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AT&T, 영국의 BT, 일본의 NTT. 세계 정보통신서비스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정보통신분야의 시장 구조가 다변화되고 경쟁체제의 도입으로 치열한 시장 상황에서도 이들 기업들은 이제까지 세계 정보통신시장에서 아성을 지키며 이 분야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그간의 독점체제로 인해 비대해진 조직을 슬림화하고 이른바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은 전략적인 제휴로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 최근 선진 통신사업자들의 살아남기 전략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정보통신 환경속에서 난관을 해쳐나갈 수 있는 유일한 전략은 지금까지의 구습에서 탈피,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것을 찾아나서는 길밖에 다른 방도가 없음이 자명하다.
선진국의 기간통신사업자들과 비교되는 통신사업자는 우리나라에서는 한국통신(KT)이다. 지난 수십년동안 국내 통신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로 절대 강자의 자리를 지켜왔으며 앞으로 선진 정보통신업체들의 국내 진출을 막아온빗장이 완전히 풀릴 경우 국내 통신시장을 지킬 대표주자로 나서야 할 위치로 한국통신에 대한 기대는 자못 크다.
그러나 최근들어 한국통신이 과연 이같은 격랑의 국내외 정보통신산업환경에서 기대하는 몫을 잘해나가며 버텨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의심스러운 사례들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일례로 차세대 이동통신으로 불리는 개인휴대통신 식별번호 문제를 들수있다. 물론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보편적인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한국통신이 민간 통신사업자보다 더 많은 통신망 식별번호를 갖는 것은 납득하기힘들다.
그래도 한국통신 경영진들은 정책당국의 눈치보기에만 급급한 실정이다. 외국의 경우처럼 정책당국과 주도적인 통신사업자간의 견제와 균형의 논리는찾아볼 수 없다.
또한 최근 신규 민간 통신사업자들의 출현으로 한국통신의 우수인력이 대거 경쟁사업자로 자리를 옮기는 스카우트 파동을 겪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응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같은 일이 있을 때마다 한국통신은 법과 제도를고쳐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투자기관법에 적용받는 현 상황에서 한국통신이민간기업과 경쟁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물론 설득력 있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같은 법과 제도를 두고도 고칠수있는 내부적인 과거의 관행도 아직 큰 개선이 없다. 주요 통신기자재의 납품을 둘러싼 비리는 한국통신이 값싸고 양질의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최대 걸림돌이다.
최근에 보도된 가입자 무선장치 입찰 비리는 통신기자재 납품을 둘러싸고한국통신과 납품 업체간 담합행위가 얼마나 골이 깊은지 극명하게 보여주는사례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설교환기를 비롯해 광케이블, 전송장치 등 통신시스템의 구매에도 과거의 관행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통신산업을 지원하고 낙후된 기술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최저가격의 시스템 구매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는 관습적인 이유는 구매제도의개선요구를 묵살하기에는 이제 설득력이 없다.
한국통신이 경영합리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114 유료화 계획도 다른측면에서는 한국통신 스스로 자가당착에 빠질 수밖에 없는 주장이라는 지적이다. 한국통신 내부적으로 경영체질을 개선하고 새로운 시장환경에 대처하기 위한노력이 없이는 난마처럼 얽힌 문제를 풀 수 없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아무리 경쟁이 치열해도 전국적인 유선 가입자망을 갖고있는 한국통신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안이한 경영층의 사고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정보통신분야처럼 상황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침몰이 자명한 경우도 흔치않다. 특히 환경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는 공룡기업은 살아날 수 없는것이 바로 오늘날 정보통신산업계의 현실이다. 한국통신이 경영체질 개선으로 거센 개방 파고를 막을 수 있는 통신사업자로 거듭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