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송계에 디지털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정보통신시대를 맞아다채널방송과 양방향 통신에 대한 요구가 높아 지면서, 케이블TV방송업계와CS(통신위성)방송업계가 거의 동시에 디지털전송방식의 도입을 시작했다. 최근 공중파방송업계도 오는 2000년께를 목표로 디지털화를 추진한다고 발표한바 있는데, 실용화를 목전에 둔 케이블TV와 CS방송의 디지털화를 중심으로그 개요를 살펴본다.
<편집자>
<잇따른 케이블TV의 디지털전송실험>
지금 일본에서는 케이블TV의 디지털전송실험이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고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통신, 방송기구(TAO)가 추진하고 있는 「광대역 케이블망을 사용한 통신, 방송 결합 연구」이다.
통신, 방송기구(TAO)는 통신, 방송위성기구법을 토대로 지난 79년 설립된우정성산하의 특수법인으로, TAO는 이번 연구개발을 위한 실험 케이블망으로도큐케이블TV, 요코하마TV국, 일본네트워크서비스 등 3사를 연결한 광대역케이블TV망을 사용한다.
TAO가 실시하는 실험은 광대역케이블TV전화와 디지털 NVOD(니어 비디오 온디맨드)에 관련된 것이다. 우정성은 TAO에 편성된 예산으로 3개 케이블TV방송국에 하드웨어시스템을 제공하는 한편 3개 케이블TV에서 가입자 5백가구씩총 1천5백가구를 선정해 지난 8월말부터 4년간에 걸쳐 전화, 영상의 접속실험을 시작했다.
TAO는 우선 광대역케이블TV전화 실험을 위해 도큐케이블TV에 센터교환기와서브센터교환기를, 요코하마TV와 일본네트워크서비스에는 서비스센터교환기를 설치했다. TAO는 3개지역 가입자들에게 각 지역내 통화와 다른 지역간 통화, 그리고 NTT의 공중회선가입자와 통화를 실험적으로 실시하게 하여, 디지털방식 케이블TV전화를 점검하게 된다.
이 디지털케이블TV전화는 기능적으로 기존 전화방식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이 서비스가 상용화될 경우 사용자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요금을크게 낮출 수 있다. 요금체계는 앞으로 여러가지 형태로 그 방식이 결정되겠지만, 분명한 것은 케이블TV망 내에서 이용할 경우 정액화가 가능하고 요금수준도 현행 NTT요금과는 비교할 수 없이 싸진다는 것이다. 또 NTT 공중회선가입자와의 연결서비스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지만 싼 가격에 실시될 수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TAO가 추진하고 있는 또 하나의 실험은 디지털 NVOD서비스다. 디지털 NVOD서비스는 MPEG2방식으로 압축한 디지털영상을 WORM(Write Once Read Memory)디스크에 기록, 재생과 다중화를 거친뒤, 64QAM 변조방식을 이용해 케이블TV전송로로 보내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기존 NTSC방식 영상신호는 1개채널당 6MHz의 주파수대역이 필요했으나, 전송을 디지털화할 경우 6MHz 주파수대역이 4개채널을 소화해 낼 수 있다. 빠꿔 말하면 케이블의 채널용량이 4배로 늘어나는 것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인터넷이 선풍적인 붐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긴테츠케이블네트워크와 NEC케이블미디어는 케이블망 지역을 LAN으로 연결,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서비스를 실험 중에 있다.
이 인터넷접속실험은 올 4월부터 시작됐는데, 현 단계에서는 일반가정이아닌 시청, PC전문점, 대학 등을 중심으로 실시되고 있다.
케이블TV의 디지털전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양방향성이다. 즉 기존의 TV처럼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쪽이 일방적으로 정보를 보내는 하향전송만이 아니라, 이용자측에서도 필요한 정보를 요구하는 상향전송이 점차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케이블TV는 하향전송(케이블TV방송국에서 시청자에게)의 정보량이 많다. 따라서 양방향전송을 위한 실험서비스에서는 하향 주파수대역으로 70-4백50MHz를, 상향(시청자에서 케이블TV로)대역으로는 10-50MHz를 설정해 놓고 있다.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이 상향전송시 발생하는 유합잡음이다.
流合잡음은 이용자측의 생활잡음, 예를 들어 TV전원의 온, 오프와 전기기구의 이동음 등이 동축케이블을 통해 전송로로 들어오는 경우 발생한다. 유합잡음은 현재 추진되고 있는 케이블TV전화, NVOD, 인터넷 등의 실험에서 꼭해결해야 하는 문제의 하나로, 이 유합잡음의 발생정도에 대한 검증, 이에대한 대책 등이 케이블TV의 양방향성을 살리기 위한 가장 중요한 핵심으로부각되고 있다.
케이블TV라면 일반적으로 멀티미디어시대와 더불어 등장한 비교적 새로운미디어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실 그 역사는 TV역사와 거의 비슷해 일본에서는 지난 55년 군마縣에 개설된 것이 처음인 것으로 되어 있다.
공중파TV와 거의 같은 역사를 지니면서도 일본에서 케이블TV가 별로 보급되지 못한 배경에는 지상파TV는 사실상 무료로 시청할 수 있는데 반해 케이블TV는 유료이며, 방송내용도 그다지 충실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그러나 케이블TV는 「전파장해를 받지 않아 안정적인 정보처리가 가능하다」는 점과 「양방향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어, 미디어로서의 가능성은항상 존중되어 왔다.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할 때마다 그 미디어 응용분야의하나로 언급돼 온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 일 것이다.
