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요즘 전화회사와 소비자단체 사이에 전화요금인상을 둘러싼 공방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논란은 지역전화회사들이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지난해 개정된 통신법에 따른 비용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한 요금인상을로비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95년 개정 통신법이 기존의 AT&T와 7개의 지역벨에 의한 지역독점 구도를 버리고 전지역에서 전화사업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경쟁이 격화되기 시작했다. 이때문에 기존의 전화회사들은 자신들의 가입자들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총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될 상황에 놓이게 된것이다. 아직 정확한 가입자부담액은 발표된 게 없지만, 지역벨사 중의 하나인 니넥스는 전화선 하나에 1달러에서 2달러정도의 추가비용이 든다고 추정한 결과를 내놓았다.
장거리 전화회사들과 소비자 그룹에서는 경쟁회사들이 자신들의 독점시장에 뛰어들면서 잃게 되는 이익을 보전하려고 하는 지역벨사들의 「예정된 인상」이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이들은 현재 1천6백만 가입회선을 가진 나이넥스의 경우 한달에 1달러씩만 받아도 1년에 2억달러이상의 수입을 올릴수 있는데 이는 최근 2년간 지출한 비용을 보충할 수 있는 큰 액수가 된다고 꼬집고 나섰다.
네브라스카 대학 텔레커뮤니케이션과의 루스 마이카레키 교수는 『요금이인상되면, 소비자의 항의가 거세질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다른 비판론자들은 요금인상은 통신규제완화를 무위로 돌리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화시장이 개방되어 경쟁이 강화되었는데 오히려 요금이 인상된다는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는 소비자연맹의 진 키델만 국장은 『소비자들은 분노할 것』이라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많은 소비자들은 이미 익숙해진 전화번호를 바꾸기를 꺼려한다. 즉 다른전화회사로 옮기는 것을 원하는 가입자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개정 통신법은 기존의 전화번호를 가질수 있는 번호이동가능 규정을 두고있다. FCC의 리드 헌트 의장은 『이 규정이 경쟁의 진정한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FCC내에서도 요금의 적정성, 지방전화회사들이 입는 손해의 정도,그 손해이후의 회복의 방법 등의 전화사업의 쟁점을 놓고 논쟁이 진행중인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FCC도 주요 기업으로부터 많은 의견을 청취했다. 물론 이들 기업은 규제철폐에 따라 형성된 새로운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자 하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장거리 전화회사인 AT&T는 번호이동성규정에 따른 기술적인 비용이 향후 5년간 19억달러가 들 것으로 보고 있다. 나이넥스도 전체적으로 기술적 비용이 40억달러, 자신들의 부담은 4천달러 정도 들 것으로 내다봤다.
번호이동성 규정이 실제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앞 세자리에 지정되어 있는 지역번호(area code)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 즉 새로운 전화회사에서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가입자가 자신의 전화번호를 가진채 이적할 수 있기 위해선 이 체제가 바뀌어져야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그 해결방법으로 전화번호 전체를 포괄하는 집중화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안이 제시되고 있다. 지역간, 州간 경계가 사실상 완전히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소비자가 전화를 걸면 발신된 신호는 이 데이터베이스를 통과해 목적지까지 가게 되는 시스템으로 바뀐다. 전화회사들이 주장하는 추가비용은 바로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네트워크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시키는데 드는 비용을 말하는 것이다. 지역벨과 지방전화회사들은 이 비용이 막대하다고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들은 대부분의 지방전화네트워크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 비용을 만회하지 못하면 여타 장거리전화회사나 신설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려날 것이란 불안한 예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경쟁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화회사들은 이러한 사정 때문에 소비자들의 부담은 불가피하다고 보고있다. 나이넥스의 제프리 와드 정책담당부사장은 『그렇다면, 요금인상이야말로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또 그는 전화요금인상이 그외의 부대서비스에 드는 비용을 높게 잡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으로는 매달 소비자들에게 오는 전화요금 청구서에 추가되는 비용을정부에 대한 의무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지역벨과 지방전화회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로비그롭인 미국전화업체 연합의 매리 맥더모트부사장은 『소비자들은 알 권리는 있지만, 그 비용을 결정하는데 관련된 권리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한다.
FCC는 이 문제에 대해 연말까지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FCC의 리드 헌트 의장은 요금추가부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그는 『요금고지서가 경쟁의 장이 되어선 안된다. 요금고지서 자체가 이미 유쾌한 것이 못된다』고 말했다.
반대자들은 지방전화회사들이 발전된 기술 채용에 따른 비용부담의 보전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그들은 비용을 높게 책정할 수 있는 인터터브는 다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장거리 전화회사 MCI의 로비스트 렌 사위키는 『그들은 가능한한 오랫동안 그 인센티브를 이용하려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비판자들은 지방전화회사들이 비용에 대한 부담을 소비자들에게 지우고자 한다면 그들의 서비스를 그만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경쟁이 강화된 시장엣는 서비스의 요금인하에 대한 압력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요금인상은 오래 못갈것』이라고 말한다. 새로이 경쟁에 뛰어드는 회사들도 그런 요금부과가 소비자들의 전화회사 이적을 어렵게 할 것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맥더모트 부사장은 『매달 청구서에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이적움직임을 촉진시킬 것』이라고 반대견해를 표했다. 또 그는 서비스 요율을울리는 것은 실제적이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요금인상에 대해 긍정적인 사람들은 이 인상된 요금이 5년이상은 가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부 지방전화회사들은 매달 20센트정도의 요금은유지되기를 희망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반대의견도 만만치않다. 그들은다이얼에서 터치톤방식으로 전화가 바뀌었을 때 부가된 추가비용을 지금도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키멜만 국장은 『그들은 종종 무한정 유지하고자 하는 속성이 있다』고 요금인상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단시일내에 해결이 날 것 같지 않은 이번 요금인상논쟁은 보다 나은 전화서비스가 가질 수밖에 없는 부담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라는 과제를보여주고 있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카고=이정태통신원>