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최승철, 온기홍기자>
무선통신이 통신산업을 주도하는 새로운 금맥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21세기 보편적 통신서비스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개인휴대통신(PCS) 분야의 장비와 서비스가 속속 상용화되면서 기존 유선전화에 버금가는 엄청난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함께 무선통신 기술의 디지털화가 급진전되면서 무선의 맹점으로 지적되온 데이터 전송의 문제가 상당부분 해결됨에 따라 향후 초고속 정보통신시대에 주력 인프라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컨벤션센터에서 열린 PCS 96 전시회에는 전세계 4백개에 가까운 통신장비 및 통신서비스 업체들이총 출동,무선통신이 정보통신의 핵심적인 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해준 중요한 이벤트였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PCS 전시회에 통신업체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무선통신 시장의 팽창속도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전문 시장조사기관들은 이동통신 수요가 수년내 일반 유선전화 가입자 수를 따라잡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94년 현재 전세계 이동통신 가입자 숫자가 이동전화 가입자 수는 5천5백만명 정도로 6억명이 넘는 유선전화 가입자에 비해서는 10분의 1도 안되는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10년간의 신장율이 무려 50%에 가깝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유선전화의 증가율이 연 5%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선통신의 신장율이놀라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번 전시회의 최대 이슈는 역시 개인휴대통신(PCS)으로 집중됐다.
통신 분야의 세계 최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미국에서 PCS 주파수 경매가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세계 유수의 통신장비 업체들의 주도권 다툼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수년전 디지털 셀룰러 이동전화 부문에서 시작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기술과 시간분할다중접속(TDMA) 기술간의 세력 싸움은 이번 전시회 내내 가장 뜨거운 이슈로 전시장을 뜨겁게 달구었다.
특히 CDMA 원천기술 보유업체인 퀄컴이 루슨트테크놀러지,모토롤러,노던텔레콤등 세계 메이저 통신장비 업체들을 CDMA패밀리로 규합하면서 유럽업체들이 주축이 된 TDMA진용을 거세게 몰아 부쳤다.
TDMA 기술을 추종하는 유럽 디지털 이동전화 GSM 그룹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전시회 첫날인 18일 이들은 프레스 센터에서 TDMA기술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대규모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등 맞불 작전을 전개,앞으로의 전황이 심상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그러나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업체들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의외로시스템이나 서비스가 아닌 단말기 시장이라는 점을 주목해 볼만 한 일이다.
이는 무선통신이 유선전화를 대체해나가는 추세를 감안할 경우 장치 산업보다는 단말기 시장의 발전 전망이 훨씬 크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무선을 이용한 멀티미디어 통신 기술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도 이번 전시회의 중요한 성과중에 하나로 평가할 수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또 양방향 무선호출 기술을 활용한 이른바 「협대역 PCS(N-PCS)」 응용 기술이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특히 N-PCS분야에 강력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모토롤러사는 전시회 기간동안 삼성전자에 양방향 무선호출과 관련된 기술을 제공키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등 자사의 FLEX 프로토콜을 N-PCS 부문의 세계 표준으로 만들겠다는강한 욕심을 보이기도 했다.
무선호출 시스템 분야에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는 미국의 글레네어사 역시무선호출 기술이 N-PCS부문으로 변천하고 있는 현실에 적응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전시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시물을 꼽으라면 단연 무선 인터넷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무선 인터넷 애플리케이션은 최근 정보통신 분야에서 가장 각광받는 인터넷과 무선 통신을 결합한 것이라는 점에서 또다른 화제를 모았다.
무선 인터넷 분야에서는 무선통신 기기를 이용해 인터넷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기술이 전시회 기간동안 여러업체의 부스에서 시연됐다.
모토롤러사는 양방향 문자 무선호출기인 「탱고」를 통해 웹을 검색하는기술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 시스템의 구조는 무선 네트워크에 접속하면서탱고 단말기로부터 명령을 수신할 수 있는 전용서버를 구축한 뒤 특정 인터넷 웹사이트의 정보를 꺼내오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또 PCSI와 미쯔비시는 무선 패킷통신이라고 할 수 있는 CDPD(Cellular Digital Packet Data)기술과 무선 위성 클라이언트/서버 시스템을 이용해 이동전화 단말기로 인트라네트 웹사이트를 검색할 수 있는 방법을 시연,눈길을끌었다.또 무선호출 장비 제조업체인 글레네어사도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인터넷과 인트라넷을 검색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발표했다.
전시회 참관자들은 이 기술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경우,일반적인 웹사이트를 통해 비행기 좌석 정보를 무선호출 단말기로 검색해 볼 수 있을 정도수준까지 발전하는 데는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같이 했다.
스웨덴의 에릭슨사는 전시회 기간중 무선데이터장비를 기반으로 한 N-PCS기술을 처음으로 공개했으며 모토롤러는 양방향 무선호출 단말기를 이용해무선호출 신호는 물론 인터넷 E메일까지 전송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세계 최대 규모의 개인통신전시회에 이번 PCS 96 전시회는 국내업체들의참여가 거의 없다는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CDMA 4사중에는 삼성전자와 맥슨전자가 미국 현지법인 이름으로 이동전화,PCS,무선호출 단말기류 일부를 출품하는 수준에 그치는 등 CDMA 이동전화 최초 상용화 국가라는 내부의 평가를 무색케 했다.
다만 전시회 기간중 삼성전자가 미국의 통신사업자인 스프린트에 6억 달러상당의 PCS단말기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통신 한국의 체면을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