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술개발만이 불황을 극복한다

전자, 정보통신업계가 불황극복을 위한 각종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지금같은 경기불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않을 경우 불황기가 지나 호황의기회가 오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없는, 그래서 기업경영을 포기해야 하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많은 전자, 정보통신업체들은 현재의 경기침체가 연말까지 이어지다가 내년 상반기부터 진정국면에 들어서고 하반기 이후에는 회복기에 들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전자, 정보통신업체들은 당분간 각종 지출을 최대한 억제하고 신규 사업투자도 가능한 한 내년으로 미룬다는 방침이다.

이런 사실은 본사가 창간 14주년을 맞아 국내 2백1개 주요 전자, 정보통신업체의 대표 및 이에 준하는 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자, 정보통신업계경기동향에 관한 조사」에서 밝혀졌다. 이 조사결과에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내용은 관련업계가 현재의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가장 핵심요소로 첨단기술 개발을 꼽고 있다는 점이다.

남보다 앞선 첨단기술을 개발해야 불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것이다. 이같은 응답은 관련업체들이 첨단업종인 전자, 정보통신분야의 경쟁력 확보방안이 다름아닌 기술개발임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관련업체들은 전자, 정보통신분야의 경기가 가라앉은 이유 중 하나로 기술낙후와품질저하를 들었다. 실제 우리의 기술수준은 외국에 비해 대부분 뒤떨어져있다. 핵심부품은 거의 외국에서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보통신분야의 시스템기술과 고도 정보처리기술, 위성통신기술, 대형 컴퓨터기술은미국이나 일본 등에 비해 8년 정도 뒤져 있다. 정보통신 생산력도 미국이나일본의 9분의 1에 불과한 실정이다.

물론 국내업체들이 기술개발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최대한 많은자금과 연구인력을 동원, 첨단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외국업체와 기술을 제휴하거나 기술을 도입해 오는 업체가 상당수에 달한다.

우리는 비록 자체 기술개발에 어려운 점이 많겠지만 국내업체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술개발에 더욱 치중해 주기를 바란다. 기술개발은 물론 하루아침에 이룩할 수 없고 그 성과를 단기간에 기대할 수도 없다.

하지만 오늘날 전자, 정보통신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는 기술수준이다. 기술수준이 뒤져 있으면 성능이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기 어렵고결국은 시장경쟁에서 상대업체를 이길 수 없다.

외국의 선두업체들은 신기술을 발표하기 전에 다음 신기술 개발을 완료해놓는다고 한다. 그렇게 해야 후발업체가 자신들의 기술을 추월하지 못하기때문이다. 우리가 자체 기술을 개발하지 않고 계속 남의 기술을 얻어쓰는 상황에서는 선발업체나 경쟁업체를 추월할 수 없다.

기술의 중요성이 확산될수록 기술장벽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우리가 외국에서 기술을 수입해 오고 싶어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국내 주요 업체들이지불하는 로열티가 수출가격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한다면 자체 기술개발은 더욱 절실한 과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연구기술분야의 인력이 부족하고 기술개발을 위한 기업체의 지원도 미흡한 점이 적지 않다. 자체에서 기술을 개발하고 인력을 양성하기보다는 외부에서 인력을 스카우트하거나 기술을 도입해 오는 사례가 많다.

이같은 상황에서 관련업체들이 불황극복의 타개책으로 기술개발을 강조한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아무리 경기가 나빠도 기술이 우수한 기업은 계속 성장한다는 점을 국내업체들은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관련업체들의 지속적인 기술개발 노력없이는 상존하는 경기불황을근본적을 타개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경기불황 속에서도 기술개발이나 품질이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음을 거듭 인식해야 한다. 경기불황을 독자적인 기술개발의 계기로 활용해 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