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일본 휴대전화 폭증과 문제점

일본 국내 휴대전화의 월간 신규가입대수는 지난 7월 1백만대 벽을 돌파했다.

그 다음달 신규가입대수도 이보다는 약간 떨어지지만 80만대를 넘어 초강세를 나타냈다.

휴대전화의 놀라운 보급속도는 이미 지난 94년 4월부터 가시화, 지금까지두배증가세로 이어지고 있다. 이로써 누계 가입대수는 8월 말현재 1천4백43만대에 이르렀다.

이런 추세라면 『연내 누계 가입대수 2천만대돌파』가 무난할 것이라는 게관련업계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간이휴대전화(PHS)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7월 일부지역 및 업체를시발로 서비스가 시작된 PHS의 누계가입대수는 서비스 개시 14개월째인 지난8월 말현재 3백만대를 넘어섰다.

아직 휴대전화에 비하면 미미한 규모이지만 단순비교로 서비스개시 14년을넘어선 시점인 94년 3월 말에 휴대전화의 누계가입대수가 2백13만대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PHS의 위세도 만만치 않다.

한마디로 현재 일본에선 PHS를 포함한 이동전화 붐이 일고 있는 것이다.

그 견인차는 단연 20세전후의 젊은이들. 도쿄 도심에서 여학생들이 휴대전화나 PHS로 통화하거나 남학생들이 바지 주머니에 단말기 끈을 늘어 트리고활보하는 것은 이제 흔한 광경이다. 젊은이들의 통신수요가 이전의 무선호출기(일명 삐삐)에서 빠른 속도로 PHS나 휴대전화로 옮아가고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 이동전화의 보급은 이미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단말기에서 나오는 전자파로 인해 발생하는 전자기기의 오동작을 문제삼아 휴대전화의 사용을 금지하는 병원이 늘고 있는 것은 그 반증이기도 하다. 운전중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교통사고도 늘어나고 있다.

사업적인 면에서 문제도 있다. 개인수요를 끌어 들이는데 성공한 이동전화붐은 얼핏 보기에 끝이 없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주파수라는 유한자원을이용하는 태생적 한계와 지나친 보급속도를 배경으로 이동전화는 과열경쟁등적지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이와 관련 일본의 경제주간지 「東洋經濟」誌는 최근호에서 「이동통신버블(거품)」이 팽창하고 있다며 그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그 첫번째는 격렬한 판매경쟁과 이를 지탱하는 판매장려금(인센티브)이다.

어떤 양판점의 경우 「PHS 1엔부터, 휴대전화 3천7백엔부터」라는 포스터를 내붙이고 있다. PHS가 경품이 되는 일도 드물지 않다. 최근에는 휴대전화에서도 이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거의 무료로 단말기를 판매하는 이같은 행위는 통신사업자들이 신규가입획득을 목적으로 인센티브를 지불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휴대전화의 경우 흔히 5만-6만엔의 장려금이 오가는데 판매점에선 카달로그가격으로6만엔정도인 단말기를 무료로 줘도 이익이 남게 된다.

당연히 통신사업자에겐 큰 부담이다. 특히 설비투자부담까지 안고 있는 후발업체들에겐 고통이 아닐 수 없다.

일례로 PHS사업자 DDI도쿄포켓전화나 NTT중앙퍼스널통신망등이 지난 3월결산에서 1백80억엔 가량의 적자를 기록한 것도 바로 이같은 출혈경쟁 때문이다.

물론 장려금은 장기적으로는 업체에 손해가 아니다. 이용자로 부터 나오는요금수입은 휴대전화의 경우 월 평균 1만엔안팎, PHS는 5천엔대인데 5만엔의장려금을 낼 경우 5개월정도면 원상회복이 가능하게 된다. 그러나 장려금은한편으론 신규수요의 증가로 그 효과가 나타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가입자증가에 따른 설비투자를 불러 결과적으론 기업의 부담으로 되 돌아온다. 통신사업자에겐 크게 이득이 될 것이 없는 것이다. 두번째는 설비투자의 문제이다.

특히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휴대전화업체들이 신규가입 폭증에 대응, 회선확보에 주력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디지털방식으로의 전환을 지나치게 서두르고 있다는 점이다.

휴대전화시장 1위인 NTT도코모의 경우 지난 94년 중반까지만 해도 주류는아날로그였다. 그러나 올들어 디지털이 주류가 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통상의디지털 1회선분의 주파수에서 2회선 확보가 가능한 하프레이트의 판매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 회사는 기존 아날로그방식 고객을 유도, 디지털로 전환시킬계획이다. 다른 업체들도 대체로 그 뒤를 쫓는 상황이다.

그간 통신사업자들은 디지털로 전환한다는 명분으로 이용자들에 대해 통화품질이나 도청이 어렵다는 디지털의 우위성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통신기기업체들은 한결같이 일상적인 통화정도면 아날로그도 손색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통신사업자들이 디지털화를 서두드른 것은 「주파수의유효이용」이라는 자신들의 필요때문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같은 폭의 주파수에서 디지털은 아날로그의 8배, 하프레이트는 6배의 회선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로 방식을 전환하는데는 막대한 신규설비투자가 따른다. 더구나 아직 사용가능한 아날로그는 폐기처분하게 된다. 또 이같은 투자형태는통신사업자들의 수익을 압박하는 요인이 된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통신업체들은 통신요금을 계속적으로 인하하고 있다. 통신사업자들의 장려금, 설비투자 및 요금인하경쟁은 신규수요 획득에 있다. 지금의 과열경쟁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 주목된다.

<신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