 사들여 82%의 지분을 갖는 사실상의 독자체계로 돌입했다.

폴라로이드의 즉석사진기 판매방식은 딜러회사를 이용하는 일반적인 방식을 따르지 않고 원자력산업부와 그 산하 기관의 종업원을 고객으로 만들거나거리의 키오스크를 통해 판매하는 등의 이른바 「벼룩판매」를 주로 하는 점이 특징이다. 이런 방식으로 폴라로이드는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고서도지난 91년 이후 해마다 2배의 판매량 신장추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회사들은 이제 겨우 러시아의 사진기시장에 관심을 갖고 시장을 개척하는 단계이지만 폴라로이드는 이미 괄목할 만한 결과를 러시아에서 거두고 있다』고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그러나 이처럼 승승장구하는 폴라로이드에 최근 복병이 나타났다. 일본계사진기회사들이 그 상대로, 코닥, 후지포토, 코니카, 아그파 등이 전통적인사진기와 각종 서비스를 내걸고 소비자에게 접근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일반사진기보다 즉석사진기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취향상 아직은 폴라로이드에 역부족인 실정이다.

다만 폴라로이드로서도 약간의 전략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우선 그동안무시하던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고 딜러망도 구축하기 시작했다. 폴라로이드는 모스크바시장이 이제 어느 정도 한계에 왔다고 판단하고 딜러들을 통해 러시아의 각 지방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큰 도시에는 자사의 사진기가 상당히 보급되었지만 지방은 아직 백지상태나 마찬가지라는 것이 이 회사의 판단이다. 아울러 러시아에 있던 생산시설을 활용해 즉석사진기의 각종 부품을 생산, 유럽지역이나 미국으로 수출한다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이미 러시아의 오브닌스크지방에 있는 폴라로이드 조립공장은스코틀랜드에 있는 폴라로이드공장을 위하여 인쇄판을 만들기 시작했다.

〈모스크바=김종헌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