특히 이번 디지털전송실험은 항상 중도탈락해온 과거 실험들과는 달리 매우 구체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케이블TV를 활성화하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것으로 보인다.
<유료방송 보급에 도전하는 디지털CS>
케이블TV가 디지털전송의 실용화를 도모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최초의 CS(통신위성)디지털다채널방송인 퍼펙TV(PerfecTV)가 오는 10월 드디어 본격적인 방송을 실시한다. 「방송수신료는 무료라는 인식이 정착되어 있는 일본에서, 과연 이 서비스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구심을 뒤로 한 채.
아날로그 CS방송은 이미 지난 92년부터 실시되어 왔다. 아날로그 CS방송의경우는 한편의 프로그램을 일본전국에 방송하기 위해, 1개의 트랜스폰더(통신방송위성의 송신회로)를 사용해야 한다.
트랜스폰더는 지상에서 송신한 전파를 위성으로 수신, 주파수를 변조, 증폭하여 지구에 재 송신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중계기라고 불린다.
최근 디지털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1개의 트랜스폰더를 4-6분할하는 디지털전송방식이 등장했다. 디지털전송방식은 트랜스폰더를 분할해 사용하기 때문에 위성을 이용한 영상, 음성 데이터전송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일본 최초의 CS디지털 다채널 방송인 퍼펙TV는 이같은 기술적 진보를 배경으로 그모습을 드러냈다. 퍼펙TV의 등장으로 지금까지 방송채널보유를 거의 상상하지 못했던 사업자들의 참여가 이어져, 일본에는 오는 10월 이후 다양한 분야의 전문방송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기술의 발달은 위성방송에서도 양방향성을 지닌 서비스들을 가능케했다. 퍼펙TV가 실시하는 대표적인 양방향성 서비스로는 NVOD와 PPV(페이 퍼뷰)등을 들 수 있다.
NVOD는 같은 프로그램을 복수채널로 각각 15분-30분간격으로 방송하는 서비스. 시청자로서는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원하는 시간에 처음부터 시청할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게 된다.
또 PPV는 시청한 프로그램마다 요금을 지불하는 시스템으로, 영화, 스포츠, 재택학습 등의 특정분야에 한정되어 이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도하루 단위로 요금을 지불하는 PPD(페이 퍼 데이)와 시리즈물 등 만을 한정계약하여 일괄지불하는 PPS(페이 퍼 시리즈) 등이 있다.
퍼펙TV측은 이들 서비스의 실현을 위해 「퍼펙카드」를 준비했다. 퍼펙카드는 시청자가 어떤 프로그램을 볼 것인가를 등록하는 전용IC카드로, 시청자는 이를 활용하여 퍼펙TV측에 원하는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이 카드는 수신튜너와 한 세트를 이루고 있다. 수신세트는 소니, 마쓰시타, 도시바, 히타치, NEC, 샤프 등을 포함 약 20여개사가 출시할 예정으로가격대는 대부분 5만엔정도이다.
퍼펙TV는 첫해 30만, 3년뒤 1백만, 5년뒤 2백만의 가입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가입자 확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콘텐츠이다. 퍼펙TV는 7월말 현재 TV 65채널, 라디오 104채널이 준비되어 있다. 쟝르는 영화, 스포츠, 뉴스, 음악, 교육, 기상정보, 교통, 여행정보, 가요반주, 취미, 교양, 오락,어린이프로, 게임, 쇼핑 등 다양하다. 이 가운데 무료방송도 있으나 대부분어떤 형태로든 유료형태를 띄고 있다.
이렇게 많은 프로그램을 누가 보겠느냐는 부정적인 견해도 나오고 있으나,문제는 자신이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선택해서 볼 수 있다는 데 있다. 즉 방송의 디지털화로 방송세계에서도 선택폭이 광범위해진 것이다.
퍼펙TV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회사는 위탁방송사업자라고 불린다. 퍼펙TV사업을 추진 중에 있는 일본디지털방송서비스는 스스로 프로그램을 방송하는위탁방송사업자이기도 하면서, 위탁방송사업자의 프로그램을 위성에 쏘아 올리는 역할, 시청자관리, 광고선전, 판촉, 접수업무 등도 담당한다.
이제 일본최초의 디지털위성방송은 그 준비가 완료됐다. 사실상 이 사업의성패는 컨텐츠의 충실도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즉 「유료일 지라도 꼭 시청하고 싶은 프로그램」의 확보가 이 사업의 성폐를 쥐고 있는 것이다.
페퍽TV의 통신위성이용 디지털 다채널방송은 추진과정에서 케이블TV업체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페퍽TV가 케이블TV의 사업영역을 침범한다는 것이그 이유였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케이블TV업체들이 이 디지털위성방송을수신해 방송키로 합의하면서, 퍼펙TV의 자리는 더욱 확고해졌다.
과연 『무료TV방송에 익숙해져 있는 일본방송문화속에서 유료방송체제가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퍼펙TV가 과연 그 발판을 확고히 마련해 줄 수있을 것인가』. 퍼펙TV는 이제 일본 최초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심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