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는 이 대리의 말을 들으며 사람들의 틈을 비집고 세종로 지하도 입구로 다가섰다.
세종로 지하도 안에서는 상인들이 물건을 급하게 챙겨 나오고 있었다. 지하도 한가운데서 신발을 팔던 아주머니가 옮기다 흘린 신발들이 입구 군데군데에 떨어져 있었고, 장난감 기차가 레일도 없는 지하도 속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림같이 생긴 여인. 지하도 입구에서 유화를 파는 그림같이 생긴 여인도 그림같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황급히 그림을 챙기고 있었다.
연기. 매캐한 연기. 숨쉬기가 곤란할 정도로 냄새 고약한 연기로 지하도안이 기득 찼다.
웨앵- 웨앵- 웨앵- 종로 쪽에서도 소방차가 달려오며 질러대는 사이렌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우체국 앞의 환풍구에 소방관들이 물을 뿜어 대기 시작했다. 강한 물줄기가 환풍구의 철물에 부딪혀 뽀얗게 흩어졌다. 자물쇠로잠긴 환풍구 위에서 뿌리는 물이었다.
강한 물줄기에도 연기는 그치지 않았다. 더욱 거세게 솟구쳐 올랐다. 환풍구 바로 옆 가판대에 놓여져 있던 신문들이 튕겨져 나오는 강한 물줄기에 공중으로 날며 흩어졌다. 쏟아 붓는 물에도 아랑곳 않고 연기는 더욱 거세게춤추듯 솟구쳐 올랐다. 현미는 시청 쪽을 바라보았다. 연기가 솟아오르는 환풍구마다 소방관들이 환풍구 속으로 물을 쏟아 붓고 있었다. 그래도 연기는그치지 않고 솟구치고 있었다.
소방관들은 입을 크게 벌리고 연기를 뿜어 대고 있는 세종로 지하도 속으로 소화 호스를 늘이기 시작했다. 대형서점. 현미는 호스를 지하도 속으로끌고 들어가는 소방관들을 보며 점심시간에 종종 이용하는 지하도과 연결되어 있는 대형 서점을 생각했다. 책 냄새.
현미는 책에서 나는 고유의 냄새를 시간이 있을 때마다 즐기곤 했었다.
현미는 만일을 생각했다. 만일 그 서점으로 불이 옮겨 붙는다면? 현미는최근 들어 발생한 여러가지 안타까운 일들이 떠올렸다. 이제는 땅 속에서도사고가 났구나. 기차가 탈선되어 여러 사람이 죽고, 항공기가 추락하여 사람이 죽고, 배가 침몰되어 수백명의 인명이 물에 빠져 숨지고, 가스가 폭발하고, 백화점이 무너져 수백명이 죽더니 이제는 땅 속에서 사고가 났구나.
『콜록, 콜록!』
심하게 밀려드는 연기에 기침을 해대며 현미는 인명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