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4주년특집] 정보인프라 점검-인터넷이 생활 바꾼다

인터넷이 「사이버 스페이스(가상 공간)」라는 전대미문의 새로운 문명을탄생시키며 21세기 인류 문화의 새 장을 여는 키워드가 되고 있다.

인터넷의 핵심은 중앙의 통제가 없다는 점이다. 그 어떤 정부나 단체도 간섭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다. 통제장치가 전무한 네트워크와 네트워크간의연결이 인터넷이다.

이런 유의 공간은 인간이 집단을 형성해 생활해 온 이후 역사상 처음이다.

부와 정보의 편재를 통해 계급이 발생한 이래 인간의 인간에 대한 통제는 사회의 근간이었지만 인터넷이 그것을 허물고 있다.

전세계 5천만명 이상이 접속하는 인터넷은 그 속성 때문에 기존의 모든 산업 문명을 뒤집고 있다. 정보의 무차별적 유통, 전세계 규모의 동시성이 변화를 몰고 오는 힘이다.

미국 케이던스 본사에 근무하는 이종훈 이사는 얼마 전 집을 한 채 구매하기 위해 인터넷에 접속했다. 관련 웹 사이트를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집의규모와 가격을 입력하고 검색에 들어갔다. 화면에는 해당조건에 부합하는 캘리포니아 지역 매물이 순서대로 제시됐다. 물론 집의 상세정보와 함께 구조,위치 등이 사진으로 동시에 제공됐다.

그가 한국에 돌아와서 놀란 것은 이미 국내에서도 그같은 사이버 문화가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일부 부동산 회사들은 국내 유통업 진출을 겨냥하고 있는 외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물건을 소개하는 인터넷 웹 사이트를 구축했고 이를 통해 상담 수주가 폭주하고 있었다.

인터넷은 기존의 모든 마케팅론에 일대 혁신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새로운시장을 스스로 창출해 내고 있다.

정보화 사회의 물결로 TV 및 전화를 통한 홈 쇼핑이나 역내 컴퓨터 통신망을 이용한 쇼핑은 이제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어지고 있다. 한국의직장인이 회사에 앉아서 미국 백화점의 물건을 그대로 쇼핑할 수 있다. 물론실물 사진과 가격, 주요 정보를 충분히 검색해 본 이후에 결정하는 것이다.

결제는 자신의 신용카드로 하고 제품은 어김없이 한국의 집에까지 배달된다.

심지어 일본의 가락국수 전문점이 인터넷 쇼핑을 통해 월드 와이드 배달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해외토픽란을 장식할 정도이다. 인터넷쇼핑에 대한 정확한 시장 규모는 밝혀진 것이 아직 없다. 다만 가장 활발한미국의 경우 지역 내에서만도 오는 2000년에는 약 60억달러의 시장이 형성될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홍보 및 마케팅 능력이 최대 약점인 중소기업은 인터넷이 새로운 기회의장이 되고 있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돈 들이지 않고광고하는 최적의 무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7월 중소기업청이 개설한 인터넷 홈 페이지 「중소기업관」에는 대영초음파 등 국내 2백15개의 중소기업이 대거 몰려왔다. 7백여개의 플라스틱 부품업체들은 아예 조합을 통한 「전세계 중소기업제품 전시회」라는웹 사이트에 등록했다.

중소기업들이 감히 월드 마케팅에 나서는 것은 순전히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개체가 있어서 가능했다.

미국 증권가에서는 인터넷을 통한 주식거래가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투자자들로부터 주식매매 주문을 받아 「인터넷 브로킹」으로불리는 이 현상은 현재 미국에서만 하루 7천건의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고 대형 투자자문 회사들이 속속 참여하는 내년 이후에는 전체 거래량의 10% 이상을 점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요인은 역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고 수수료가 매우 저렴하다는 것이다.

인터넷은 산업 뿐만 아니라 일반 문화 변동의 촉매제 역할도 한다. 지난여름 최대의 이슈는 국내에서도 사이버 바캉스 시대가 열렸다는 것이었다.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면서 해마다 떠나는 바캉스지만 늘 피곤함 만이남았던 것에 비해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바캉스는 신세대들의 새로운 「알짜피서」로 자리잡았다.

네티즌들은 괴기공포 영화, 죽음과 관련된 으스스한 오락물, 바이러스나 X파일 등의 관련 웹 사이트에 접속, 납량물을 즐기면서 더위를 식혔다. 어떤사람들은 인터넷 여행 사이트를 뒤져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휴양지의 모습과레저 시설을 둘러보면서 방안에서의 피서를 즐기기도 했다. 사이버 엔터테인먼트의 등장은 일반인들에게 가장 직접적인 문화 쇼크를 주고 있다. 그간 방송이나 라이브 무대를 위주로했던 음반 공연 등의 홍보는 이제 인터넷이 그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MGM을 비롯한 세계 유수의 영화사, 음반사, 가수들은거의 대부분 인터넷상에 홈 페이지를 구축하고 월드 와이드 마케팅에 나서고있다.

미국의 NBC를 위시해 한국의 방송 3사에 이르기까지 주요 방송사는 이미인터넷을 통한 24시간 리얼 오디오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가요나 음반 비디오 인기순위도 청취자의 엽서에 의존했던 과거와는 달리 인터넷의 전자 투표가 동원된다. 아이넷이 개설한 가요 인기순위는 두달도 못돼50만명 이상이 참여, 방송가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박물관이나 화랑도 사이버 공간을 통해 새롭게 구축된다. 대영박물관을 비롯, 세계 주요 박물관은 모조리 웹 사이트를 갖추고 있어 안방에서도 작품감상은 물론 관련 정보를 손쉽게 습득하고 있다. 화랑 역시 거장들의 작품을진본과 다름없는 해상도를 통해 인터넷 화면에서 제공하고 작품에 얽힌 뒷이야기까지 소개, 관람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교육과 의료분야의 변화는 눈부시다. 인터넷을 통해 원격지 강의는 물론방학숙제까지 해결해 주는 웹 사이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학습지를 배달하는 모습은 이제 「그때 그 이야기」로 넘어가고 있다. 학교의 기존 개념을 송두리째 뒤바꿀 인터넷 교육은 얼마 전 국내에서도 에듀넷이라는 이름으로 개통됐다.

「안방 주치의」로 불리는 인터넷 의료 역시 네티즌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 새로운 공간을 열어놓고 있다. 존스 홉킨스를 비롯한 미국의 주요병원,서울대병원 등 국내 최고 수준의 병원들은 모두 인터넷 웹 사이트를 통해 진료 안내에서부터 최신 학술 정보에 이르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인터넷을 통해 의사가 직접 환자를 원격 진료하는 일은 흔한 사례가 되고 있다.

정치정보의 흐름도 인터넷을 통해 새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이미 전자 민주주의라는 개념이 정착되고 있듯이 정치인과 관련 이익집단이 인터넷을 주요 홍보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

클린턴 정부의 환경정책이나 슈퍼 하이웨이 구축안도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에 알려졌고 백악관 및 고어 부통령 등의 웹 사이트는 네티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고 내년 대선을 앞둔 보브 돌과 클린턴의 홈 페이지 경쟁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국내 정치인들 역시 앞다퉈 인터넷 홈 페이지를 구축하고 자신의 의정활동홍보는 물론 여론 수렴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인터넷은 그러나 5천만명의사용자가 말해 주듯 아직은 전세계 모든 인류를 포함하지 못하고 있다. 시간과 공간 뿐만 아니라 신분의 제약조차 받지 않는 속성임에도 불구하고 이를이용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컴퓨터 및 통신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3세계 국가나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인터넷이 사회 인프라가 아니라 「잘 사는나라의 유희」쯤으로 치부된다.

이 때문에 정보가 곧 부가 되는 21세기에 인터넷이 오히려 국가간 지역간계층간 부와 정보의 편재를 부추기는 왜곡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우려도제기되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신세대로 통칭되는 네티즌들만의 폐쇄된 문화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분명 새로운 문화환경이지만 그것에서 소외받는 사람들이 더욱 많고 자칫 특정 집단의 신문화에 그칠지 모른다는 것이다.

또 인터넷의 폭발적인 확산에도 불구하고 여타 사회 인프라가 이를 따르지못하는 것도 문제점이다. 전자상거래에 대한 법적 제도적 장치, 개인 정보의무차별 유출, 해킹을 통한 첨단 범죄에 대한 수사 및 근절 방법 등이 모두이런 범주에 속한다.

여기에 넘쳐나는 음란물 유통 역시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인터넷 비즈니스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음란물 유통 사업은 네티즌 각자의 도덕성에 호소하는 것 이외에는 이를 적절히 제어할 방법이 없는 것이 문제이다.

미국 행정부가 음란물 유통을 차단하겠다는 법률을 제정했지만 위헌 판결을 받은 이후 인터넷은 어떤 통제도 개입할 소지가 없어졌다.

하지만 인터넷은 21세기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따라서 누구도 정보화 사회로부터 뒷걸음칠 수 없고 그 핵인 인터넷 사용은 더욱 확산될 것이다.

<이 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